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에 선보인 데뷔곡 'Heaven'을 통해서 신인가수에게 가장 어려울 수도 있는 '이름 알리기'의 대과업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상업적 성공을 바라보는 '쇼 비즈니스형' 가수라면,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다. 하여 이어진 < 불후의 명곡 >을 통한 노출전략은 시기적절하게 맞아떨어졌다. 한국의 명곡을 자체적 해석해내는 능력과 넘치는 끼를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제공해준 훌륭한 발판이 되었다.
기대감이 커진 만큼 이제는 팬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줘야 할 시기다. 그 방향을 제시하는 첫 출사표 < Invitation >은 그녀의 재능을 미리 알아본 휘성과 그의 출세작 'With me'를 함께한 작곡가 김도훈, < 불후의 명곡 >의 편곡을 담당하고 있는 이현승(Itomy) 등의 프로듀서들이 협력했다. 전체 흐름은 '카리스마 여제' 비욘세, 리한나로 대변되는 '댄스-팝'으로 에일리가 가진 다중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트랙 리스트로 구성해냈다.
타이틀곡 '보여줄게'는 보컬 역량을 어필한 작품이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에 어울리는 애상적 조합이 전반이라면, 댄스 비트가 더해지며 '두고 봐라!'는 식의 분노를 표출해내는 것이 후반의 전개다. '연약에서 강성'이라는 구성의 묘를 살려냈지만, 데뷔곡 'Heaven'에 비해 돋보였던 매혹적 가창의 힘은 덜하다. '나쁘지는 않다'라는 감흥 이상으로 다수 팬을 매료시키기는 어려운 곡이다.
작품에서 특징적인 것은 6곡 중 절반을 래퍼들과 함께 했다는 것이다. 피쳐링 자체가 음악적으로 큰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의 무게감은 프로모션 쪽에 두는 것이 맞을 듯하다. 버벌진트, 스윙스, 사이먼 디와 같은 준수한 협력자들과의 작업에서 가장 돋보이는 곡은 사이먼 디 피쳐링의 'Shut up'이다. 펑크(Funk) 기타 사운드의 위에 껄렁거리는 사이먼 디의 랩핑, 신경질적인 에일리의 보컬은 발군의 호흡을 들려준다.
첫 번째 소품집으로 준수한 노래들을 갖추었지만 포섭력은 약하다. 재능으로써 '비범함'을 보였던 그녀가 음악으로써는 '평범함'을 노출했다는 인식을 저버리기 어렵다. 싱어송라이터가 아니고서야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가수 초년생이 완벽하게 자기의 몸에 맞는 옷을 입듯 '내 노래'를 만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노래 잘 부르는' 에일리는 음악 속에 극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떤 옷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우월한 스펙을 갖추고 있음을 철저히 자신의 힘으로 드러낸다. 감출 수 없는 재능은 이 노래꾼이 2012년 가요계 최고의 기린아임을 부정할 수 없게 하는 이유다.
-수록곡-
01. 보여줄게
02. 폭풍속으로 (feat. 버벌진트)
03. 저녁 하늘

04. My love (feat. 스윙스)
05. Shut up (feat. Simon D)

06. Heav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