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만약, 그 달콤함의 정도가 '너무 달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면 어떨까. 취향 차는 있겠지만, 아마 대체적으로 그 단맛에 금방 물려버릴 것이고 이후 그 아이스크림을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 표정이 찌푸려지는 건 맛이 쓰거나 짤 때뿐만이 아니지 않나.
바닐라 어쿠스틱의 음악이 꼭 그렇다. 3인조 밴드 편성, 그것도 어쿠스틱 사운드로 빈틈없는 소리들을 들려준다는 점은 발군이지만 앨범을 구성하는 맛이 너무 달콤함으로만 획일화되어있는 탓이다. '그댈 바라보면 눈이 부셔'서 '선글라스가 필요할' 거라 말하는 가사는 솟아오르는 닭살을 참고 듣기에는 함유된 당분이 너무 과하다.
반대로, 이렇게 '눈앞에 하트가 날아다니는' 분위기에 내성이 강하거나, 혹은 오히려 매력을 더 느끼는 리스너의 경우라면 이들의 음악만큼 적당한 것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아마 남성보다는 여성의 경우가 더 많을 듯한데, 미니홈피가 유행하던 예전 같으면 그 시장 안에서도 나름의 소구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시종 잔잔하고 예쁜 분위기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는 그래도 다양한 모습을 갖추려 노력했다. 우쿨렐레 연주로 특별함을 더한 '홍삼맛 캔디'와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접점을 찾는 '러비듀'는 그런 달짝지근 일변도의 트랙 사이에서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한다. 이마저도 없었다면 플레이타임이 짧았을지언정 체감 플레이타임은 더 길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가볍게 듣기에는 무난한 앨범이다. 그 말인즉슨 오래 두고 다시 찾을 음악 또한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다시 손을 뻗기에 바닐라 어쿠스틱이라는 브랜드의 맛은 너무 달게만 느껴진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건 달콤함보다는 쌉싸래함 아닐까.
-수록곡-
1. 반지하 로맨스
2. 쿠키, 커피
3. Beautiful day

4. 썬글라스 (Duet. 김지수)
5. 내게 와요
6. 홍삼맛 캔디

7. 위로의 여신
8. 러비듀

9. 흔하지만 사랑얘기
10. 꿈에 잠들다
11. 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