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은 송 캠프를 통해 SM에 어울리는 창작자들을 연결해서 함께 작업하게 했다. 가령 이번에 열린 송 캠프에서는 오비(Obi)라는 프로듀서가 트랙 가이드로서 트랙을 만들어오면 탑 라이너들이 함께 트랙에 가사를 붙이고 멜로디와 비트를 만들어가면서 노래를 만들었다. 오비가 만든 비트와 코드를 바탕으로 다른 탑 라이너들이 함께 곡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SM의 스튜디오 안에 있는 여러 개의 방에 2~3명의 탑 라이너들이 나눠 들어간 뒤 며칠동안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곡을 만드는 것이다. 송 캠프를 시작한 그날도 탑 라이너들은 서로 끊임없이 얘기를 나누고 노래를 불러보면서 곡을 만들고 있었다. 한 부분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사전에 이 곡이 SM의 어떤 뮤지션을 대상으로 하는지 지정되어 있었고, 그들이 지금까지 했던 공연과 음악을 계속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SM에 따르면 이미 송 캠프가 10번 정도 진행되었고, <중독>과 <미스터미스터>가 송캠프를 통해 창작된 곡이라고 했다.
송 캠프를 SM이 처음 시작한 것이 아니고 같이 작업을 하는 방식도 적지 않았지만 송 캠프는 여러 측면에서 놀랍고 흥미로웠다. 우선 송 캠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창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우리는 창작이라면 예술가가 혼자 골방에서 끝없는 창작의 고통으로 고뇌하면서 내놓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철저히 개인적인 작업이며 아무도 건드릴 수 없고 건드리는 것이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SM은 이 창작의 과정을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 함께 하는 것으로 변화시켰다. SM은 송 캠프를 진행하면서 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가장 SM의 송 캠프와 어울리는 창작자를 찾았다고 했다. 그 말은 이렇게 함께 작업을 하더라도 기꺼이 자신의 창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창작자, 곡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끊임없이 수정하면서 조율해갈 수 있는 창작자, 한 곡에 대해 자신의 의도가 100% 관철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창작자를 찾았다는 의미인 것이다. 창작에 대한 고전적인 혹은 전통적인 관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도 SM의 송 캠프 방식을 수긍할 수 있었던 것은 혼자서만 작업을 했을 때는 곡의 완성도가 한결같기 어렵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창작자라고 해도 항상 좋은 곡을 써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창작자마다 더 잘해낼 수 있는 특기가 다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훅을 잘 만들고, 어떤 사람은 비트를 잘 만들지 않는가. 그래서 서로의 장점을 잘 결합시키면 더 좋은 곡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SM은 국내 창작자와 작업하고, 해외 창작자와 작업하면서 개인 창작자와 작업을 할 때 나타날 수밖에 없는 오류의 가능성을 송 캠프라는 집단 창작 방식으로 매뉴얼화하고 프로듀싱을 체계화함으로써 최소화하려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흡사 불량률 제로에 도전하는 기업의 제작시스템을 보는 느낌이었다. 이러한 방식이 음악을 무슨 제품처럼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밴드가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비난할 일만은 아니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여러 명의 작가들이 함께 작업을 하면서 대본을 쓰지 않던가.
오히려 주목해야 할 부분은 SM처럼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대중음악 산업의 중추가 된 회사에서 이같은 방식을 도입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송 캠프처럼 많은 자본이 필요한 방식을 수행할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산업적으로 규모가 커진 장르에서만 이같은 방식으로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즉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시스템화하면서 가장 완성도 높은 곡, 가장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곡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찾을만큼 한국 대중음악 시장이 산업적으로 고도화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SM이 다른 분야의 대중예술인들을 같은 회사로 끌어들이면서 사업을 다각화했다는 것과 함께 이처럼 내부의 프로듀싱 방식을 시스템화했다는 것이야말로 한국의 대중음악이 해외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만큼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창작자 개인의 욕구와 의지가 프로듀서를 통해 조율되어 발현되는 방식, 개인에게 맡겨놓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작업하게 해서 실패의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려는 방식으로의 변화가 창작과 제작, 저작권, 산업 등등에서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