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의 순위나 상업적 욕심은 전혀 없어 보이는 시도라 할만하다. 물론 앨범의 마지막에 'Alternative version'을 수록하고 있지만, 수록곡인 'Ramanda inn'과 'Walk like a giant' 역시 16분여가 된다. 이쯤 하면 작정을 하고 앨범 작업에 임했음이 눈에 보인다. 이런 무모하게 보일지 모르는 대곡의 나열 역시 닐 영에게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님을 아는 사람은 안다. 아직도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으신지, 칠순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음악가 닐 영의 열정은 젊은 뮤지션에 뒤지지 않는다.
|
갈피를 잡지 못한다(?) 혹은 오락가락한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이는 부정적인 표현으로 들리겠지만, 그의 행보를 꾸준히 지켜본 수용자의 입장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갈 것이다. 이처럼 장르의 고저장단을 쉴 새 없이 넘나드는 닐 영은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넓혀왔다. 같은 세대를 활동해온 뮤지션들은 나이에 걸맞은 원숙하며 여유로운 음악을 이어오고 있지만, 닐 영의 창조물은 여전히 젊고 진보적인 것들이다.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비음 가득한 가녀린 목소리뿐이랄까.
|
현재의 닐 영은 이런 '전작 뒤집기'의 행보는 잠시 거둬둔 듯하다. 2010년 작 < Le Noise >와 2011년 발표한 < Americana >, 작년 말에 선보인 < Psychedelic Pill >의 기조는 노이즈 가득한 거친 굉음이 중심을 이룬다. 각 작품은 마치 라이브 앨범을 듣는 듯 크레이지 홀스 멤버들과의 대화도 들려오며, 원 테이크(one take)만으로 녹음한 듯 악기 간의 조화도 완벽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최첨단을 달리는 레코딩 시스템이 익숙한 요즘의 음악 애호가라면 듣기에 거북할지도 모르는 '로-파이(lo-fi)의 록'이다.
|
사실 명 기타리스트의 리스트에는 그의 이름이 올라 있질 않다. 굳이 '맛깔스러운 기타'라고 옹호할 수도 있지만, 훌륭한 기타 연주로 말하기는 어렵다. 둔탁하며 때로는 투박하기까지 하다. 깔끔하고 깨끗한 믹싱, 세련된 코드 워크와 일률적인 기계음이 지배하는 지금의 음악과도 역시 다르다. 느릿하고 처지는 느낌도 전해지기도 하고, 심지어 그 질감이 거칠다 못해 지저분한 기분마저 드는 소리의 연속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를 통한 발견이 테크닉과 예술적 우수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My my hey hey'에서 반복되는 '로큰롤은 절대 죽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는 록은 기능적 우월이 아닌 '자세와 정신의 산물'이라는 것이었다. 닐 영의 최근작들은 황홀한 기타의 향연이 넘실거린다. 그가 행하는 일련의 소리 전개는 우리가 그간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고 있던 소중함을 다시 찾는 경험을 전한다. 느리고 무겁고 진한 인생의 맛을 찾게 한다. 왜 그런지 알 길은 없다. 닐 영의 '종잡을 수 없음'은 그만의 음악을 대하는 태도이며, 유일한 규칙은 '규칙이 없다'는 것이다. 닐 영이 행해온 무작위의 나열은 마치 해독제처럼 음악을 지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