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50년 남짓의 역사를 갖고 있는 국가 남아프리카 공화국. 모두가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 정체를 모르던 가수가 있었다. 로드리게즈 (Sixto Rodriguez) - 남아공의 국민가수이자, 차별을 비판하고 자유를 노래하며 자신도 모르게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던 한 미국 가수의 이름이다.
70년대 중반, 남아공에서 진보주의자 중산층 집을 무작위로 들어간다고 했을 때, 그 곳엔 턴테이블과 팝 앨범들이 있을 거고 그 레코드들을 뒤졌을 때 이 세 가지는 반드시 있었습니다. 비틀즈의 < Abbey Road >, 사이먼 & 가펑클의 < Bridge Over Troubled Water >, 마지막으로 로드리게즈의 < Cold Fact >. 우리에게는 지금까지도 가장 유명한 레코드들 중 하나예요. -Stephen 'Sugar' Segerman (스테픈 '슈가' 시거맨. 남아공의 레코드샵 운영자)
우연한 계기로 LP 사본이 퍼지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남아공에서 엘비스 프레슬리보다도 유명한 가수가 된 그였지만, 본토인 미국에서는 단지 6장의 음반판매고를 기록한 실패한 가수에 불과했다. 자신을 아는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지 않았기에 남아공을 방문한 적도 없었고, 그래서 남아공 내에서는 이미 죽고 없는 것으로 구전되고 있었다.
< Searching For Sugar Man >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죽어있는 그의 행적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결국 그가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여전히 살아있는 리빙 레전드임을 밝혀낸다. 남아공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그는 미국에서 완전한 무명의 가수였고, 허드렛일로 삶을 영위하는 막노동꾼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그가 기대 이하의 인물이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풍족함을 즐기지 않는, 그리고 삶을 위한 노동을 즐겁게 생각하는 속세 밖의 사람이었을 뿐이니까. 해탈한 도인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할까.
필름 곳곳에 삽입된 그의 목소리는 그런 그의 풍모를 그대로 드러낸다. 현실을 직시하는 가사와 철학적인 은유, 그리고 대가 아티스트들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아우라를 목소리에서 접하는 순간, 그를 아는 음악관계자들이 하나 같이 같은 목소리를 내는 이유를 대번에 알 수 있다. “그가 왜 실패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는 훨씬 더 유명해졌어야만 했습니다.”
OST 앨범은 그가 활동했던 시기에 발표한 곡들을 취합해 완성되었다. 그를 상징하는 노래 'Sugar man'과 남아공의 메가 히트 'I wonder'등, 모두 국내에 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노래들이다. 국내에서 정당한 경로로 그의 목소리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는 바로 이 앨범뿐이다. 여기에 다큐멘터리의 감동과 음악과 줄거리 간의 합(合), 그리고 노래 본연의 완성도까지. 작품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이유는 많다.
자신도 모르게 바다 건너 대륙에서 전설이 되었다는 이야기, 믿을 수 없을 만큼 기이한 이야기이다. 이것은 그러나 분명 현실에 대한 기록이다. 그 기록을 뒤쫓다 보면 때로는 음악 비즈니스의 추악한 그림자를 보기도, 때로는 음악이 어떻게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지 그 사례들을 직접 만나며 거대한 감동과 마주치기도 한다.
더욱 감동적인 것은 인생이 뒤바뀐 후에도 여전한 삶에 대한 그의 태도다. 남아공에서의 투어 후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속세 밖으로 돌아가는 그의 모습은 속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경외감마저 느끼게 해준다. 물론,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로드리게스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할 때였다. 아마 영화를 접한 이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하리라.
“살아있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 1998년 남아공 투어 첫 공연의 인사말
누가 할 소리. 지금이라도 당신을 알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 살아 있어 주어 진심으로 감사하다. 남아공만의 영웅이 아닌, 모두의 영웅으로 지구촌 사람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작품은 2013년도 85회 아카데미 영화제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했다.
-수록곡-
1. Sugar Man

2. Crucify your mind

3. Cause

4. I wonder

5. Like Janis
6. This is not a song, It's an outburst: or, the establishment blues

7. Can't get away
8. I think of you

9. Inner city blues
10. Sandrevan lullaby – lifestyles
11. Street boy

12. A most disgusting song
13. I'll slip away

14. Jane S. Pid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