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공개되었던 'Rock n roll'과 'Here's to never growing up'이 전면에 배치되었다. 자신이 무언가에 의해 재단되고 어른으로 남는 것을 거부하는 곡들이다. 그 때문인지 앨범 전반에는 어리다는 것 혹은 나이에 관한 암시가 깔려있다. '17'나 'Bitchin' summer'은 그런 자유로운 삶에 대한 동경을 담은 대표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성관계를 암시하는 'Bad girl'등에서 비치는 악녀에 대한 묘사도 여전하다.
나이에 따라 많은 심경과 경험의 변화를 맞이하면서도 메시지만은 한결같이 유지해온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앨범은 그 서사를 담아내는 과정에서 용두사미격인 결과물로만 느껴진다. 중반부를 넘어서는 순간 곡들은 그 주제만을 나열하기 바쁘다. 음반이 끝나가는 마당에 성급히 문을 닫고 있는 'Falling fast'가 그나마 선방을 한다.
스스로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걸면서까지 그녀가 보여주려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파격적 행동들은 나이 서른을 넘어서도 계속될 것이다라는 이야기만 하려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야기를 담는 그릇들에 있다. 어느 순간 그는 팝과 록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팝 같은 록과 록 같은 팝은 분명 다른데 그 어느 쪽으로도 몸을 누이지 못한 채 애매하게 발을 걸치고 있는 것이다. 'Rock n roll'이나 'Let me go'를 듣고 초기 에이브릴 라빈을 생각하며 반가워했을 팬들에게 'Give you what you like'와 같은 곡들은 너무 평범한 팝 넘버이다. 마릴린 맨슨(Marylin Manson)까지 대동하면서 한껏 기를 살려놓은 'Bad girl'다음의 'Hello kitty'는 또 얼마나 의아한가. 아이돌 댄스곡마저 연상시키는 'Hello kitty'는 에이브릴 라빈이 건너지 말아야했던 선이다.
그녀의 새로운 배우자 채드 크로거(Chad Kroeger)가 중심을 잡아주는 'Let me go'정도만이 앨범의 각을 잡아주고 있는데 이런 포인트들도 실상 전체적인 조망에서는 빛을 잃는다. 채드 크로거가 앨범 작업 전반에 쏟은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Hello kitty'를 제외한 각 수록곡들이 튀지 않고 안정적으로 흘렀다는 것만은 다행이다. 그렇지만 에이브릴 라빈 스스로가 지향한 목표는 그저 그런 말괄량이 팝 가수가 아니었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그런 목표를 담을 제대로 된 외양도 없이 의도와 이야기만 가진 채 산산이 부스러질 뿐이다. 행동으로 나타나지 못한 말들은 앨범 커버 속의 그가 바라보는 허공만큼이나 공허하다.
-수록곡-
1. Rock n roll

2. Here`s to never growing up
3. 17
4. Bitchin` summer
5. Let me go (Feat. Chad Kroeger)

6. Give you what you like
7. Bad girl (Feat. Marilyn Manson)
8. Hello kitty
9. You ain`t seen nothin` yet
10. Sippin` on sunshine
11. Hello heartache
12. Falling fast

13. Hush hu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