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을 모르는 분은 없을 겁니다. 'A summer place'는 여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음악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 피서지에서 생긴 일 >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청춘 영화 < A Summer Place >의 주제음악으로 쓰인 이 곡은 퍼시 페이스 악단이 연주했죠. 1959년에 개봉된 이 영화는 당시 꽃미남 배우 트로이 도나휴와 귀여운 용모의 여배우 산드라 디가 주연을 맡아 국내에서도 인기를 누렸다고 저희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9주 동안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해 빌보드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1위를 기록한 연주곡으로 남아있는 'A summer place'는 1961년도 그래미에서 올해의 레코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1971년에 흑인 문화에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바로 영화 < 샤프트 >가 7월에 개봉한 건데요. 이 영화는 아프리칸 아메리칸에게 중요한 작품입니다. 그동안 흑인들은 영화에서 주로 범법자나 마약 중독자로 묘사되면서 주로 형사들에게 쫓기는 역할을 맡았지만 < 샤프트 >의 주인공은 흑인이죠. 영화는 사설탐정 존 샤프트가 악당들을 물리친다는 내용으로 당시에 소울음악으로 한껏 고무된 흑인들의 자긍심을 스크린으로 반영한 결과물이었습니다. 2000년에는 < 샤프트 >가 사무엘 L. 잭슨의 주연으로 리메이크 됐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음악입니다. 아이작 헤이스가 작곡한 'Theme from Shaft'는 빌보드 넘버원을 차지했고 1971년도 아카데미에서 주제가 부문을 수상하는데요. 흑인 음악인으로는 유일한 기록입니다. 드럼 하이햇 소리로 시작하면서 긴장감을 높인 이 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와와 페달 주법으로 연주되는 리듬 기타가 일품이죠. 그리고 중반부부터 가세하는 현악 연주까지, 당시로선 대단히 앞서가는 패턴이었습니다. 이 혁신적인 음악을 외면할 수 없었던 아카데미 위원들도 결국 아이작 헤이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Theme from Shaft'가 큰 성공을 거두자 그와 비슷한 스타일의 음악이 다시 한 번 전미 차트를 석권합니다. 바로 1975년부터 1976년까지 방송된 미드 < S.W.A.T. >의 주제음악인데요. 경찰특공대의 활약을 그린 액션 수사물입니다. 이들의 활약상을 그린 < S.W.A.T. >의 주제음악은 펑크(Funk), 디스코 그룹 리듬 헤리티지가 연주해서 1976년에 전미 차트 정상을 차지했는데요. 하이햇 연주로 기타의 와와 페달 연주 그리고 중반부터 등장하는 현악 스트링까지 'Theme from Shaft'와 유사한 패턴을 따릅니다. 래퍼 엘엘쿨제이는 1987년에 'Theme from S.W.A.T.'을 샘플링한 'I'm bad'로 인기를 누렸고, 이것이 인연이 되었는지 2003년에 < S.W.A.T. >가 영화로 리메이크 됐을 때는 이 작품에도 출연했습니다.
영국 아티스트 마이크 올드필드가 1973년에 발표한 앨범 < Tubular Bells >에는 달랑 두 곡만 실려 있습니다. A면에는 'Tubular bells part 1'과 B면에 'Tubular bells part 2'. 25분 30초와 23분 20초짜리 두 곡이 수록된 < Tubular Bells >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던 버진 레코드에 돈을 끌어다 준 효자 음반이지만 이 걸작이 더 유명세를 탄 건 최고의 공포영화로 꼽히는 < 엑소시스트 >의 주제음악으로 사용됐기 때문입니다. 1974년에 전미 차트 7위를 기록한 이 곡은 자넷 잭슨이 1997년에 공개한 앨범 < Velvet Rope >의 타이틀곡에 샘플링됐죠.
1981년에 개봉한 영화 < Chariots Of Fire >는 스포츠 정신의 위대함과 종교의 경건함을 소재로 한 명작입니다. 1982년에 빌보드 1위와 아카데미 주제음악 트로피를 수상한 타이틀곡은 'Rain and tears'와 'Spring summer winter and fall'로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그리스 그룹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의 건반 주자였던 반젤리스의 시그니처 송입니다. 육상 선수들이 흐린 날, 바닷가를 달리는 오프닝 장면에 흐른 이 유명한 곡은 스포츠 다큐멘터리나 뉴스에 자주 등장해 우리 귀에 익숙한 음악이죠. 하지만 같은 그리스의 뮤지션 스타르보스 로가리디스의 연주음악 'City of violets'와 비슷하다는 의혹의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그리스 법원은 반젤리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도입부의 트럼펫 소리만 들어도 심장을 뛰게 만드는 이 곡은 대표적인 권투 영화 < 록키 >의 주제음악입니다. 우연하게 세계챔피언과 대결하게 된 무명 복서 록키 발보아는 밑바닥 생활을 청산하고 새벽 일찍 일어나 훈련에 전념하는데요. 이 훈련 장면에 흐르던 배경음악이 바로 'Gonna fly now'입니다. 빌 콘티가 만든 이 곡은 1976년에 싱글차트 넘버원을 차지했고 아카데미 주제곡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1977년 9월, 영화 < 스타워즈 >의 주제음악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메코의 두 가지 버전이 동시에 빌보드 싱글차트에 오르는 기록을 세웁니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오리지널 스코어는 10위까지 올랐고, 프로듀서 겸 작곡가인 메코가 디스코 스타일로 편곡한 버전은 차트 정상을 차지하죠. 이로서 20세기 최고의 영화음악 작곡가 존 윌리암스는 생존한 비 대중음악인으론 최초로 빌보드 탑 텐에 오른 최초의 인물이 됐습니다.
탐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 미션 임파서블 >의 주제음악은 < 007 > 테마와 함께 스파이 영화의 음악을 대표합니다. < 미션 임파서블 >은 원래 1960년대 후반에 텔레비전으로 방송된 드라마였는데요. 여기 주제곡을 작곡한 인물은 아르헨티나 출신 작곡가 랄로 시프린입니다. 그는 이 곡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41위까지 밖에 오르지 못했지만 그래미에서 2개 부문을 수상했는데요. 1996년에 제작된 영화의 주제음악은 그룹 유투의 베이시스트 아담 클레이튼과 드러머 래리 뮬렌이 연주해서 빌보드 싱글차트 7위에 인성하는 성공을 거뒀습니다.
제목과 연주자 이름이 낯설어도 이 음악은 우리나라 사람이 거의 다 압니다. 싸이의 '챔피언'이 이 곡의 건반 멜로디를 샘플링했기 때문인데요. 확실히 싸이는 가요보다는 팝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은 뮤지션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죠. 독일 뮌헨에서 태어난 해롤드 폴터마이어는 1970년대에 조르지오 모로더와 함께 유로 디스코의 시작점을 알렸던 뮌헨 사운드의 개척자인데요. 'Axel F'는 에디 머피를 인기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 < 비벌리 힐스 컵 > 사운드트랙에 들어있는 곡입니다. 타이틀 'Axel F'는 영화의 주인공 이름인 엑셀 폴리(Axel Foley)의 약자입니다. 1985년에 빌보드 싱글차트 3위까지 랭크된 신스팝의 명곡이죠.
1985년에는 또 다른 연주곡이 빌보드 차트를 강타합니다. 영화로도 리메이크 된 미드 < 마이애미 바이스 >의 테마곡 'Theme from Miami vice'인데요. 1985년 가을에 차트 정상을 차지한 이 곡은 체코 출신의 건반 주자 겸 작곡가 얀 해머의 대표곡입니다. 이 음악은 'Axel F'처럼 신스팝이지만 얀 해머는 1970년대부터 재즈 뮤지션으로 활동한 건반주자입니다. 우리에겐 영화 < 접속 >에 삽입돼서 인기를 얻은 'A lover's concerto'를 부른 사라 본의 공연에서 피아노를 담당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얀 해머는 이 곡으로 그래미에서 최우수 팝 연주 부문과 최우수 연주 작곡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이 음악도 아주 유명한 곡입니다. 'Pipeline'이나 'Walk don't run' 같은 곡들로 많은 사랑을 받은 연주 그룹 벤처스가 녹음한 'Hawaii Five-O'는 1968년부터 1980년까지 무려 12년 동안 방송된 텔레비전 시리즈의 주제음악이죠. 200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으로 쓰여서 젊은 세대에게도 잘 알려진 곡인데요. 1969년에 빌보드 싱글차트 4위를 기록했습니다.
미녀 색소폰 연주자 캔디 덜퍼의 'Lily was here'는 1989년에 제작된 네덜란드 영화 < De Kassiere >에 삽입곡입니다. 1991년에 전미 차트 11위를 기록한 이 음악은 영국 그룹 유리드믹스의 데이브 스튜어트가 작곡했는데요. 네온사인 불빛으로 뒤덮인 도시의 음산하고 관능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