8월 공개한 새 앨범 < Sonic Highways >의 트레일러 영상은 록 팬들 가슴을 울렸다. 수많은 전설이 영상에 등장하는 것도 재미지만(클립에는 오바마도 등장한다.), 작품의 컨셉이 흥미로웠다. 데이브 그롤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 Sonic Highways >는 '미국의 음악 지도이며, 미국 음악사에 바치는 러브 레터'라는 것이다. 총 8개의 트랙으로, 미국 8개의 도시에서 레코딩 된 작품을 한 음반에 담겼다. 커버 아트에는 각각의 도시 이미지 사이에 숫자 '8과' 회귀를 의미하는 '뫼비우스의 띠'를 그려 넣었다.

첫 번째 싱글 'Something from nothing'는 일리노이어 출신 칩 트릭(Chip Trick)의 기타리스트 릭 닐슨(Rick Nielsen)를 초대했다. 곡의 기조는 늘 그렇듯 '하던 대로'다. 잠잠한 곡의 전반부에서부터 듣는 이들에게 집중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확실한 쾌감을 전하는 곡의 말미에서는 다른 말이 필요 없다. 그냥 때리고, 부스고, 내지른다.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록음악 전형의 폭발은 푸 파이터즈 작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데이브 그롤은 최첨단을 거부하고 시대를 거스른다. '생음악'을 그대로 레코드로 구현하려 애쓰고, 이를 바로 무대 위에서 선보인다. 이는 현재를 사는 음악가와 대중 모두가 잃고 있는 '순수성'에 대한 고찰이며, 그 고민은 그대로 우리 모두에게 전해진다. 트레일러의 소개처럼 이 작품은 '미국 음악에 대한 지도이며 편지'라고는 하지만, 비단 자국만을 향한 메시지는 아니다. 전 세계 대중음악의 중심이자 발상지가 미국 아니던가.

지금의 트랜드와 인기를 끌고 있는 음악도 물론 중요하지만, 역행을 자처한 푸 파이터즈의 모든 행보를 앞으로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그들은 대중 음악계의 핵심 과업을 이행하는 '행동가 집단'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