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역사의 깊이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다양하다. 이제는 오래된 자료화면에서 '그랬을 법 했던 느낌'만 가질 수 있는 무성영화 시절, 화면과 음악만 존재했던 시기가 있을 것이고 토키영화의 본격적인 서막이 열린 후, 사운드트랙(Soundtrack)이라는 개념이 기술적으로나 대중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시절이 그러하다.
여기에 영화라는 매체가 시행착오와 실험의 단계를 거쳐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그 개념은 한차원 확장되었다. 그저 장면을 보조해주고 감정이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정도의 기능으로만 인식되던 영화속의 음악이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 독자적인 영역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데 가장 큰 변화로는 지금처럼 비디오를 통째로 다운로드 받거나 연관 컨텐츠(DVD나 BluRay등)를 소유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소장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대중매체인 음반시장과 결합한 예를 들 수 있다. 이는 곧 예술적으로, 상업적으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매년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음악상의 분류법에 따르면 영화음악은 크게 주제곡(Song)과 연주곡(Score)으로 나뉜다. 이는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관련 종사자들과 대중들이 동의하는 하나의 패턴으로 확립된 것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주제곡 하나가 영화의 흥행을 견인하거나 영화라는 모체의 존재를 제외하면 의미없는 현대음악 정도로 전락할 수 있는 연주곡이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또한 이것을 증명한다.
굳이 컬렉터들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영화음악이 지닌 독자적인 영역을 인정하고 그 역할과 기능, 더 나아가 아티스트(영화음악 작곡가)와 음악성을 연결지어 문화를 향유하는 역사 또한 깊다. 이들은 영화음악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목적과 의의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물론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지점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투자에 인색하지 않으며, 심지어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컨텐츠를 스스로 발견/지원하는데 적극적이기까지 하다.
해외의 경우 작은 규모로 시작된 영화음악의 발견이 해를 거듭하면서 재발매, 혹은 부가 컨텐츠가 추가된 패키지로 선보이거나 수천장 규모의 한정판이 금새 Sold Out되는 일들은 반짝하고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다. 영화음악의 고정적인 수요층들과 적극적인 팬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현상인 것이다.
하지만 영상을 매개로 하는 컨텐츠의 분야가 다양화되고, 이와 관련된 음악을 체험하고 청취하는 환경이 급변한 현대에서 영화음악은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 혼란의 예는 흔히 OST라고 명명되는 호칭의 문제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 호칭이 전후맥락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음이 바로 그것이다. 원래 사운드트랙이란 아날로그 필름에 소리를 기록한 부분을 명명하는 기술적 용어로 시작되었지만 현대에 들어 OST라는 용어는 영화/TV/뮤지컬/영상 장르의 구분을 위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조금 더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인터넷 웹툰이나 유사 작업과 연관된 음악을 언급할 때도 이 용어는 어김없이 사용되고 있는데 그것이 영상분야의 음악을 통칭하는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함시키더라도 용어의 본질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과하게 느껴지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영화음악의 용어와 의미를 제대로 되짚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것은 딱딱한 학술적 용어도, 난해한 추상화도 아니다. 영화음악 본래의 모습과 마주함으로서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작은 성의이자 예의라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