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로부터 2년, 순식간에 일어난 일본침공이었다. 그저 한명의 패션모델에 지나지 않았던 그는 캡슐을 이끎과 동시에 퍼퓸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나카타 야스타카(中田 ヤスタカ)를 만나 총천연색 음악괴물로 변모했다. 이 히로인에게 맡겨진 것은 사람들의 청각과 시각 점령이라는 과제. 마치 곡 제목인 'Invader'로 분하듯 단숨에 산발적이고 광범위한 입자탄을 흩뿌렸다. 리얼타임으로 전해오는 관심을 먹고 자란 캬리파뮤파뮤의 위력은 이제 월드 투어도 거뜬할 만큼 전방위적인 소구력을 갖추는 과정에 돌입했다.
최근의 상승기류를 타고 선보인 신보는 그야말로 '위세 굳히기'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이미 발표된 5장의 싱글과 3곡의 CM송을 시디 한 장에 몰아넣은 덕분에 그 농도는 건너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다. 이미 검증된 나카타 야스타카의 송 라이팅은 말할 것도 없고, 캐릭터와 자아의 중간지점에 있었던 가수 본인도 이제 명확히 '캬리'로서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노래와 안무, 콘셉트라는 세 개의 직선이 어느 때 보다도 완벽한 트라이앵글을 그려내는 것은 어느 곳에 꼭지점이 놓여야 하는지 알아채는 식별능력이 그만큼 강해졌음을 의미한다.
첫 번째 앨범이 음악에 관심이 없는 아이도 눈을 돌리게 했을 정도의 '근사함'과 '즐거움'을 만들어냈다면, 소포모어작은 그 세계를 절대다수로 확대시키는 것에 포인트를 두었다. 진폭이 적고 반복적인 선율이 주가 된 보컬 사용으로 원초적인 감각에의 자극을 목표로 했던 것이 전작이라면, 이번에 노린 것은 팝적인 선율을 가미함으로서 극대화되는 곡 자체로서의 카타르시스다. 여기에 더욱 디테일해진 스타일로 유니크함을 창출해내며 많은 여성들의 동경을 단숨에 끌어안았다.
이러한 운신의 폭은 사실 나카타 야스타카가 구상한 전략의 한 줄기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는 항상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들의 역할을 조금씩 구분해 왔는데, 캡슐이 < Player >(2010)를 기점으로 < World of Fantasy >(2011)에 이르러 하드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지향할 시기에 퍼퓸의 앨범 중 가장 가요의 맛을 지니고 잇었던 < JPN >(2011)이 나왔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이 연장선상으로, 퍼퓸이 활발한 해외진출과 함께 'Spending all my time'과 'Magic of love' 등의 탈일본적인 사운드를 시도하고 있는 요즘 캬리에게는 극히 본토스러운 요소가 집중되고 있다. '캬리는 내수용, 퍼퓸은 수출용'이라는 한마디가 적확해 보인다.
상반기 최고 히트곡으로 손꼽힐 만한 'にんじゃりばんばん(Ninja Re Bang Bang)'에 그 맥락이 우선 밀집되어 있다. 게임 속 닌자를 떠올리게 하는 음계와 신시사이저의 사용은 확실한 후렴구와 함께 그야말로 대세와 같은 중독성을 지체 없이 내뿜고 있다. 록사운드와의 조합이 새로운 'ファッションモンスタ-(Fashion Monster)', 전작과 같은 반복의 미학을 적절히 조화시킨 곡이라면 'インベ-ダ-インベ-ダ-(Invader Invader)', 이를 완전 전면에 내세운 곡을 원한다면 무작정 해당 가사를 되풀이하는 'み'와 'くらくら'를 들으며 귀를 기분 좋게 괴롭히는 것도 가능하다. 초창기 캡슐이 그리워질 만한 커버곡 'Super Scooter Happy', 왠지 모르게 이가라시 미츠루(五十 嵐充)가 주도했던 초창기 에브리 리틀 씽(Every Little Thing)이 연상되는 'さいごのアイスクリ-ム(Saigono Icecream)', 힘을 뺀 음색이 왠지 모르게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キミに100パ-セント(Kimini 100 Percent)' 등 러닝타임을 채우고 있는 것은 질릴 새 없는 다채로운 별빛 퍼레이드의 순간순간이다.
이처럼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건만 이것이 후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급격히 말수가 줄어버리고 만다. 어쨌든 '캬리파뮤파뮤'라는 아티스트는 철저히 캐릭터라는 테두리 안에 있으며, 가수라기보다는 하나의 퍼포머에 가깝기 때문이다.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그가 각종 보정과 치장을 지웠을 때 드러나는 본연의 나약함을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 이는 에이케이비48(AKB48)의 새 싱글이 140만장을 팔지언정 노래로서 크게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작금의 딜레마와 맞닿아 있다. 또 다른 자아를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이 본연의 스타성에 기인할 지라도, 좀 더 좋은 가수의 출현이 절실한 제이팝 시장에서 이와 같은 인재와 결과물, 성과에 대한 심각한 반목은 분명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기획의 선도(鮮度)가 승부의 8할이다. 이는 당장은 많은 이들이 즐길만한 회전목마로서 분할지라도, 그 회전속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캡슐과 같은 묵직한 무게감도, 퍼퓸과 같은 극한의 안무능력도 그녀에게는 없다. 웰메이드 음악을 통해 가볍게 대하기엔 더할 나위 없는 생동감 있는 페르소나를 창조해냈지만, 이를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이 작품은 제시하지 못한다. 노래는 있으나 가수는 없고, 디렉터는 있으나 아티스트가 없는 이 곳. 그 한복판에 있는 판타지 월드는 위태위태하기에 더욱 짜릿한 극한의 엔터테인먼트를 선사하고 있다.
- 수록곡 -
1. なんだこれくしょん(Nanda Collection/뭐야 Collection)
2. にんじゃりばんばん(Ninja Re Bang Bang)

3. キミに100パ-セント(Kimini 100 Percent/너에게 100 Percent)

4. Super Scooter Happy
5. インベ-ダ-インベ-ダ-(Invader Invader)

6. み(Me)
7. ファッションモンスタ-(Fashion Monster)
8. さいごのアイスクリ-ム(Saigono Icecream/마지막 Icecream)

9. のりことのりお(Norikoto Norio/노리코와 노리오)
10. ふりそで-しょん(Furisodeshon)

11. くらくら(Kura Kura/어질어질)
12. おとななこども(Otonana Kodomo/어른스러운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