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이 만든 특허성의 뚜렷한 콘셉트와 화려한 퍼포먼스, 강한 개성의 음악은 여전하다. 궤도에 다시금 연착한 모습은 타이틀곡 'Catch me'를 통해 우선적으로 발견된다. 일렉트로닉과 덥스텝으로 유행을 따르면서도 사이보그적인 무대 이미지와 효과음을 연출한 것은 전형적인 SMP 전략을 띄고 있다. 이는 줄곧 동방신기의 음악을 만든 디렉터 유영진의 손길이 고스란히 담겨진 연유다. 하지만 가사는 순화되었다. 대중적인 가사는 포용성을 넓히며 오케스트레이션 사운드의 가세는 부드러움까지 더한다. 힘을 빼면서 전체적인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졌다.
그 이외의 수록곡들은 한결 다양해진 장르를 자랑한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렉트릭 기타로 일군 록 사운드. 그들은 이 남근적인 음악을 남성성 강조의 수단으로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 날카로운 기타의 'I don't know'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Wake up' 리프와 중첩되는 'Getaway'는 댄스 음악과 접목되며 동방신기의 극대화된 마초의 체취를 뿜는다.
데뷔 때부터 아카펠라를 가능케 할 수 있었던 탄탄한 보컬은 알엔비와 발라드 음악에서 빛이 난다. 'Destiny'에선 인원 구성상 구현하기 힘든 아카펠라 대신 최강창민과 유노윤호의 하모니가 대체한다. 마지막 곡 'Good night'는 위로의 가사와 어울리는 부드러운 음색으로 서서히 음미하는 잔향을 남긴다. 감성의 집합체 발라드 곡 'How are you'와 'I swear' 또한 스트링과 피아노 등의 여린 음파와의 적정한 조화를 보여준다. '꿈(Dream)'은 제이 팝의 향기를 머금은 아기자기한 사운드로 파스텔 톤의 발랄한 분위기를 유도하고, 해외 프로듀서와 협력한 일렉트로닉 댄스곡 '인생은 빛났다(Viva)'와 'Gorgeous'는 매끄러운 전개로 완성도까지 높이고 있다. 어느 때보다 풍성한 음악꾸러미를 완성했다.
음악적인 안정성 부각에 쏟아 부은 에너지가 실질적인 위력을 갖지 못한다는 건 아쉽다. 신생 아이돌 군의 포화상태에서 어색하게 낀 그들의 존재감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부상시키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아이돌 독점이 빚어낸 협소한 음악 프레임의 약점을 고발한다.
어느새 8년차가 되었다. 자생력 없이 기획사가 만들어낸 이미지로 승부를 거는 동방신기에게 이 같은 세월은 버거웠을 것이다. 그렇게 중견 아이돌 동방신기의 깊은 상처는 더딘 회복력 끝에 < Catch Me >로 완치된 모습을 보여준다. 두 명의 멤버로도 동방신기라는 이름에 동기화를 이룬 현재가 이들의 최대치인지는 미지수지만 후속 작에 대한 기대감도 남기고 있다.
- 수록곡 -
1. Catch me

2. 인생은 빛났다(Viva)
3. Destiny
4. 비누처럼(Like a soap)
5. I don't know
6. 꿈 (Dream)

7. How are you
8. Getaway

9. I swear
10. Gorgeous

11. 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