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음반보다는 차라리 규격화된 수출상품이라 부르는 것이 맞겠다. SM의 최종 목적지인 중국어 권을 공략하기 위해 기존 멤버 몇 명을 차출하고 여기에 현지인 멤버 조미와 헨리를 더해 제작된 슈퍼 주니어 M의 두 번째 정규앨범은 음악을 목적보다 수단으로 삼은 공산품의 기색이 가득하다. 상업성을 배제할 수 없는 아이돌 그룹들 임에도 감탄을 자아내게 했던 곡들이 최근 꽤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평범하다 못해 농도마저 희석된 밍숭맹숭한 결과물들은 그저 중국 내 팬덤 확장에만 목적이 있음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물론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잘못된 것은 없다. 타 시장 진출 과정에서 과감한 스타일 변화나 음악적 시도를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훨씬 더 불안한 선택이다. 하지만 항상 슈퍼 주니어의 행보에는 대중과 팬과의 괴리감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라이트 팬들이나 아직 관심이 없는 층에게 어떻게 다가갈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고, 여태까지 해온 대로 적당한 기획에 맞춰 팬서비스 하듯 작품을 내어놓는 뻔한 전략은 슈퍼 주니어 M에서도 반복된다. 클럽 튠과 덥스텝이라는 시류를 쫓다 둘 간의 밸런스를 놓친 채 재미없는 후렴구만 반복되는 'Break down'과 케샤(Ke$ha)가 떠오르는 신스와 리듬을 강조한 댄스곡 'Go' 등은 다음 날 듣기가 무섭게 음악으로서의 재미가 순식간에 휘발되어버리고 만다.
헨리가 만든 프로듀싱팀 노이즈 뱅크(Noise Bank)와 조미가 각각 작곡과 작사에 조금씩 참여하고는 있지만, 그 수준이란 것이 너무 무난해 노력보다는 구실 맞추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남겨준다. 그리고 이 노골적인 '평균 맞추기'는 중간 곳곳에 껴 있는 '完美的再見 (Good Bye My Love)'이나 '距離的擁抱(포옹의 거리)'와 같은 발라드 곡에서도 이어진다. 그나마 켄지와 < KPOP STAR >에서 맹활약 중인 앤드류 최가 공동작업한 'Tunnel'이 어느 유닛에서도 보여주지 않은 도시적인 세련미를 잘 구현해 냈고, '我挺Ni (Stand Up)'에서 원 디렉션과 샤이니를 반반 섞어놓은 듯한 분위기로 아이돌 팝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어 가창이라는 것을 미루어 보아 국내용은 아니라고 가정한다면, 굳이 이렇게 내수시장 공략하듯 안일하게 작업해야만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유닛의 색깔을 규정하지도 못했고, 적절한 현지화로 이들에게 관심 없던 대중을 사로잡은 것도 아니다. 그저 듣는 사람들을 위해 자체 제작해 배포한 응원가 모음집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해오던 대로 하면 잘될 것이라는 기획사 내의 마스터플랜이 있었겠지만, 완전한 목표달성을 위해선 한 번의 인식전환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시장에서 소녀시대와 카라에 대한 반응이 급속히 식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지 않은가. 기존의 매뉴얼은 다음 수정 본을 위한 참고자료일 뿐이라는 것 말이다.
- 수록곡 –
1. Break Down (Korean Ver.)
2. 완미적재견 / 完美的再見 (Good Bye My Love) (Korean Ver.)
3. Break Down
4. Go
5. 완미적재견 / 完美的再見 (Good Bye My Love)
6. A-oh!
7. It`s You
8. 거리적옹포 / 距離的擁抱 (포옹의 거리)
9. Tunnel

10. 아정니 / 我挺Ni (Stand Up)
11. Break Down (Inst.)
12. 완미적재견 / 完美的再見 (Good Bye My Love) (In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