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하나, 자우림
Q. 페스티벌에 대한 '기억'은?
이선규: 개인적으로 트라이포트 공연이 없어지고 처음으로 펜타포트 1회 때 일이에요. 저희가 누노 베텐커트 형님 앞무대에 섰었는데 그때가 해외 뮤지션들이 처음 선 페스티벌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외국 밴드를 보려면 진짜 외국으로 나가야 했거든요. 그 때 펜타포트 공연을 하면서 이제 우리도 환경이 많이 좋아졌구나 생각했죠. 사실 그런지 몇 년 안됐는데 이제는 라인업이 후지다 이런 얘기들도 서슴없이 하게 됐죠.
김진만: 저도 펜타포트 1회때인데요. 비가 많이 와서 딥퍼플이 계속 기타를 닦으면서 연주했어요. 그 땐 위에 천장이 없었을 거예요. 준비도 안 되어 있었고요. 그런데 그 광경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본인들도 자기 인생의 역대급 공연이었다고 얘기를 했다 하더라고요.
Q. 페스티벌에 대한 '바람'은?
김윤아: 저는 아티스트로서 모든 페스티벌에 연주하기 좋은 음향을 갖춰주실 것을 항상 요구합니다. 물론 다들 노력하고 계시고 초기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지만 관객입장에선 아직도 아쉬운 점이 많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저도 페스티벌에 가서 사운드를 들으면 아쉬운 경우가 많았거든요. 사운드 자체가 해결이 좀 되면 페스티벌의 퀄리티가 훨씬 좋아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항상 합니다.
이선규: 페스티벌의 색깔이 이제 없잖아요. 대기업이 좌지우지하고 있고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들어왔다 나왔다 하면서 페스티벌이 없어지기까지 하는 이런 상황이니까 이건 좀 문제인 것 같아요.
시선 둘, 크라잉넛 한경록
Q. 한경록에게 '페스티벌'이란?
한경록: 페스티벌은 저한테는 바캉스 같아요. 정말 즐겁고 설레요. 물론 다른 공연도 많지만 페스티벌은 여름에 잠깐 하는 거잖아요. 1년에 몇 번 안 되는 공연이니만큼 사람도 많고 그만큼 호응이나 관객들과의 교류, 에너지 덩어리가 크니까 재밌어요.
Q. 페스티벌에 대한 '기억'?
한경록: 저희 멤버들과도 이런 얘기를 하는데요. 2007년 펜타포트에서 저희가 뮤즈 전에 공연을 했거든요. 저희가 그날 어떻게 재밌게 공연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말달리자'를 첫곡으로 해봤어요. 원래 그 곡은 마지막곡이나 앵콜곡으로 하는데 말이죠. 첫곡으로 '말달리자'를 하는데 사람들이 방심하고 있다가 '이게 뭐야' 하면서 무대로 달려오더라고요. 뮤즈 전에 설렁설렁 즐기려던 사람들이 먹거리 막 사들고 있다가 '말달리자'가 들리니까 구름떼처럼 무대 쪽으로 달려왔던 장면이 정말 장관이었거든요. 그 장면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잠실 쪽에서 하는 쌈지사운드페스티벌이었는데 저희가 마지막 헤드라이너 순서였어요. 그런데 주민들 민원이 하도 많이 들어와서 밖으로 나가는 메인 스피커를 다 끄고 모니터 앰프만 켜주는 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해요. 저희는 관객들이랑 약속을 했으니까 공연을 해야죠. 관객들한테 굉장히 작은 소리였을 텐데 관객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떼창을 해주시더라고요.
Q. 페스티벌에 대한 '바람'은?
한경록: 전 지금 페스티벌이 많이 늘어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나면 좋은 페스티벌들이 남게 되겠죠. 그런데 너무 상업적으로만 가는 그런 페스티벌 보다는 어떤 색깔, 컨셉이 확실해서 재밌게 할 수 있는 페스티벌이면 좋겠어요. 우리나라는 노는 문화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매체에서도 너무 획일적인 색깔의 뮤지션들만 나오니까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이런 페스티벌 문화들이 자리를 잡아서 음악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의미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페스티벌이 되면 누가 봐도 풍악놀이가 아닌 수준 높은 문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선 셋, 노이즈가든
Q. 페스티벌에 대한 '바람'은?
윤병주: 우리나라 페스티벌은 외국 밴드에 좌우되는 느낌이 있어요. 거의 외국아티스트 보려고 오는 축제가 되는 느낌이니까요. 어차피 한국 밴드들은 거기서 거기라 이쪽에 '갤럭시 익스프레스' 있으면 저쪽에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있고 그렇잖아요. 사실 언제든지 주말에 홍대가면 볼 수 있는 밴드들이기 때문에 모여서 넓은 데서 한다는 것 외에 특별한 게 없죠. 그게 문제라면 문제가 아닐까 사실 이건 우리나라 씬 전반적인 문제기도 합니다. 결론은 지방씬이 좀 활성화됐으면 좋겠어요. 서울씬 부산씬 대구씬이 있어가지고 페스티벌하면 걔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더라 이런 건 하나도 없으니까요.
시선 넷, 눈뜨고코베인 깜악귀
Q. 페스티벌에 대한 '기억'?
깜악귀: 제 1회 펜타포트에 갔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 페스티벌은 많이 대중화가 되고,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그 때는 정말로 메탈 듣는 남자형들이랑 모던록 동호회누나들이 주로 왔거든요. 그 분들은 헤어스타일도 일반 관객들과 달랐죠. 그에 비해 지금은 점점 더 외국과 비슷한 분위기가 되고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Q. 페스티벌에 대한 '바람'은?
깜악귀: 완전 로파이 인디록 밴드들이 등장하는 염가형 밴드와 염가형 관객들이 오는 야성적인 페스티벌이 하나 확실하게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 자립음악생산조합쪽에서 한예종 학생회관을 빌려서 했던 페스티벌 같은 거요. 덜 세련되고 덜 쿨한 좀 막나가는 페스티벌이 하나 있으면 좋지 않을까. 다양성의 측면에서도!
시선 다섯, 휴키이쓰
Q. 휴키이쓰에게 '페스티벌'이란?
휴키이쓰: 페스티벌은 오시는 분들에게도 축제겠지만 공연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축제입니다. 1년 중에서 가장 기대가 되고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그런 무대다 보니까요. 문자 의미 그대로 페스티벌은 뮤지션에게 '축제' 같습니다.
Q. 페스티벌 공연에서 '중점'을 두는 것?
휴키이쓰: 페스티벌에서 음악이 처지면 여름이다 보니까 더 더위를 느끼게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템포가 있거나 춤추기 좋은 이런 곡들로 주로 공연을 하죠. 락킹함이나 펑키함을 더 가미해서요. 야외무대다 보니까 음향은 섬세함을 표현하기 보다는 조금 더 에너지 자체에 중점을 두게 되는 것 같아요.
Q. 페스티벌에 대한 '기억'?
휴키이쓰: 저는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처음 참가했던 게 생각이 나요. 그 때는 영국에서도 막 활동을 시작했을 때라 인지도 자체가 전무하던 시절인데요. 제가 일주일에 4번을 공연을 했는데 월화 공연 때 다섯 분이 오신 거예요. 그래서 제가 2번 남은 주말공연 전까지 매일 길거리에서 5시간씩 버스킹을 하면서 홍보를 했어요. 그런데 거짓말처럼 주말공연 때는 매진이 됐던 일이 있어요.
그리고 관객분도 기억에 남는 분이 있는데요. 어르신 한 분이랑 다운증후군 따님이 공연에 오셨어요. 줄을 서 계시길래 제가 먼저 들어가시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너의 가치를 네가 떨어뜨리지 말라”고 얘기하면서 극구 사양을 하셨어요. 공연이 시작되자 따님이 소리를 막 지르시는 거예요. 끝나고 나서 아버님이 저에게 오셔서 “고맙다, 우리 딸이 이렇게 크게 소리를 지르며 좋아한 게 정말 오랜만이다.”라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 분이 생각이 많이 나요.
시선 여섯, 프롬 디 에어포트
Q. 페스티벌 공연에서 '중점'을 두는 것?
마일로 : 저희는 즉석에서 느낌대로 연주하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 EDM을 하고 있지만 아날로그적인 사운드가 자리를 먼저 잡아야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리얼 악기에 비중을 많이 둬요. 기타라든지 신디, 건반이라든지 이런 소리를 통해 조금 더 따뜻한 사운드로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첼로나 기타 이런 심장에 가까운 악기들을 연주하면 관객들에게 그 심박수가 전달된다고 하잖아요. 저희도 페스티벌이나 라이브에서 그런 체온을 전달하고 싶어요.
Q. 페스티벌에 대한 '바람'은?
마일로: 관중들에게 어떻게든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다 같이 연구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러시아에서 판테라나 메탈리카가 오면 백만명이 모이잖아요. 기네스에도 막 기록이 찍히고.. 그런데 한국 페스티벌에 모이는 사람은 3,4만명 정도, 그것도 2,30대에서 수요가 계속 돌아가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페스티벌에 오지 않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이 됐으면 좋겠어요. 호주 멜버른 페스티벌은 십만명 넘게 관객이 모이는데요. 페스티벌을 하는 날 모든 가게가 다 쉬어요. 그래서 그 날은 거리에 사람이 없을 정도죠. 가족끼리 친구끼리 모두 페스티벌을 가는데 그걸 보면서 우리나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좋을 텐데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 더 많은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설 수 있고요.
지: 저는 페스티벌은 아니지만 악기 같은 것을 위주로 하는 전시회, 뮤콘(서울국제뮤직페어)같은 것이 많으면 좋겠다 생각해요. 만약에 내가 기타리스트면 직접 악기도 설명해주고 그런 게 있으면 재밌을 것 같아요. 외국에서는 진짜 유명한 아티스트가 나와서 악기 시연도 하고 그러거든요.
이즘 팟캐스트 <딴데서 하니까 따라하는 라디오 '딴따라'12회>에서 직접 뮤지션들의 육성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김반야, 신현태
사진, 녹음: 김정미
영상, 음성 편집: 김정변지
정리: 김반야, 김도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