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제작진은 물론 완전히 날조된 것이며, CIA는 영화의 트릭제작을 위해 로스앤젤레스에 공들여 스튜디오를 세웠을 뿐만 아니라, 계획적으로 신문에 광고를 내기까지 했다. 인질구출작전을 위해 급조된 가짜영화 <아르고>(Argo)는 인질들을 영화제작자들로 위장해 빼내오려는 책략이었지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서서히 알아챈 이란의 혁명가들에 의해 거의 좌절될 뻔했다.
가짜로 기획된 영화제작작전 “아르고”를 역사적 재조명의 차원에서 실제 영화로 재현해낸 2012년 작품 <아르고>는 영화의 소재로 활용된 일련의 사건들과 관련해 다소 논란의 소지가 많고, 일부 사실들은 극적으로 과장되었으며 부정확한 캐스팅도 있다. 이란과의 긴장국면이 계속해서 첨예하게 대립중인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선거와 맞물렸다는 것 또한 시기적으로 문제제기의 여지를 충분히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의 <아르고>는 비평가들의 호평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굿 윌 헌팅>으로 절친 맷 데이먼과 함께 1998년 제 70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각본상 트로피를 수상한 뒤 배우 겸 감독 그리고 제작자까지 다양한 이력을 축적한 영화계유명인사 벤 에플렉(Ben Affleck)이 <타운>(2010)에 이어 내놓은 또 하나의 성공적인 캐릭터 스토리 무비라할 만하다.
가짜 영화를 진짜 영화로 재현한 역사적 정치스릴러의 영화적 특성상 음악은 작곡가 알렉상드르 데스플라(Alexandre Desplat)에게 지휘권이 넘어갔다. 데스플라는 2005년 동일하게 이란을 화제로 다룬 정치적 스릴러 <시리아나>(Syriana)에 적합한 주제곡을 쓴 이력을 갖고 있다. 공교롭게도 <아르고>와 같이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가 주연과 제작을 도맡은 작품이기도 했다.
2010년 <유령작가>(The Ghost Writer)와 2011년 <킹메이커>(The Idels of March)에 이은 또 하나의 정치적 스릴러 <아르고>에서도 대단히 지능적인 기악편성과 리듬적으로 곡을 다루는 솜씨는 탁이하다. 역사적으로 화제가 된 주제에 접근하는 프랑스출신 작곡가의 작곡방식은 당연히 <시리아나>에 밑바탕을 둔 기본적 악상을 확장해냈고, 2009년 사회문제를 다룬 드라마 <더 스토닝>에 음악을 제공한 존 데브니(John Debney)의 비애감에 젖은 음조와 동화시켰으며, 일례로 작곡가 제임스 호너(James Horner)와 같이 할리우드의 주류 통속극에 흔히 쓰이는 관현악편성의 곡조와 지역적인 특색이 현저한 악기나 음색을 조합해내는 기법을 활용했다.
진실적이면서 몹시 감상적인 분위기가 혼재하는 음악은 데스플라에게 대단히 효과적이다. 데스플라는 충분히 대중적인 만족도를 포괄적으로 제공하면서 흥미로운 악상으로 영상을 보강하는 독자적 사운드마술을 부린다. <시리아나>가 냉정하고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청취경험의 장을 제공한 반면 <아르고>는 독특한 지역적 음색을 내는 악기편성을 특징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게 하면서 거기에 극적인 깊이를 부여하는 식으로 관객들의 이목이 영화의 전개에 더 집중되도록 돕는다. 특히 에이.알. 라만(A.R. Rahman)에 버금가는 감각이 접근을 더 용이하게 하는 대목.
<아르고>의 스코어는 오케스트라와 애절하게 주목할 만한 독주의 총체적인 조화로 구성되었다. 이국적인 배경무대의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애절하게 부르는 여성의 영적인 가창을 위시해 네이(ney), 우드(oud), 케멘체(kemenche), 그리고 다양한 민속적 타악기들이 포함돼 소리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피아노 독주는 때로 이란의 황량한 대기를 전하는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위안을 준다. 오케스트라는 타악기에 의해 조성되는 긴장감에 필수적으로 덧붙여 다량의 리듬적인 악절로 서스펜스를 강화한다. 영화에서 풀 앙상블은 임무의 완수에 대한 안도와 가짜영화 <아르고>의 영광을 다룬 양면에서 모두 중요하게 매우 성찰적인 분위기를 제공한다.
영화 <아르고>의 음악은 주제적인 악상을 명확히 하기보다 분위기로 내러티브를 더 잘 전달하며, 구조적 연관성을 확실히 하기보다 장면의 큐로 쓰인 각 곡들로 강세를 주는 식으로 극의 전개에 조응한다. 스코어에는 하지만 세 가지의 악상의 반복된다. 임무를 위한 관현악 테마가 이중 가장 분명하고 'The mission'과 'Cleared iranian airspace'에서 희미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1990년대 초 제임스 호너의 서스펜스영화음악들을 연상케 한다.
지역적 특색을 위해 극히 드물게 소급되는 테마는 'Argo'에서 즉시 소개되고 'Held up by guard'에서 중동을 무대로 한 스토리 전개에 적합하게 들린다. 'Argo'에서 심히 최고조에 달하는 주제적 사운드는 영화의 막을 여는 타이틀테마곡으로 걸출하다. 'Held up by guard'와 'Tony grills the six'에서 키보드로 연주되는 테마는 거의 표명되지 않지만 일견 희망적 분위기를 제공하고 'Cleared iranian airspace'에서 지독히 고통스러운 현의 울림으로 마지막에 나타난다.
흥미진진한 리듬을 창출하기 위해 지역적 악기편성과 음성을 활용한 데스플라의 기법은 이번 작품의 압권이라 할 수 있다. 'Scent of death'에서 짧고 강렬한 허밍으로, 'Hotel messages'와 'The six are missing'에서 보컬로 전개되어 나타나는 효과는 민속적인 현악기나 타악기와의 조화로 아랍 특유의 불가사의한 분위기를 강렬하게 전한다.
'The business card'와 'Drive to the airport'의 후반은 존 파웰(John Powell)의 <본> 사운드영역으로 침범해 들어가지만 민족적인 악기반주와 보컬효과는 지속적인 흥미를 자극한다. 'Sweatshop'과 'Istanbul-the blue mosque'에서 보컬효과에 이어 노골적으로 강조되는 비탄조의 가창은 종극을 알리는 파밀리온(Familion)의 전통가요 'Hace tuto guagua'와 함께 스타일적으로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전반적으로 <아르고>를 위해 쓴 데스플라의 스코어는 획기적인 것과는 거리감이 있다. 하지만 새로운 악상들로 고정관념에 지능적인 태클을 건다. 이와 같은 작품은 영화의 본질적 힘과 더불어 유수의 영화 시상식에서 후보를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스코어는 인정받아 마땅하다.
-수록곡-
1. Argo
2. A Spy in Tehran
3. Scent of Death
4. The Mission
5. Hotel Messages
6. Held Up By Guards
7. The Business Card
8. Breaking Through the Gates
9. Tony Grills the Six
10. The Six Are Missing
11. Sweatshop
12. Drive to the Airport
13. Missing Home
14. Istanbul - The Blue Mosque
15. Bazaar
16. Cleared Iranian Airspace
17. Hace Tuto Guagua (Traditional) - Famil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