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로듀서 제이크 고슬링(Jake Gossling)에게 전권을 일임했던 작업방식은 다시금 1집과 같은 '다양화' 정책으로 돌아섰다. 다만 그 판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전매특허 히트 제조기 퍼렐 윌리엄스의 손을 거친 리드 싱글 'Can't rely on you', 21세기 복고주의의 대표주자 라파엘 사딕과 함께한 'Mouth to mouth', 'Love only leaves you lonely'가 있으며 'Take me'는 그 이름도 유명한 존 레전드의 힘을 빌렸다.
여러 조력자들의 이름을 늘어놓았음에도 사실 앨범은 이러한 부가 상식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들어도 좋은 작품이다. 매끄럽게 잘 재단된 복고풍 팝의 향연이다. 건조한 비트가 만들어내는 중독성으로 무장한 'Can't rely on you'와 스트링 섹션을 통한 고풍스러움을 리듬에 더한 'Mouth to mouth'는 현대적 차원의 시도이며, 1960년대 모타운에 영향을 받은 걸그룹 시대를 연상케 하는 'Taste my own tears'나 1950년대 여류 가수들의 발라드를 연상케 하는 'Only love can hurt like this', 디스코 시대의 유산 'Impossible heart' 등은 그 자체로 과거의 발자취를 좇은 곡들이다.
세련된 편곡과 훌륭한 멜로디를 갖춘, 매끄러운 앨범이다. 그러나 과거로의 회귀라는 단단한 프레임이 다소 답답한 한계로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미 수많은 아티스트들로 확대 재생산된 영국산 빈티지 소울이기에 대단히 독특한 재해석이나 온전한 고전에 대한 헌사가 아닌 이상 깊은 인상을 남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기본에 충실하였고, 개성 또한 충만하나 가장 먼저,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단어는 '전형적'이다. 듣고 있는 것은 팔로마 페이스의 음악이지만 떠오르는 이름은 에이미 와인하우스, 아델임을 부정할 수 없다.
과거로의 회귀를 통해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노렸다. 그 현실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일단 당장 결과물 자체는 훌륭하지만 앞으로의 음악 세계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남길 수밖에 없다. 다소 유행에 뒤쳐진 느낌이 드는 빈티지 소울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버린 팔로마 페이스. 과연 '백 투 더 퓨쳐'를 통한 현재로의 귀환은 가능할 수 있을까?
- 수록곡 -
1. Can't rely on you
2. Mouth to mouth

3. Take me
4. Only love can hurt like this

5. Other woman
6. Taste my own tears
7. Trouble with my baby
8. The bigger you love (The harder you fall)
9. Impossible heart

10. Love only leaves you lonely
11. It's the not kno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