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중 화장실이 급하다며 잠시 무대를 내려오고, 싸우는 관객을 무대 위에서 갖은 욕설로 쫒아내는 남자. 우상이던 '비틀' 폴 매카트니를 만나 마치 오랜 친구인 듯 인사를 나누고, 그와 아이처럼 구르며 웃고 떠들 수 있는 남자. 바쁜 공연 일정으로 한 손에 운전대를, 한 손에 햄버거를 집으며 “이게 X발 사람 사는 거야?” 중얼거리다가 곧 “그래 X발 이게 로큰롤이지!” 외치며 호기롭게 웃어넘길 줄 아는 남자.
그렇게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2014년을 사는 데이브 그롤은 누구보다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뮤지션이다. 참여하고 있는 밴드만 해도 푸 파이터스와 뎀 크루키드 벌처스(Them Crooked Vultures) 두 집 살림에, 그마저도 기타와 보컬, 드럼 세 가지 포지션을 바쁘게 오간다. 그럼에도 세 분야 모두 뒤쳐짐이 없다는 점은 압권이다. 완전히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프린스(Prince)나 마이크 올드필드(Mike Oldfield)처럼, 그 역시 흔치 않은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셈이다. (※1995년에 발표된 푸 파이터스의 1집이 이미 그 혼자의 힘으로 보컬과 드럼, 기타, 베이스를 연주 및 녹음하며 1주일 만에 만든 앨범이었으니, 그 이전부터 다양한 악기를 섭렵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면 틀림이 없다.)
“돌이켜 보면 사운드시티에 갔을 때 저는 아직 어린 애였어요. 이 보드가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만든 이유죠. 이걸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었어요.” - 데이브 그롤
영화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사운드 시티는 영화보다도 데이브 그롤에 대한 매력에 더 빠지게 하는 필름이다. 대가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고, 니브 콘솔을 구입하기 위해 주문서 원본을 확인하는 모습 등을 통해 그가 얼마나 음악에 미쳐있는 사람인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치열하게 현재를 사는 로커라니. 게을러빠진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얄궂은 마음이 들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