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점에 있어서는 차라리 지난 미니 앨범 < I >가 더 나았다고 판단된다. 다섯 곡이라는 짧은 구성 가운데서도 다양한 색깔을 구성함과 동시에 록의 이미지를 함께 가져갔던 전작을 떠올려보면 다 듣고 나서 딱히 기억에 남지 않는 이번 음반은 상당히 한정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작품 바깥으로 살짝 벗어나보자. 아티스트 스스로 비중을 가져가려는 움직임은 상당히 고무적인 사실이다. 정규 앨범이라는 결과물을 두고 보았을 때는 실패에 가까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캐릭터를 잡아가려 방향타를 조절해 나가는 모습과 그 일환으로 작곡과 작사 과정에 다양하게 참여한 크레디트, 여전히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보컬을 생각했을 시에는 긍정적인 요소들이 분명 연장된다.
이를 함께 고려했을 때 음반은 조금 더 재밌어진다. 동선이 명백하게 파악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려지는 스케치는 얼추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얼추가 아닌 확실함으로, 흥미로운 정도가 아닌 높은 수준으로 출력물을 끌어내려면 여기에는 아티스트의 욕심이 더 필요하겠다. 가수의 행보에서 기대가 걸리는 한 자락 단초를 제외한다면 그렇게 매력적인 작품은 아닌 셈이다.
-수록곡-
1. 빛
2. Don't walk away (Feat. 용준형 of Beast)
3. Just another girl
4. Butterfly

5. Rotten love

6. 햇살 좋은 날 (Feat. 이상곤 of 노을)
7. Let the rhythm flow
8. 그랬지
9. Now is good

10. 9+1#
11. Luvholic (Feat. 하동균)
12. Modem beat
13. Parad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