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 여행의 끝은 결국 제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었다. 4년 전 팀 해체를 선언하고 각자 활동에 돌입했던 소년들이 다시 재주소년으로 귀의했다. 오랜만의 인사가 낯설지 않길 바라서일까 신보는 영락없는 재주소년의 음악이다. 귤 향기를 맡으며 추억에 잠기던 옛 시절의 순박한 감수성이 노래마다 여전하다.
팬들에게는 반가울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소년이 아닌 듀오에게 '재주소년답다'는 소감은 마냥 긍정하기도 어색하다. 다시 만난 이들이 앞으로 극복해야 할 것은 어쩌면 재주소년이라는 정체성 자체일지도 모른다. 제주라는 특정 공간(적 감성)과 소년이라는 일정 시기에 주목한 팀명과 음악 특성은 듀오만의 특수성을 마련해 주었지만, 동시에 재주소년을 그 특색 안에 가둬버리기도 했다. 때문에 제 개성으로 얼마나 다양한 음악적 이야기를 풀어내느냐가 앨범이 거듭될수록 관건이다.
신보에는 그러한 의지가 곳곳에 읽힌다. 드럼으로 꽤 비트감을 준 첫곡 'Missing note'나 재주소년식 트로트라 할 만한 '여자의 언어'는 듀오의 음악적 톤을 유지하면서 다른 색을 틔워보려는 움직임이다. 내레이션과 백 보컬을 중첩해 묘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스리랑카'가 향하는 곳도 더는 제주가 아니다. 그러나 다수의 곡들은 '기억병'이라는 노래 제목처럼 여전히 과거의 기억에 의존하며 멀어져가는 소년 시절과의 관계를 부여잡는다. 거기에는 그리움에 대한 어떤 강박마저 느껴진다.
지나간 옛 곡들을 두 번째 CD에 담아 정리했지만 신곡만으로도 충분히 매끄럽다. 노래들은 한결같이 따뜻하고 요소요소는 서로 허물없다. 박경환과 유상봉은 확실히 함께할 때 더 빛난다. 이 걸출한 조합이 '재주소년'이라는 이름 아래 지켜갈 것은 시기의 소년만이 아닌, 어른이 되어도 죽지 않는 내면적 소년성이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박제되지 않고 오래 생동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앨범이 이들의 리스타트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면, 재주소년의 음악은 그 길을 다시 내어갈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 제2막의 시작이 나쁘지 않다.
-수록곡-
1. Missing Note
2. 러브레터
3. 몰라요 몰라(Interlude)
4. 여자의 언어
5. 스리랑카

6. 기억병
7. Farewell

8. 수정선
9.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