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7일, 별들은 '별'을 보러왔다. 공연장 앞은 2010년 3월 20일의 그 날처럼 '만남의 광장'이었다. 로다운 30(Lowdown 30)의 리더 윤병주와 석기시대 레코드의 대표 전홍필, 세션 베이시스트 서영도, 쿠바(Cuba)의 기타리스트 이정우, 집시 기타 박주원, 제이워커(Jaywalker)의 방경호, 기타리스트 김세황, 배철수 등 수많은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다수의 음악평론가와 애호가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오프닝 곡 'Loaded'는 텔레케스터로 대변되는 강렬하고 투박한 넘버다. 이어지는 'Nine' 역시 같은 기조로 흘러갔다. 객석의 모든 관객은 모두가 숨을 죽이고 단숨에 선율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실력이 늘고 있는 기타리스트가 있다면 단연코 이 사람, 1944년생의 할아버지 제프 벡이 유일할 것이다.
연주적인 하이라이트를 뽑자면 지미 헨드릭스의 명곡 'Little wing'이다. 세션 기타 연주자 니콜라스 마이어(Nicholas Meier)의 어쿠스틱 인트로에 이어진 익숙한 전주에서 모두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의 오랜 친구인 에릭 클랩튼, 그를 따랐던 스티비 레이 본의 연주와 큰 차이가 느껴지는 날카롭고 빽빽한 톤 메이킹은 확실한 독자성으로 빛났다. 최근 한국 공연을 성황리에 마무리한 존 맥러플린(John McLaughlin)의 'You know you know'에 대한 남다른 해석력을 뽐내기도 했다.
별다른 멘트가 없었던 첫 번째 내한과는 다르게 “비극적인 참사가 낳은 수많은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제 음악이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라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깊은 애도를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겸손한 자세는 명인으로서의 위상을 확인시켜주는 것이었다. 추모곡으로 연주된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의 'People get ready'는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고, 눈을 지그시 감거나 눈시울을 적시는 팬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세트리스트에 포진된 '커버 열전'을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찰스 밍거스(Charles Mingus)의 'Goodbye pork pie hat'와 비틀즈의 프로듀서 조지 마틴의 헌정 앨범에 수록했던 'A day in the life'를 비롯한 아일랜드 민요 'Danny boy'가 연주되었고, 특히 블루스 고전 'Rollin' and tumblin''는 템포와 리듬 전개가 압권이었다. 하이라이트인 시리타(Syreeta)의 'Cause we've ended now as lovers'는 완벽한 맞춤표다. 그만의 남다른 해석력과 더불어 이를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녹여낸다는 것이 놀랍다.
“주변에 기타를 두고 끊임없이 손가락 연습을 하며 손이 부드러워지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공연 전 사전 인터뷰 내용 발췌)
수십 년간 변함없이 자기만의 스타일과 사운드를 개척해내며 '기타리스트들의 기타리스트로' 인정받은 존경과 추앙의 대상이다. 평생을 이어온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은 결국 기복과 컨디션이 무의미한 '기타 명인'을 낳았고, 결국 신성한 연주의 경지를 이뤄냈다. 여기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제프 벡의 나이가 70세라는 것이다. 나이 듦에 무기력해지지 않고, 치열하게 자신의 위치를 견고히 다져왔다. 이럴 때 우리는 '위대하다'라는 말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