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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흥행보다도 더욱 고무적인 것은 OST의 선전이다.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4주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하며 앨범은 2003년 윌 스미스 주연의 < 나쁜 녀석들 2 > OST 이후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정상의 자리에 군림하고 있다. 미국에서만 87만 장이 팔려나감으로써 플래티넘 수여도 시간문제다. 브루스 스프링스틴, 2014 그래미 컴필레이션, 비욘세도 적수가 되지 못한다. 영화를 대표하는 주제가 'Let it go' 또한 빌보드 싱글차트 19위까지 오르며 경이로운 성공을 거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각종 음원 차트의 정상을 'Let it go'가 정복하고, 타 수록곡들까지 모두 상위권에 자리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정말이지 '마법'이라는 칭호가 이토록 어색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작 < 주먹왕 랄프 >(Wreck-It Ralph)가 < 치킨 리틀 >, < 로빈슨 가족 >등의 신(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흐름에 놓인 작품이었다면 이번 < 겨울왕국 >은 그 의도부터가 < 라푼젤 >의 속편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을 만큼 본래 디즈니의 프린세스 스토리를 계승한다. 따라서 영화 스코어 또한 디즈니의 전통적인 뮤지컬 속성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는 캐나다 태생 TV & 영화음악 작곡가 크리스토프 벡(Christophe Beck)과 뮤지컬 음악을 작곡하는 크리스틴-앤더슨, 로버트 로페즈(Kristen Anderson-Lopez, Robert Lopez) 부부를 기용하는 과감한 결정으로 이어졌다. 디즈니의 전설 앨런 멘켄(Alan Menken)도, 후기 디즈니 음악을 담당했던 랜디 뉴먼(Randy Newman)도 배제할 만큼 파격적인 선택이다. 그만큼 < 겨울왕국 >의 음악이 이전의 디즈니와는 다르면서도 전통의 향수를 자극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임무를 맡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선택은 적중했다. 자칫 어디에도 어울리지 못할 수 있었던 불확실성을 비웃기라도 하듯, OST는 뮤지컬 스코어의 극적인 장점은 살리면서도 한 편의 영화 구성을 튼튼하게 다짐으로서 흥행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 첫 트랙부터 이어지는 10곡의 주제가는 하나의 대중 앨범과 같은 흥을 영화에 부여하며, 영화의 각 장면과 캐릭터들을 뇌리에서 쉽게 지워낼 수 없게 만든다. 넘버를 담당한 로페즈 부부는 각 등장인물의 특징을 정확하게 집어낸 후 이를 대중적 멜로디로 풀어냄으로서 '삽입곡이 곧 히트곡이던' 디즈니 르네상스 시대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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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노래하는 엘사의 송가 'Let it go'는 이미 별도의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거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디즈니 송가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곡이다. 뮤지컬 배우 이디나 멘젤(Idina Menzel)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폭발적인 성량은 경이로운 영상과 함께 절정의 순간 모두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서정적인 멜로디의 피아노가 곡 전체를 주도하며 그를 보좌하는 오케스트라 구성은 차근차근 후반부 극에 달하는 순간으로 대중들을 인도한다. 뮤지컬 작곡가와 뮤지컬 배우가 빚어낸, 이전의 디즈니 스코어와는 분명 다르면서도 감동의 크기는 그에 못지않은 환상적인 하모니다.
단순히 한 곡만이 좋은 것이 아니다. 극을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맡는 각 넘버들은 'Let it go'와 대부분이 유사한 구성을 취함으로써 유사한 감동을 전달하면서도 확실한 개성을 통해 각각의 존재감을 공고히 한다. 'Do you wanna build a snowman?'은 수미 상관적 피아노 구성을 통해 전반부에는 어린 안나의 천진함을 돋보이게 하고, 중반부의 오케스트라 구성이 분위기를 조성한 다음 다시 후반부로 돌아와 차분하면서도 단출한 악기 사용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하는 감정의 이동 곡선을 훌륭하게 그려냈다.
장면으로만 제시되던 안나와 엘사의 대비는 아이러니하게도 유일한 합창곡인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에서 가장 극적인 부분으로 제시된다. 굳게 닫힌 성문을 여는 대관식 날의 상반된 감정을 하나의 선율 속에서 복합적으로 드러내는 가창이 인상적이다. 안나의 천진함은 이어지는 달콤한 러브송 'Love is an open door'로 또 한 번 돋보이며 즐거움을 선사한다. 여타 스코어와 다르게 밴드 구성을 전면에 세우고 가벼운 오케스트라 구성을 선택한 이 곡은 라푼젤의 'When will my life begin?'의 느낌 위에 그려낸 'I see the light'를 보는 듯한, 상쾌한 사랑의 세레나데다. < 히어로즈 >, < 가십 걸 >등의 드라마로 익숙한 크리스틴 벨(Kristen Belle)은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에서 다소 미숙한 가창을 보이기며 감정의 이입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특유의 발랄함을 잘 살렸다.
자매의 선창에 비했을 때 이후 눈사람 올라프의 스탠더드 스타일 가창곡 'In summer', 조연으로 자리하는 트롤들의 합창 'Fixer upper'를 제외하고는 크게 인상적인 지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철저히 엘사와 안나를 중심으로 하는 서사에서 기인한 문제다. 흥행에도 불구하고 한 편에서 계속하여 서사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까닭은 확실한 중심점에 비해 타 조연들의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약점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OST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있다. 흥미의 지속성이라는 관점에서 결코 호재가 아니지만 확실한 한 방을 전면에 탑재했다는 점에서 단점이 어느 정도 묵인되는 듯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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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페즈 부부의 인기에 가려있지만, 크리스토프 벡이 담당한 사운드트랙 또한 각 순간순간의 장면들을 적절히 묘사한다. 다만 앞서 언급했던 정통적 디즈니의 뮤지컬 시스템이 더욱 강화되어 극 자체를 지탱하는 플롯으로 자리하는 < 겨울왕국 >이기에 그 운신의 폭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부분이 앞부분의 스코어를 보좌하고, 그 사이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역할로서 자리한다. 스코어가 각각의 상징적 장면을 대표한다면, 사운드트랙은 이야기 전개를 좀 더 명확히 해주며 신비로운 동화 속 왕국 아렌델과 마법의 세상이 자아내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많은 방면에서 노르웨이의 전통 생활 방식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제작 노트의 말처럼 OST 또한 노르웨이의 영향이 작용하는 트랙들이 포진되었다. 노르웨이의 여성 합창단 칸투스(Cantus)의 합창으로 디즈니의 성(城)과 함께 시작을 알리는 'Vuelie'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감정의 절정이다. 노르웨이 전통 악기와 합창 기교가 사용된 'Heimr Arnadalr'가 이를 이어가며 엘사의 대관식을 근엄하게 만들어준다. 'Vuelie'와 이어지는 'Elsa and anna',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의 앞부분에서 열리는 성문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와 설렘을 자극하는 'Coronation day'는 마치 동화의 한 장면 같은 아름다움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이는 전반부뿐만이 아니라 위기와 절정, 결말까지 이어지는 흐름이며, 중반부 아름다운 얼음의 세계를 그리는 'The north mountain', 'We were so close'와 맨 마지막 해피엔딩을 장식하는 'The great thaw'와 'Epilogue'에서 특히 극대화된다.
오케스트라와 합창이라는 큰 두 요소는 분위기의 반전 속에서도 그 기조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숨기고자 했던 마법이 드러나며 곤경에 처하는 'Sorcery'부터 오케스트라는 이전의 가벼움을 걷어내고 웅장함을 강조하며 위기의 상황이 도래했음을 천명한다. 현악기들이 단계적으로 긴박함을 조성해나가며 이후 합세하는 금관악기와 타악기의 하이라이트는 강을 얼리며 뛰어나가는 마법 같은 엘사의 장면과 오버랩 되며 신비로움과 동시에 긴장, 그리고 안타까움을 전한다. 이후 영화의 절정 장면에서 'Summit seige'부터 'Treason'까지 빠른 장면의 전개와 급격한 박자의 상승이 어우러지는 긴박한 구성은 대중들은 긴장의 한계까지 몰아붙인다. 극적인 순간에 아무런 배경음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감정을 터져 나오게 하는 도화선까지 마련되어있다.
디즈니의 오랜 자랑인 '공주 이야기'라는 점을 제외하면 < 겨울왕국 >은 대부분이 새로운 시도들로 가득 차 있다. 두 명의 공주 자매를 전면에 배치하고, 타고난 능력이 축복이 아닌 저주처럼 여겨지게 하였으며 내면의 고통을 구체적으로 세세하게 묘사한 장면 등 전형적인 '행복하게 잘 살았대요' 류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뜻밖의 서사적 구성은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지만, 이가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1억 5천만 불의 제작비를 들인 환상적인 영상,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름다운 음악의 힘이 모든 단점을 묻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방어기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라푼젤 >이 보여준 개혁의 가능성은 < 겨울왕국 >을 통해 모든 부문에서 더욱 과감한 지점까지 나아갔고, 결단은 'Say goodbye to the pain of past'라는 노랫말과 같이 새로운 디즈니 르네상스의 문을 활짝 열었다.
영화와 더불어 음악에 쏟아지는 온 세계의 어마어마한 관심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현상이 아주 새로운 흐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 인어공주 >, < 미녀와 야수 >, < 알라딘 >, < 라이온 킹 >의 아름다운 음악을 누구나 들었고, 사랑하며 인생을 함께했다. 단지 < 겨울왕국 >이 먼 길을 돌아 그 자리에 새로이 앉았을 뿐이다.
- 수록곡 -
1. Intro - Frozen heart- (얼어붙은 심장)
2. Do you wanna build a snowman? (같이 눈사람 만들래?)

3.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태어나서 처음으로)

4. Love is an open door (사랑은 열린 문)

5. Let it go (다 잊어)

6. Reindeer(s) are better than people (순록이 사람보다 좋지)
7. In summer (여름날)
8.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Reprise)
9. Fixer upper (부족한 점)
10. Let it go (Single ver.) - Demi Lovato

11. Vuelie (Feat. Cantus)

12. Elsa and anna (엘사와 안나)

13. The trolls (트롤들)
14. Coronation day (대관식 날)

15. Heimr arnadalr (고향 아렌델)
16. Winter's waltz (겨울의 왈츠)
17. Sorcery (마법)
18. Royal pursuit (여왕 추격)

19. Onward and upward (나아가며 올라가며)
20. Wolves (늑대들)
21. The north mountain (북쪽 산)
22. We were so close (우리는 너무 가까워)
23. Marshmellow attack! (마시멜로 공격!)
24. Conceal, don't feel (마음 열지 마, 들키지 마)
25. Only act of true love (오직 진정한 사랑의 행동)
26. Summit seige (정상을 포위하며)

27. Return to arendelle (아렌델로의 귀환)

28. Treason (반역)
29. Some people are worth melting for (녹아도 좋은 사람)
30. Whiteout (화이트아웃)

31. The great thaw (Vuelie Reprise)
32. Epilog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