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두 달이 더 되어간다. 하지만 사건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남은 실종자들이 있고, 여전히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진상이 다 밝혀지지 않았고, 해경을 비롯한 국가 기관과 언론 등의 책임 역시 명명백백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법의 심판 역시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에서도 산 사람은 산다고, 시간이 흐르니 차마 들을 수 없고 듣기 힘들었던 음악도 다시 듣게 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생각하게 된다. 지금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말이다. 세월호 사건이 마무리 되기 전에는 음악을 듣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세월호 사건과 연관된 음악만 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아니다. 다만 여전히 남아 있는 세월호 사건의 과제들을 해결하고 세월호 사건을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음악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은 것이다. 음악을 만드는 이들이, 음악을 듣는 이들이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듣는 행위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은 것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적지 않은 음악인들이 추모의 마음을 담아 음악을 발표했다. 일군의 음악인들은 서울 홍익대학교 앞과 광화문 등지에서 5~6차례의 거리 공연을 감행했다. 그러나 그 음악과 공연들은 사회적으로 별다른 파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벌써 많은 이들은 세월호 사건을 잊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지금은 총리 후보자나 월드컵에 대한 소식에 더 관심이 쏠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음악인들은 별 소용없는 일을 한 것일까. 음악이라는 것이 원래 이렇게 별 힘이 없는 것일까.
사실 음악이 사회적으로 큰 힘을 발휘한 때는 그리 많지 않았다. 1980년대에는 민중가요가 대단히 막강한 힘을 발휘한 것 같지만 그랬던 시기도 1987년 이후 겨우 2~3년 정도다. 사실 민중가요가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전대협 등으로 대표되는 운동권들이 당시에 그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 시대도 아니다. 게다가 노래나 음악인의 말이 화제가 되더라도 그것들이 곧바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다만 음악은 문제를 환기시키고 기억하게 하고 생각하게 할 따름이다. 예술이 할 수 있는 것은 딱 그 정도가 아닐까 싶다. 기억하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 말이다. 예술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큰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더 오래 기억하게 하고 더 깊이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묻게 된다. 지금 음악은 세월호에 대해 충분히 말하고 있는가. 더 오래 기억하게 하고 더 깊이 생각하게 하고 있는가.
세월호 사건 이후 벌어진 음악인들의 행동을 통해 다시 분명해지는 사실은 세상은 음악만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악이 우리를 오래 기억하게 하고 더 깊이 생각하게 할지라도 대개 음악을 만들고 듣는 것보다 더 많은 용기와 노력이 있어야만 세상은 조금이라도 달라진다. 하지만 음악을 통해 말하지 않으면 우리는 기억할 수 없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음악을 만들고 듣는 것이 중요한 시작이지만 음악이 절대 전부도 아니고 끝도 아니라는 것 또한 냉정하게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음악을 들으면서 계속 고민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음에도 음악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음악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인가. 음악으로 할 수 없는 일이 분명히 있다면 음악을 멈췄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음악에서 시작해 음악의 메타포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음악으로부터 시작하기, 음악으로 모든 행동을 대신하지 않기, 음악이 현실이 되게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