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박진영이라는 아이콘을 디테일하게 코드 1(singer=광대), 코드 2(dancer=음악에 대한 반응), 코드 3(desire=나의음악), 코드 4(musician=딴따라)로 나누어 보여준 것이 돋보였습니다. 특히나 이번 편에서의 메인이 될 수 있는 내용은 이번 박진영 10집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인데, 이런 메인 요소가 되는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어서 그가 이번 10집을 무슨 마음가짐으로 만들었고 이전 앨범들과는 무엇이 다른가를 본인 입으로 길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10집 앨범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지요.
그렇기는 해도 이러한 내용들은 굳이 이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들을 수 있고, 사실상 이 이야기들은 박진영이 딴 프로에서도 이미 했던 이야기여서 이 부분만 계속 들먹였다면 사실 지루하고 상투적인 전개가 됐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박진영 편은 그의 10집 앨범을 부각하기보다는 다른 내용에 포커스를 맞추었습니다. 이게 승부수였던 것 같습니다. 풀어서 이야기해 보자면 여타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박진영의 새로운(아니면 이제까지 비춰주지 않았던) 모습을 이끌어냈다는 것, 이게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습니다.
- 박진영이 가지고 있는 작곡가의 자세에 대한 철학 --> 곡을 만들 때 가슴으로 시작해서 머리로 완성해라, 단 가슴으로 끝까지 완성하지 마라(시대의 흐름, 대중의 심리, 트렌드 분석을 개입해라)
- 박진영이 생각하는 노래란? --> 말하는 것처럼 노래를 들리게 하면 설령 노래를 못해도 히트곡이 된다. (말하는 것처럼 하면 공감대를 느끼게 할 수 있다) 곧 음악은 스킬이 아닌 감성이다.
두 번째로는 각각의 앨범에 대한 음악적인 설명들을 박진영 본인에게 들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유독 음악적 전문성을 띤 용어들(화성악, 5도 진행, 디미니시 코드, 근음치환 등등)이 연이어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이 뜬금없이 나왔으면 도대체 뭘 전하려는 것인지 완전 혼란스러웠겠지요. 하지만 솔직히 꽤 놀랐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전문적인 내용이...!!'
게다가 그런 전문성을 펼치는 이유가 온당했습니다. 본인이 각 앨범을 만들 때마다 하나하나의 음악이론을 알게 되고 그것들을 자기 것으로 전이시키는 화학적 과정들을 말해주기 위해서였지요. 그러면서 작곡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그것이 박진영을 만들었다는 얘기로 진행되었습니다. 진실성 있는 작곡가의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음악을 대하는 자세를 각 앨범을 통해서 본인이 말해주니 더욱 와 닿았지요. 특히 그저 아이돌 음악만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아닌 작곡에 대한 그리고 음악적 이론에 대한 열정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이 평소 접하지 못했던 음악적 전문성을 띤 내용과 그 내용을 설명하는 박진영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반전적인 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내용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으로는 이번 박진영 편은 음악을 좋아하는 저로서 매우 의미 있고 또한 그를 좋아하는 팬들 혹은 그를 몰랐던 사람들도 그의 음악에 대한 진정성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닌 다른 시청자들의 입장이 되어서 본 프로그램에 대한 견해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그냥 단순히 “박진영이 이번에 무슨 음악을 가지고 왔을까?”가 보고 싶어서 티비를 틀었던 것인데 너무 음악적으로 접근한 탓에 이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금방 지루해 했을지도 모릅니다. 본인들끼리 신나서 떠드는 것으로 밖에 안 보였을 수도 있다는 거지요.
반면에 <봄여름가을겨울의 숲>, 이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음악에 대해 관심, 아티스트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오랜만에, 제가 알기로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최초로 전문적인 내용을 다뤘기 때문에 인상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음악적으로 본다면 관념의 언어가 아닌 사실의 언어를 다뤘다고 할까요. 신변잡기, 화제성, 정황 그리고 평론을 떠나 음악가에서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기회가 늘어났으면 합니다. 음악인은 음악을 얘기해야 하고 매체는 바로 이것을 전해주어야지요. 자꾸 이러한 시도가 나와 주기를 기대합니다.
사진출처 : 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