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들의 최고작이었던 < 新呼吸(신호흡) >이 커리어의 절정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바야흐로 2013년 제이팝 결산의 시기. 'ファンファーレがきこえる(팡파레가 들려와)'에 대해 필자는 이런 멘트를 남겼다. 해머링 주법의 기타 사운드와 후렴에 팀파니를 도입한 편곡의 과감성, 주춧돌 역할의 멜로디와 악기들 간의 완벽한 밸런스까지. 전작 < 新呼吸(신호흡) >(2011)에서 잠재력의 끝을 봤다고 생각했던 나의 착오는 결국 새로운 가설의 토대가 되었다. 그때로부터 정확히 반년이 흐른 6월 한 달은 그 가설이 사실이 되었음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시간이었다.
며칠간은 싱글 곡들에 좀 더 귀가 솔깃하다가도 순식간에 그 관심이 작품 전체로 옮겨 붙게되는 앨범이다. 애초에 '대작'이라는 타이틀을 노리고 임했던 < 新呼吸 >와 달리, 이제 그 정도는 기본이라는 듯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고수의 내공이 큰 파급을 일으킨다. 열 여섯 곡이라는 방대함을 아우르는 완벽한 완급조절, 모든 악기가 또렷하게 들리는 합주 하모니는 이제 언급해봐야 입만 아픈 수준이 되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쿨하게 그 진의를 내비치는 진화. 요 몇 년간의 선전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이 작품의 매력은 팝과 록의 이분법을 어느 때보다도 철저히 무시한다는 데에 있다. 어떤 스타일의 곡에서든 매력적인 선율을 잡아내는 코이데 유스케의 감각은 더욱 예민해졌다. 느긋한 기타리프에 맞춰 여성에게 차이는 찌질한 남자의 모습을 지긋이 표현해 낸 리드곡 'そんなに好きじゃなかった(그렇게 좋아한 건 아니었어)', 랩 원로 삼인방 라임스터(Rymester)와 함께 한 그루브 있는 펑키 트랙 'The Cut', 삼연음의 심벌타격과 앰프의 디스토션이 완벽히 맞물려 돌아가는 간주가 인상적인 'Ghost town'와 같은 곡들이 최종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구간은 결국 입에 붙는 찰진 후렴구다.
잠시 속도를 낮추는 'ERAい人(위대한 사람)' - '形船(방주)' - 'The End' 라인은 조금씩 시도해왔던 베이스볼베어식 사이키델릭의 확장판이다. 일그러뜨린 소음으로 맹폭하게 달려나가다 잠시 멈춰 리버브 가득한 세계를 음미하고, 이어 플랜저의 건조한 황량함에 취하다보면 어느새 클라이맥스가 기다린다. 베스트 트랙이자 올해 여름 여러 록페에서 앤썸으로 활약할 'UNDER THE STAR LIGHT'의 스펙터클한 통렬함을 지나 이제 곧 여름이 온다고 외치는 'PERFECT BLUE'의 시원함에 젖다보면 어느새 9분의 길이를 자랑하는 '光蘚(반짝이끼)'에 정착한다. 아쉬움을 달래듯 앵콜처럼 이어지는 후반부 두 곡 역시 허투루 만든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베이스를 맡고 있는 세키네 시오리의 코러스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로서 이들의 음악을 받혀주고 있다. 긴 러닝타임에도 쉽사리 같은 보컬에 물리지 않는 것은, 가녀린 음색으로 장식하는 화성의 도움이 크다. 여기에 어설프게 타 장르의 요소를 섞는 대신 자신들이 구사하는 악기의 사운드 메이킹과 구성의 묘미를 살리며 '기타 록' 자체에 중심을 가져간 점도 걸작이 탄생하는 데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 의심쩍은 시도보다는, 청사진이 뚜렷한 변화를 도모하며 연타석 홈런을 날린다.
전작의 수록곡들이 하나의 명확한 점을 향해 뻗어나가는 직선들이었다면, 이번 작품의 수록곡들은 그 점으로부터 시작해 여러 곳으로 달려나가는 곡선들에 가깝다. 목표를 만들고 감정을 통제해 완성해냈던 3년 전의 경험은, 그 집요함이 다시 자유를 획득하는 과정을 거치며 더욱 환한 빛을 획득했다. 미디어가 원하는 극단적인 감정의 표출 대신, 지금 나이이기에 느낄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위화감을 중용함으로서 얻어낸 값진 이 한 장의 기록. 성장의 비밀을 풀어낸 29라는 패스워드로 인해 커리어의 절정은 다시금 갱신되었다.
- 수록곡 -
1. 何才(몇살)
2. アンビバレントダンサー(Ambivalent dancer)
3. ファンファーレがきこえる(팡파레가 들려와)(Album Mix)

4. Ghost Town

5. yellow
6. そんなに好きじゃなかった(그렇게 좋아한 건 아니었어)
7. The Cut -feat. RHYMESTER-(Album Mix)

8. ERAい人(위대한 사람)
9. 方舟(방주)
10. The End

11. スクランブル(Scramble)
12. UNDER THE STAR LIGHT

13. PERFECT BLUE(Album Mix)

14. 光蘚(반짝이끼)(Album Mix)

15. 魔王(마왕)

16. カナリア(카나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