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황신혜 밴드의 배배꼬인 장난질은 그대로다. 유쾌하면서 어둡고 웃기면서 비릿하다. 과연 인간은 참으로 이상하다. 10년도 더 전에 어른 몰래 뜯어먹던 학교 앞 문방구의 형형색색 과자 맛이 이토록 그리웠을 줄이야. 그 재밌는 식감, 그 솔직한 색소 맛을 본 적이 있거나 초창기 인디에 대한 향수가 있는 사람에게라면 최근 붐처럼 불거졌던 '거장들의 귀환'이란 말이 언뜻 스쳤을 듯도 싶다. 더 깊게 감탄할 수 없는 이유는 딱 한 가지, 첫 경험이 너무 강했다는 것. '짬뽕'의 매콤한 뒷맛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이번 여름(혹은 가을, 혹은 겨울) 어느 하늘 밑은 인간들이 입 모아 외쳐대는 자조적 구절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