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이 시작된 때는 올해 2월이었다. 길었던 공백에 싱글 'My songs know what you did in the dark (Light em up)'이 마침표를 찍은 것이었다. 리드 싱글과 함께 빠르게 퍼져나간 폴 아웃 보이의 복귀 소식은 곧 신보에 대한 관심으로 집중되었고 이슈로 떠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이 팝 신의 무대로 등장했다.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어디 있을까. 햇수로는 무려 4년, 정확히는 3년 5개월 만에 성사된 재회였으니 말이다.
'로큰롤을 구하라'는 'Save Rock And Roll'을 복귀작의 타이틀로 과감히 박아 넣었다. 그 이름이 굳세다 못해 거창해서 민망함이 느껴진다면 첫 곡부터 빨리 재생시켜보길 권한다. 로큰롤의 강렬한 사운드가 폭발하길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포문을 여는 'The phoenix'부터 단번에 귀를 압도한다. 현악 파트와 리듬 비트는 시작부터 완력을 과시하고 패트릭 스텀프의 보컬은 몰아치길 주저하지 않는다. 이어지는 'My songs know what you did in the dark (Light em up)'은 또 어떠한가. 리듬에서부터 온 에너지를 발산하는 곡의 한복판에선 로큰롤의 향연이 펼쳐진다. 'The phoenix'와 함께 놓쳐서는 안 될 음반의 베스트 싱글이다.
앨범 타이틀에 어울리는 로큰롤 사운드가 록 팬들의 소구력을 자극한다면 곳곳에서 보이는 다양한 시도는 듣는 재미를 선사한다. 초반의 킬링 트랙 대열을 잇는 'Alone together'에서의 합창 파트나 'The might fall (Feat. Big Sean)'에서 드러나는 힙합 터치, 'Miss missing you'에서 쓰인 뉴 웨이브 사운드가 그 예로, 작품에 다채로움을 부여하는 데 중점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이러한 접근들이 폴 아웃 보이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새롭게 선보인 것만은 아니다. 이모 팝(Emo pop)을 내세웠던 초기 시절에서부터 아레나 록의 성격을 보이는 최근에 이르기까지 밴드는 뉴 웨이브나 힙합과 같은 여러 장르들과 계속 조우해왔었다. 신보에서 보이는 다각화된 관점들은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는 예전의 기치에서 이어진 연장선이라 보는 것이 합당하다.
이를 위해 모인 조력자들의 라인업이 다시 한 번 구미를 당긴다. 여성 가수 폭시스(Foxes)가 'Just one yesterday'에서 게스트로 참여했고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의 주목을 받았던 래퍼 빅 션(Big Sean)이 'The might fall (Feat. Big Sean)'의 후반부를 장식했다. 여기에 코트니 러브(Courtney Love)와 엘튼 존(Elton John)이 각각 마지막 두 곡인 'Rat a tat (Feat. Courtney Love)'과 'Save rock and roll (Feat. Elton John)'에 참여하며 대미를 장식했으니 작품은 그야말로 다양한 음악과 다양한 목소리의 결정체인 셈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예전만큼의 흡인력을 보여주지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폴 아웃 보이의 음악이 가진 가장 큰 힘은 탄탄한 사운드가 받치는 멜로디컬한 진행에 있다. 이는 펑크와 하드코어의 기질이 보였던 초기 시절에도 유효했고 변화된 스타일이 나타난 < Infinity On High >와 < Folie A Deux >의 후반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 Save Rock And Roll >에서는 이러한 특유의 견인력이 반감된 형상이다. 멜로디 라인에서의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리듬 구성에 과도한 힘이 실려 있으며, 재미를 자아냈던 다양한 시도 또한 한편으로 이러한 결손을 막기 위해 조성된 방편처럼도 보인다. 콘셉트의 차별화라 한다면 별 수 없겠다만 지난 음악과 비교했을 때 어딘가 허전함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점이 드러난다 해도 쉬이 보이지 않는다. 강렬한 로큰롤 넘버가 주요한 위치에서 존재감을 발산하며 귀를 잡아끌만한 흥미로운 사운드가 곳곳에서 듣는 사람들을 기다린다. 음반 자체로 보면 < Save Rock And Roll >은 재미있는 앨범이다. 돌이켜보면 신보는 21세기를 수놓은 강자가 간만에 내지른 컴백의 외침이 아니던가. 그 점만으로도 이미 작품은 아쉬운 점을 뒤덮고 남는다. 복귀에 부응이라도 하듯 앨범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본토 미국을 포함한 27개국에서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고 영국과 아일랜드를 포함한 나라들에서도 2위를 기록했으니, 이슈의 성격이 보인다 해도 실로 기록이 대단하다.
로큰롤과 함께 밴드가 돌아왔다. 그리고 전 세계가 돌아온 밴드에게 손을 흔든다. 재점화의 화려한 불꽃과 함께 폴 아웃 보이는 로큰롤을 구해내는 데 성공했다. 실로 앨범 이름이 아깝지 않은 귀환이었다.
-수록곡-
1. The phoenix

2. My songs know what you did in the dark (Light em up)

3. Alone together

4. Where did the party go
5. Just one yesterday
6. The mighty fall (Feat. Big Sean)
7. Miss missing you
8. Death valley
9. Young volcanos
10. Rat a tat (Feat. Courtney Love)
11. Save rock and roll (Feat. Elton Joh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