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록큰롤 라디오의 음악 같은 것이 그렇다. 음반의 제목처럼 그냥 입 닥치고 춤이나 추기 딱 좋은 음악 아닌가. 음악을 잘 모르더라도 들으면 금세 꽂히는 그런 음악인데도 록큰롤 라디오의 인기는 이른바 인디 신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나마도 록큰롤 라디오는 인디 신에서는 제법 인기가 있지만 내가 듣기에는 로큰롤 라디오의 음악은 인디 신에만 머무를 음악이 아니다. 동시대의 팝으로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음악이다. 그런데도 왜 이런 음악들이 인디 신의 인기에만 만족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얘기는 사실 이미 너무 많이 나왔다. TV에서 천편일률적인 아이돌 음악만 틀어줘서 그렇다고, 개성 있고 가치 있는 음악은 죽어간다는 얘기. 이제는 듣는 음악의 시대가 아니라 보는 음악의 시대라는 얘기. 이제는 음악이 BGM이 되어버려서 아무도 음악을 신경 써서 듣지 않는다는 얘기. 대중들은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와 스토리 같은 스타일을 소비한다고, 독특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 말이다. 그리고 그 대책에 대한 얘기도 얼마든지 많다. TV를 비롯한 매체에서 다양한 대중음악을 소개할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얘기. 대중음악 전문 방송 채널이 생겨야 한다는 얘기. 뮤지션과 제작자가 좋은 뮤직 비디오를 만들고, 독특한 스타일을 함께 만들어내야 한다는 그런 얘기 말이다.
이런 일이 한 두 해도 아니다. 인터넷이 일반화 되었다고 해도 TV에 나오지 않으면 대중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없게 되고, 음악만 열심히 해서는 인기는 고사하고 밥 벌어 먹고 살기도 힘들다는 문제 말이다. 음악만 잘해서는 안되고 뭐라도 특이하게 해서 남들의 시선을 끌지 않으면 주목받기 어려운 세상이다.
그러면 다 TV에 나오고, 독특한 스타일을 갖는 것만이 대안일까? 언젠가부터 우리는 이렇게 바뀌어버린 세상에 대해 시스템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자신도 변화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것처럼 여기기 시작했다. 진보적이고 대안적인 태도를 가진 뮤지션들과 비평가, 음악관계자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달라지는 것은 많지 않고, 대중과 시대는 그러거나 말거나 새로운 유행과 흐름으로 휩쓸려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시대의 변화를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그 흐름에 맞게 음악도 고민하고, 음악을 돋보이게 해줄 여러 마케팅도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무조건 내 음악이 좋으니까 들으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임을 안다.
그리고 IMF 이후 성인들이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여유를 앗아가버린 한국 사회에도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조금만 삐끗해도 금세 나락으로 떨어져버리는 나라에서 새로운 음악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뮤지션 윤영배가 언급한 기본소득제도 같은 것이 도입되지 않는 한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저녁이 있는 삶'은 일부의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대중들에게 좋은 음악을 찾아듣자고 해도 공허한 울림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래서 매체가 달라지고 한국사회가 달라질 수 있도록 계속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매체가 달라지고 한국사회가 달라지기 전에는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래서 아쉬운 것은 지난 1980년대 그렇게 좋은 음악을 찾아듣던 형과 누나들은 어디로 갔나 싶은 것이다. 조용필과 이문세만 잘 나간 게 아니라 그다지 유명하지도 않았던 노래마을의 음반이 십수만장씩 팔리던 시대였다. 그 때 좋은 음악을 알아보고 들어주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아무리 매체에서 좋은 음악을 들려준다고 해도 그 음악을 알아주고 음악을 위해 지갑을 여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이돌 음악밖에 안 보인다고 탓할 일이 아니다. 아이돌 음악이 그렇게 엉터리인 것도 아니고, 조금만 노력하면 좋은 음악을 찾아내기는 훨씬 쉬워진 시대이기도 하다. 현실의 변화와 흐름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해도 바로 우리 자신의 책임은 없는 것인지 돌아보지 않는다면 대중은 그냥 유행만 따라가는 어리석은 무리라는 결론밖에 내릴 것이 없다. 정치는 대중의 수준이라는 말이 있는데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남 탓만 해서는 달라질 게 없다. 이상적인 얘기일지 몰라도 결국 대중이 달라지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지금 당신은 어떤 대중인가.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 : bandobyu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