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Monochrome
2013
이제야 모습을 갖추어가는 이효리식 스웩(Swag)

새로움에 대한 강박관념은 < H-Logic >(2010)에서 그 극단을 보였다. 'Chitty chitty bang bang'에서 선보인 화려하다 못해 과해보였던 콘셉트는 인간 이효리의 모습을 뒤로 한 채 스타로서의 욕망만을 대중에게 강요했고, 일방적인 수용은 되레 극심한 호불호라는 역효과만을 불러왔다. 여기에 표절사건까지 휘말리며 좋은 음악을 찾고자 했던 시도까지 저평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구별하지 못했던 그의 참패. 이것은 여자로서의 매력으로도,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트렌드세터로도 대항할만한 적수가 없다는 '언터쳐블'로서의 이미지 구축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최고를 유지하려 덧칠해왔던 화장이 얼굴에 독을 피우는 순간이었다.

이번 앨범은 이를 씻어내는 클렌징 폼이다. 신보 안의 민낯에 가까운 그는 확실히 무언가 내려놓은 듯한 모습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보여주었던 내면과 주변관계의 변화가 계기였겠거니하는 첫인상을 믿고 16곡이나 되는 트랙들을 진득하게 훑어나가다 보면, 곡들이 큰 연관성을 가지는 것이 아닌데도 하나의 뚜렷한 흐름이 감지된다. 일전에 그의 디스코그라피에서 느낄 수 없었던 자연스러움이다.

그간 한껏 꾸민 반주와 목소리로 인위적인 자랑거리를 늘어놓던 그가 낼 수 있는 음역대에서 편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위해 동원된 레트로 소울과 알앤비, 포크와 록큰롤 등 루츠 뮤직으로의 접근도 모두 악기 자체의 사운드와 연주 등 기본에 충실한 덕분에 어느 때보다도 보컬과 음악의 이음새가 탄탄하다. 이처럼 내면의 파장이 주를 이룬 주파수는 이전에 보였던 저항값 없이 빠르게 그리고 강렬히 동시대 사람들에게 전파된다. 조금씩 그가 하는 노래들이 단순한 감상에서 벗어나 공감의 영역에까지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선공개한 자작곡 '미스코리아'는 그러한 의도를 전하기에 가장 적확했다. 치장에 집착했던 그가 솔직한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음악적으로도 진일보했음을 알리는, '이효리 ver 2.0'으로의 선언이었다. 피아노의 미묘한 불협화음이 서두를 장식하는 같은 맥락의 타이틀 'Bad girl'은 그동안 대중들 앞에서 가면을 써야 했던 자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며 4집까지의 그와 작별한다. 리얼세션의 그루브와 코러스의 끈적함은 중저음에 포인트를 둔 음색과 어우러지며 달콤하지만 조금은 씁쓸한 캐러멜향의 아우라를 내뿜는다. 이번만큼은 스타일링에 침범당하지 않는 '곡으로서의 매력'이 훌륭한 곡으로 확실히 자리 잡고 있다.

화제였던 여러 뮤지션과의 협업도 일단은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최근 자주 언급되는 블루스 뮤지션 김태춘과의 두 곡은 흥미롭다. '사랑의 부도수표', '묻지 않을게요' 모두 어떻게 보면 그냥 원래 그의 스타일에 이효리가 목소리만 얹은 것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이를 캐릭터에 맞는 가사와 보컬 톤으로 마감질하며 단번에 프로모션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자칫 주객이 전도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는 이것이 보여주기 식이 아닌 스탭들과의 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것임을 어필한다. 고고보이스가 참여한 록큰롤 'Full moon' 역시 이러한 행렬에 동참하고 있는데, 이 역시 확실한 이해가 동반되어 획득된 기분 좋은 일체화다.

여기에 박지용과 합을 맞추며 비장함을 강조한 마이너 발라드 'Amor mio'와 팀파니의 웅장함이 인상적인 멜로디라인을 감싸는 '누군가', 제주도의 뱃노래를 가사로 차용함과 동시에 몽환적인 분위기로 가장 이질적인 흐름을 보이는 'No'까지. 많은 것에 도전하는 와중에서도 자신의 약점을 가리는 영리한 프로듀싱이 러닝타임을 지배한다. 원래 약한 고음이나 스킬 측면에 집착을 내려놓고 표현력을 극대화시켜 가창력에 대한 의문부호는 최대한 떼어내려 애썼다. 다섯 번째 여정에 와서야 겨우 원하는 방향으로의 조타수를 잡을 수 있게 된 듯 보인다.

사실 들으면서 계속 보아의 < Only one >(2012)이 떠올랐다. 이제 둘 모두 유명인 보다는 하나의 자아로서 교감하고 싶어하는 욕구의 구현이 눈에 띄었고, SM의 프로듀싱 내에서 이를 실제화시켰던 보아와 달리 이효리는 해보지 않은 장르와 뮤지션을 매개로 자신의 이야기를 적절히 풀어놓았다. 의도했던 아날로그의 감성을 잘 소화했느냐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떻게 보면 당연히 따라붙는 꼬리표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어쨌든 일반적인 가수의 기준으로 그를 평가했다면 15년이 넘는 커리어를 설명하기란 불가능할 터. 자신을 다룰 줄 아는 방법을 어느 정도 터득해 냄으로써 과거를 만회함과 동시에 경력의 전환점이 될 준작을 완성시켰다는 것은 어쨌든 지금도 계속 전진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번 작품으로 이효리의 당당함에 어느 정도 설득력이 부여되었음은 분명하다. 이제 어깨에 힘을 빼도 그의 스웩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지 않는다. 갖가지 색의 화려함이 배제된 이 흑백사진 속 이효리야말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은, 거리낄 것 없는 진짜 이효리니까.

- 수록곡 -
1. Holly jolly bus(feat. 순심이)
2. 미스코리아
3. Love radar(feat. 빈지노)
4. Bad girls
5. 내가 미워요
6. 사랑의 부도수표
7. Full moon
8. Trust me
9. Special
10. Amor mio(feat. 박지용 of Honey-G)
11. 누군가
12. 묻지 않을게요
13. 미쳐(feat. 안영미)
14. 쇼쇼쇼
15. Better together
16. 노
2013/06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4 Monochrome 이효리 황선업 2013 3354
3 It's Hyorish 이효리 이대화 2008 9637
2 Dark Angel 이효리 이대화 2006 5397
1 Stylish...EhyOlee 이효리 임진모 2003 8072

3 Chitty chitty bang bang (feat. Ceejay) 이효리 한동윤 2010 9159
2 U-Go-Girl (with 낯선) 이효리 이대화 2008 8952
1 섹시 디바의 삼국시대 이효리 2007 4218

2 이효리, 2003년 문화 아이콘? 이효리 김소연 3272
1 CommentIZM! - 이효리 '10 Minutes' 이효리 소승근 3688

8 4집-영원 핑클 이민희 2002 2588
7 Memories & Melodies 핑클 임진모 2001 2088
6 History - Best of Best 핑클 IZM 2001
5 Now 핑클 지운 2000 2259
4 S.P.E.C.I.A.L. 핑클 IZM 1999
3 White 핑클 IZM 1999
2 First Live Concert 핑클 IZM 1999
1 FINe Killing Liberty 핑클 IZM 1998
박준하의 ‘너를 처음 만난 그때’
박제를 거부한 현재진행형 레전드, 데이브 그롤
오늘의 음악에게 묻는다
[90 밴드 열전 (4)]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
영화음악의 역할과 분류 : 오리지널스코어 1
안승준 인터뷰
<Serendipity>
이선희
<Fall To Fly 前>
이승환
<Kiss Me Once>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
"트위스트 킹"
장미여관
"견딜만해 (Feat. 효린 of 씨스타)"
매드 클라운(Mad Clown)
"어이"
크레용팝(Crayon Pop)
<Mr.Mr.>
소녀시대
<Can't Stop>
씨엔블루(CNBLUE)
<Newton's Apple>
넬(Nell)
<Crush>
투애니원(2NE1)
<Morning Phase>
벡(Beck)
<Fall To Fly 前>
이승환
<Morning Phase>
벡(Beck)
<Dig Your Own Hole>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
<The Battle Of Los Angeles>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Tales of Purefly>
맨 위드 어 미션(MAN WITH A MISSION)
<RAY>
범프 오브 치킨(Bump Of Chicken)
<SpadeOne>
이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