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했던 아케이드 파이어가 다시 움직인다고 하니 그들의 팬은 물론이고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그 소식을 가볍게 넘길 순 없다.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지만, 분명 발매되는 순간만큼은 잠시 동안 신보에 집중하는 시간이 되리라는 것에 반론할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결과에 상관없이 아케이드 파이어의 네 번째 앨범 발매 날은 록 마니아들에겐 심심하지 않은 시간이다.
특히 신보에 대한 기대를 증가시키는 건, 그 대상이 영미권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 아니라 지구촌 음악 팬들도 대상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음악을 들을 환경(PC나 스마트폰)과 일정 금액의 돈만 갖고 있다면 모두가 누릴 수 있다.
만약 이 얘기를 듣자마자 머리가 갸우뚱해진다면, 당신은 평소 아케이드 파이어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 The Suburbs >가 한창 화두 될 당시 앨범 구매에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오해해도 어색하지 않다. 지금이야 그래미 수상 이후 EMI를 통해 정식 유통됐지만, 그전까지 한국에서 밴드의 3집은 스트리밍으로는 들을 수도 없었으며, 수입반도 적게 들어와 손에 넣기가 어려웠다. 그야말로 '귀한' 음반이었다.
여기서 한 인디 밴드가 팬들에게 음악을 알리고, 음악을 팔려는 방법과 자세에 대해 배울 점이 생긴다. 아케이드 파이어 정도라면 굳이 기본적인 유통망을 보유한 상태에서 다른 결제 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미 그들은 < Funeral >(2004)부터 많은 이목을 끌었으니까. 그럼에도 정당한 음원의 대가와 더 많은 사람이 이들의 음악을 듣기 위한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홈페이지에서 판매가 가능한 별도의 사업장을 등록해 놓았고, 비자나 마스터가 연결된 신용카드 혹은 체크카드만 있다면 바로 구매하여 들을 수 있게 환경을 마련해놓은 것이다.
전자 결제 시스템이 도입되었기 때문에 마치 어마어마한 IT 공사비가 들 것으로 추측할 수도 있지만, IT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이라면 아케이드 파이어 홈페이지에서 사용된 자바스크립트와 제이쿼리를 통해 결제 창을 띄워 놓은 방법에 대해 어렵게 느끼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리 많지 않은 돈으로 프리랜서를 고용한다면 누구나 구현할 수 있으며, 주변에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지인으로 존재한다면 더 적은 비용으로도 구축할 수 있다.
딱 몇 년 전이라고 정하긴 애매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음악을 파는 뮤지션들의 비중은 분명 높아지고 있다. 국외에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의 신보는 아예 홈페이지에서만 팔고 있으며, 한국에선 시와가 앨범 부클릿을 무료로 제공하되, 앨범을 원할 경우 이메일 주문을 통해 음원을 판매하기도 했다.
많은 한국의 뮤지션들이 불공정한 음원 수익 배분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 어떤 뮤지션도 독자적으로 나서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추진 못했다. '아케이드 파이어만큼 벌지 못해서'라는 얘기는 변명일 것이다. 음원 판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자체가 큰돈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 음원 유통사와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IT에 대한 소극성이 지금과 같은 방치된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국내 대형 가수 중 위와 같은 자세로 접근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음악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방법. 더 많은 사람이 합법적인 음악을 듣게 하는 방법은 어느 순간부터 유통사와 협회가 아닌 뮤지션 혹은 소속 레이블이 직접 나서야 할 상황이 됐다. 이렇게 된 처지가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조금만 더 자발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현재의 불평등을 개선할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다. 더욱이 K-POP의 위상이 높아진 이 시대에서 홈페이지 판매만큼 편리하고 매력적인 유통 방식이 어디 있겠는가. 겨우 한 번이지만, 이 맛을 제대로 느껴서 그런지 나는 이번 아케이드 파이어의 신보도 홈페이지를 통해 받아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