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삼부작의 작곡가로 처음 공표되었을 때도 다수의 논객들은 쇼어가 영화에 필요한 광활하고 거대한 규모의 음악을 써낼 수 있는 주제음악의 강점을 가지고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10여 년 전인 그 당시 그는 3개의 아카데미상을 거머쥐며 국제적인 명성에 빛나는 최고의 영화음악작곡가로 비상했다. 앨범판매, 콘서트매진, 엄청난 비평적 찬사 모두 그의 것이었다. 감독 피터 잭슨(Peter Jackson)이 JRR 톨킨(JRR Tolkien)의 책 <호빗>에 근거한 새로운 중간계 삼부작을 제작할 거라고 공표했을 때 하워드 쇼어가 복귀할 거라고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거기에 쏟아지는 과대선전과 기대감에 필적할 수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좋은 싫든 <반지의 제왕> 삼부작의 스코어는 새천년에 가장 사랑받은 영화음악 중 일부가 되었다. 이제 쇼어의 상징적인 테마들은 상상 그 이상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줘야 할 의무를 필연적으로 가진다. <호빗>의 음악도 마찬가지로 중간계에서 탁이한 음악의 트렌드를 계속 이어나가야만 한다? 단언키 쉽지 않은 기로에서 여러분의 선택을 기다린다.
<호빗>은 <반지의 제왕>의 사건이 있기 60년 전을 무대로 샤이어의 호빗 빌보 배긴스(Bilbo Baggins)가 이어지는 삼부작의 액션에 기폭제로 작용하는 절대반지를 손에 넣게 되는 과정을 본질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잭슨은 책 속의 이야기를 세 편의 영화로 분리해, 시리즈의 첫 번째 부제를 “뜻밖의 여정”(An Unexpected Journey), 2013년에 속편으로 이어지는 두 번째 파트를 “스마우그의 황폐”(The Desolation of Smaug), 2014년에 개봉할 최종회 “호빗 귀환”(There and Back Again)으로 붙였다.
삼부로 나뉘어 소개되는 그 장대한 대하소설의 발단은 마법사 간달프가 빌보 배긴스의 집을 방문하는 것을 계기로 시작된다. 사실 마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빌보는 거의 반강제적으로 리처드 아미티지(Richard Armitage)의 소린 오큰쉴드(Thorin Oakenshield)와 그를 따르는 12 난쟁이들의 위험천만한 여정에 동행하게 된다. 중간계의 진황지를 거쳐야만 하는 그 험난한 여정은 소린과 그의 수하들이 원래 살았던 고향인 에레보르(erebor)에 가기 위한 것이다. 에레보르는 원래 난쟁이 족의 군주가 다스렸던 휘황찬란한 황금도시였지만 스마우그(smaug)라 불리는 사나운 용에게 점거당하고 말았다. 막대한 량의 황금과 보물들로 넘쳐나는 도시를 깔고 앉은 스마우그에 의해 쫓겨난 난쟁이들은 고로 돌아갈 집이 없는 떠돌이 방랑자신세로 전락했다.
왕의 자손인 소린은 그러나 이제 그 기나긴 방황의 세월을 뒤로하고 스마우그를 처단한 후 난쟁이들의 왕국을 되찾고자 결사대를 조직한다. 그 와중에 자의반타의반으로 난쟁이 결사단의 여정에 합승하게 된 또 다른 난쟁이 호빗 빌보는 요정의 왕 엘론드(Elrond)의 왕국 리벤델(Rivendell)을 방문하고, 추악한 도깨비 삼인조 트롤과 고블린의 역겨운 밥상머리에 마주하게 되는 불운을 맞기도 한다. 특히 복수심에 불타 난쟁이 일행을 뒤쫓는 오크족들과의 험악한 사투는 그 중에서도 박진감 있는 전개를 돕는 영화의 관건이다.
안개가 자욱한 산꼭대기 아래 깊숙한 곳에서 마침내 그 추잡한 모습을 드러내는 앤디 서키스(Andy Serkis)의 골룸과 빌보가 내기하는 숙명적 퀴즈 쇼도 숨 막히는 긴장감에 방점을 찍는다. <반지의 제왕>을 촉발시킨 결정적 원흉인 절대반지의 등장과 향방을 암시하는 필연적 장면. 비단 그 뿐만 아니라 어둠의 힘이 발흥할 것임을 예시하는 무명의 주술사의 갑작스런 등장에 중간계에 어둠의 기운이 내려앉기 시작하면서 긴장과 공포감은 배가된다.
솔직히 대체로 <뜻밖의 여정>은 매우 좋은 영화다. 마틴 프리먼(Martin Freeman), 앤디 서키스(Andy Serkis), 리처드 아미티지(Richard Armitage), 그리고 나머지 출연진들 모두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영화는 시각적으로 스펙터클한 장관을 어김없이 선사한다. 뉴질랜드의 대자연을 배경무대로 한 화면은 판타지영화의 촬영장소로 비길 데 없이 장려하다. 캄캄한 지하 감옥 같이 깊숙한 산 속 아래에서 빌보와 골룸이 벌이는 수수께끼 내기장면은 불가사의한 경이 그리고 팽팽한 위협과 긴장감으로 관객들의 숨통을 조이기에 충분하다. 엘론드 역의 휴고 위빙, 갈라드리엘 역의 케이트 블란쳇, 사루만 역의 크리스토퍼 리, 노년의 빌보 역의 이안 홈, 프로도 역의 엘리야 우드의 연장된 카메오 출연도 <반지의 제왕> 삼부작과 연계해 이전 이야기의 느낌을 확실히 해준다.
다만, 스크린에 재현된 <뜻밖의 여정>은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한 문제점이 발견된다. 우선, 피터 잭슨은 톨킨의 원래 이야기에 내재하는 훨씬 더 경쾌하고 희극적인 요소들을 적절히 통합해내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을 위한 도서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반지의 제왕> 삼부작의 시작인 <반지 원정대>에 장차 이야기의 중대한 기폭제가 될 사우론의 기운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과 연계해 연장선상에서 인도적 역할을 하는 또 다른 사건의 발단을 복선으로 깐 점에서 필연적으로 더 어둡고 위협적일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다하더라도 그릇을 던지고 받기도 하면서 음주가무에 취해 행복한 난쟁이들의 흥겨운 장면들서부터 반지의 유령에 맞서 싸우는 갈색의 라다가스트(Radagast the Brown)의 긴박한 장면들, 그리고 남부런던 말투의 도깨비 삼인조의 밥상에 오르는 난쟁이들의 장면들로 이어지기까지의 구성은 부조화로 보인다. 단순한 동작위주의 익살극인 슬랩스틱과 때론 아주 어둡고 충격적인 불안감을 주는 액션장면들을 병치하고자 한 잭슨의 구성방식은 영화적 요구에 부합하지 못한 모양새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 격이다.
다음으로 판타지영화의 일부 등장인물들을 위한 특수효과 부분인데, 좀 더 처참하다. <반지의 제왕>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에서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위협감이 여기서는 반감된다. 마치 비디오게임의 캐릭터들과 진배없다. 오크족의 적장 아조크를 비롯해 그의 오크 졸개들이 타고 달리는 괴수 와르크는 물론이거니와, 특히 안개 낀 산 속 지하에 사는 고블린 떼거리들의 족장은 <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한 자바 헛(Jabba the Hutt)이나 보스 나스(Boss Nass)의 캐릭터에서 나온 CGI 사생아라 해도 될 만큼 거북하다.
일부 액션장면들 또한 지극히 만화 같아서 현실감이 떨어지고 주역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긴 마찬가지다. 고블린들의 도시에서 탈출하는 난쟁이 결사대들의 액션도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 극이나 소설에서 가망 없어 보이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억지로 동원된 힘이나 사건들을 편리하게 활용한 범례로 보인다. 간달프와 관련된 대개의 장면들은 원래 톨킨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착상들이었음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느긋한 작법의 일환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개연성이 떨어진다.
초당 프레임 수를 두 배로 늘려 찍은 하이 프레임 레이트(HFR)로 사실적 생동감을 강화한 한편, 안정적인 입체감을 준 3D영상, 그리고 3차원적 입체음향까지 구현한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까지 최신의 하이브리드기술로 완성한 퍼터 잭슨 감독의 세심한 공력은 분명히 진일보한 대목. 전개되는 영화의 장면들에 동기화되어 나타나는 주제적 악상들도 작곡가 하워드 쇼어(Howard Shore)의 가극조의 접근법으로 극적 사실감을 높인다.
곡 단위로 별도로 엮어낸 사운드트랙앨범으로 듣는 스코어와 영화와 함께 동시에 접하는 라이트모티프 스코어가 확연한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반지의 제왕> 삼부작으로 일궈낸 음악적 쾌거에 필적할 만큼 뛰어나다. 등장인물들, 영화의 무대가 되는 야외촬영장소 그리고 극의 구상에 결부된 음악의 악상이 매우 신중하고 정교하게 투영되었다. <반지의 제왕> 삼부작의 이전에 일어난 일을 주제로 한 프리퀄 삼부작에 더 이상 나즈굴이 등장하진 않지만 “반지”와 연관된 대서사극의 연장선상에서 음악적 영감은 중대한 절정의 장면에서 특히 공분되는 면이 있다.
스코어는 장대한 서사극을 위해 쓰인 가극조의 라이트모티프로서 그야말로 빛을 발한다. <호빗: 뜻밖의 여정>의 스코어는 예상한 대로 <반지의 제왕> 삼부작의 사운드세계와 정확히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 다양한 독주 악기와 특이한 타악기들에 의해 증음된 대 편성 교향악단의 풍부한 화음에 신구의 주제적 악상들을 실어 나르는 가수들이 때론 결합돼 조화를 이루는 식이다. 다량의 스코어는 쇼어가 원래 <반지의 제왕> 삼부작을 위해 쓴 다수의 테마들을 복합적인 연주들로 함유하고 있어 친숙하고 편안하다. 단지 이전의 테마들을 고쳐 쓰거나 재 편곡 또는 다른 템포와 대위법 연주로 변주해낸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난쟁이 호빗 족이 거주하는 샤이어를 위한 목가적인 테마는 스코어의 서두에서 변주된 형태로 자주 나타난다. 'My dear frodo'와 'Old friends'에서 현저히 나타나고 'The adventure begins'에서 후반에 다소 고조되면서 떠들썩하게 변주되는데 이는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에서 프로도와 친구들의 모험이 시작되는 장면에 사용된 'Shortcut to mushrooms' 악절을 반향한다. 리벤델의 요정들을 위한 신령스러운 테마는 'The hidden valley'에서 천상의 보이스와 하프 글리산도주법으로 완성되면서 대자연에 숨겨진 장엄하고 신비로운 계곡에 매혹적인 감성을 풍부하게 부여한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덧붙여 흐르는 청각적 매혹으로 관객들은 그 장관에 완벽히 매료된다.
낮은 음조지만 복잡한 'White council'에서 갈라브리엘의 우아한 테마가 접속되면서부터는 화면에 사루만이 등장하는 것과 때를 같이 해 아이젠가르드의 모티프를 연주하는 브라스 선율이 부지불식간에 나타나고 존재감에 대한 강력한 인상을 준다. 'Over hill'의 전반부 동안엔 <반지 원정대>의 'In dreams'에서 익히 접한 부드러운 목관악기 반주를 다시금 들을 수 있다. 'Warg-scouts'의 종반부를 향하는 저음 브라스 상에서 로슬로리엔(Lothlorien) 모티프를 빠른 폭발음으로 접할 수 있고, 'Riddles in the dark'가 반주되는 동안에는 골룸을 처참하게 만든 원흉, 절대반지의 사악한 기운이 뱀 같은 테마로 재연되어 나타난다.
<반지의 제왕>의 다수 전투장면들을 반주한 오케스트라와 합창의 거대한 고딕적 사운드 폭발은 여기서도 매우 효과적으로 입증된다.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의 헬름 협곡 대전에 쓰인 'The bridge of khazad-dûm'의 암시적 영향력에 준해 에레보르의 황금기를 회상하는 장면에 쓰인 'My dear frodo'의 후반부서부터 극도로 어두운 'An ancient enemy', 성큼성큼 다가오는 근육질의 'Warg-scouts', 극적인 'A thunder battle', 'Under hill', 그리고 'Brass buttons', 'Out of the frying pan', 'A good omen'으로 엄청나게 신나게 연계되는 결정적 영상반주까지 극저음역대를 기반으로 고음역대로 육중하게 웅비하기를 번갈은 스코어의 감동은 극의 전개에 정확히 조응하면서 스토리라인을 그려낸다.
쇼어는 규칙적으로 대규모 전투장면에서 음악을 전면적으로 가동한다. 절규하듯 쇳소리를 지르는 금관악기 군이 저변에 깊이 깔리고 귀에 거슬리는 불협화음조의 현악 악구들이 대위적으로 수그러들지 않는 기세로 상충되는 한편 공격적으로 쿵쿵 두드리는 퍼커션 리듬이 가세해 긴장과 위협, 공포감을 증폭시킨다. 'Out of the frying pan'은 특히 놀라울 정도로 복잡하고 흉포한 트럼본 연주가 압권, 가장 영웅적인 감정이입을 불러내는 소린(Thorin)의 테마로 원대히 급상승하는 순간은 절정의 쾌감을 선사한다.
쇼어는 또한 셋이나 네 개의 음들 또는 친숙한 화음진행을 기존의 테마를 재활용하는 선에서 신나게 재구성하면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곡을 전개한다. 일례로 'The hill of sorcery'는 'The breaking of the fellowship'의 연주를 재생하는 조짐을 보이다가 어느 순간 방향을 잃게 한다. 하지만 영화 전반에서 전조가 되는 테마로 캐릭터와 사건들을 둘러싼 매우 중요한 연대표로 작용한다.
프리퀄 스코어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메인테마는 소인국 전사들의 영웅적 행위를 웅변하는 'Misty mountains'테마다. 얄궂게도 이 테마는 쇼어가 작곡하지 않았다. 데이비드 도날드슨(David Donaldson), 데이비드 롱(David Long), 스티브 로체(Steve Roche), 그리고 자넷 로딕(Janet Roddick)이 썼다. 이들은 작곡가와 송라이터로 함께 하면서 플랜 9(Plan 9)이란 타이틀 하에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에서 음악활동을 해왔다.
테마의 첫 등장은 아카펠라 송이다. 소린 역의 리차드 아미티지와 그를 따르는 소인국 난쟁이 배역들이 침통한 심정으로 근엄하게 부른 엄숙한 성가 풍의 가창곡 'Misty mountains', 적절히 배후에서 분위기를 보강하는 오케스트라 라이트모티프와 함께 영웅적 난쟁이들의 내면을 대변한다. 영화에서 쇼어는 대체로 이 테마를 시의 적절하게 팡파르 버전으로 투영해냄으로써 액션에 임하는 난쟁이들의 고귀함과 용감무쌍함을 포착해낸다. 'The world ahead', 'Roast mutton', 그리고 'Over hill'에서 비교적 완연히 나타는데 'Roast mutton'에서 미식가 트롤들을 공격하는 우리들의 주인공들의 액션을 브라스로 보강하고 'Over hill'에서는 가장 장엄한 연주로 들린다. 셋잇단음 브라스 반주로 완성되는 곡은 스크린 상에 펼쳐진 광활한 산맥과 풍경에 관객의 감정을 몰입시킬 만큼 웅대하다.
'Radagast the brown'은 부산하고 격정적인 테마, 덜렁대고 약간 미친 듯 방정맞은 품행을 보여주는 캐릭터를 고음 스트링, 똑딱거리는 퍼커션, 그리고 소년들의 합창으로 포착한다. 하지만 'The hill of sorcery'에서 두 번째로 주요한 등장을 하면서 마법사의 힘을 내심 암시하는 풍으로 재연된다. 소린 오큰쉴드를 위한 더 사려 깊고 절제된 브라스 테마는 'Axe or sword?“에 종속되어 나타난다. 상승하는 음조로 고조되어 나타나는 이 종속적 테마는 스코어가 진행되면서 순환되면서 에레보르의 역사에 힘을 실어줌과 동시에 소린을 추종하는 소인국 에레보르의 난쟁이들의 심리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다.
간달프의 짓궂은 행실을 위한 희롱조의 테마도 새로이 쓰였다. 'Old friends'와 'An unexpected party'에서 나타나는 테마는 더듬거리는 악구와 가볍게 떨리는 피치카토 효과로 표현된다. 역으로 영화의 주요 적대자 오크 족의 창백한 수장 아조크를 위한 훨씬 더 잔혹한 모티프도 있다. 사나운 'The defiler'에서 가장 현저한 이 모티프는 약 최저에 달하는 음역에서 사악한 기조를 드리우는 화음으로 반주된다. 포착하기 어렵지만 드래곤 스마우그와 불가사의한 주술사를 위한 주제적 표시들이 잠시 모습을 드러낸다. 뒤이어지는 속편과 삼부에 쓰일 음악의 독자성 대한 탐구심을 자극하는 부분이다.
스코어는 'Song of the lonely mountain'의 연주로 종결된다. 'Misty mountains'테마를 갱신 변경한 버전이다. 뉴질랜드 록 밴드 크라우디드 하우스(Crowded House)의 닐 핀(Neil Finn)이 부른 주제가는 이전 삼부작 <반지의 제왕>의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여러 가수들에 비해 사실감이 좀 떨어지는 편이다. 'May it be'의 엔야(Enya), 교활하게 감정을 자극하는 골룸 송의 에밀리아나 토리니(Emiliana Torrini), 'Into the west'를 부른 애니 레녹스(Annie Lennox)의 노래가 <반지의 제왕> 삼부작의 엔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에 반해 핀의 기여는 여기서 대단히 어울리지 않는다. 번지수가 틀렸다고나 할까. 귀에 거슬리는 찬팅, 손뼉, 그리고 모조의 록 기타가 두드러지는 반주는 영화의 주요 무대인 중간계와는 겁나 먼 감이 짙다. 다된 밥에 재 뿌리는 식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호빗: 뜻밖의 여정>은 결과적으로 <반지의 제왕>의 유니버스에 만신전의 위용을 확립해 그 또한 왕좌에 오른 하워드 쇼어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대담하게 드러난 야심작 중 하나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테마들을 규칙적으로 재활용해 연관성이 있는 이야기의 암시성을 강조하는 한편 이를 새롭게 더 흥미진진하게 재 조작하고 영화의 특성에 적합하게 새로운 음악의 정체성을 찾고 이를 총체적으로 매끄럽게 이은 장인의 공력에 찬사를 보내 마땅하다. 층위, 깊이, 그리고 복잡한 특징들까지 <반지의 제왕> 삼부작에 이은 이전 삼부작의 새롭고도 놀라운 여정에 대다수의 팬들은 기꺼이 동참할 것이 확실하다.
-수록곡-
My Dear Frodo
Old Friends
An Unexpected Party
Axe or Sword?
Misty Mountains
The Adventure Begins
The World is Ahead
An Ancient Enemy
Radagast the Brown
Roast Mutton
A Troll-Hoard
The Hill of Sorcery
Warg-Scouts
The Hidden Valley
Moon Runes
The Defiler
The White Council
Over Hill
A Thunder Battle
Under Hill
Riddles in the Dark
Brass Buttons
Out of the Frying-Pan
A Good Omen
Song of the Lonely Mountain
Dreaming of Bag End
작곡, 지휘: 하워드 쇼어(Howard Shore)
연주: 런던 필하모니 관현악단(The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런던 보이시스와 티핀 소년 합창단(London Voices and the Tiffin Boys' Choir).
오케스트라 편곡: 하워드 쇼어(Howard Shore).
미스틱 마운틴 테마(Misty Mountain Theme): 데이비드 도날드슨(David Donaldson), 데이비드 롱(David Long), 스티브 로체(Steve Roche), 자넷 리딕(Janet Roddick) 공동작사, 작곡.
녹음과 믹스: 사이먼 로즈(Simon Rhodes), 피터 코빈(Peter Cobbin), 샘 오켈(Sam Okell).
편집: 조너선 슐츠(Jonathan Schultz).
앨범제작: 하워드 쇼어(Howard Sh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