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주연으로 돌아온 것을 포함해 브루스 윌리스, 돌프 룬드그렌, 제이슨 스태덤, 이연걸이 연속물의 흥행공신임을 다시금 재확인시킨다. 게다가 장-끌로드 반담과 척 노리스까지 가세해 남성호르몬분비 촉진을 더욱 강화했다. 남성성에 있어서 '이보다 더 센 놈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라는 식이다.
간결하고 자의식이 강한 각본으로 무장한 “소모품들”, 그 두 번째 일화는 전편에 이어 마초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내고 유쾌한 현대의 팝콘 모험영화의 재미를 주는 일석이조, 일거양득의 매력을 발산한다. 총알과 포탄이 난무하고 맨주먹 액션과 카메라를 향한 슬로모션이 폼 나게 펼쳐지는 복수혈전.
'나 아직 안 죽었다. 멀쩡해! 보라고'라며 퇴역액션스타들의 수장을 자처한 스탤론이 다시금 정의의 용병들 편의 리더로 나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스탤론의 바니 로스와 용병들은 CIA에 의해 알바니아의 산으로 침투, 추락한 비행기에서 금고를 회수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 중 한 명이 살해되기 전까지 이들의 작전은 공원을 거닐 듯 여유로워 보인다.
점잖게 무자비한 악당 장 끌로드 반담이 이끄는 패거리들 또한 금고 속의 내용물에 관심이 아주 많은 터, 열혈 소모품군단과 냉혈 불한당들 간의 지옥 같은 전쟁시나리오가 시각적 쾌감을 압박한다.
작곡가 브라이언 타일러 또한 멤버십에 재 가입했다. 2010년 원작 <익스펜더블>에 음악을 제공한 그는 2008년 각본과 감독으로 나선 스탤론의 <람보4: 라스트 블러드>에서 인연을 이어온 셈. 대체로 영화와 같이 속편에 함께한 타일러의 음악도 전작보다 나은 편이다.
핵심적인 주제선율의 요소들을 여기서도 재가동했다. 스코어의 중심부에서 강력한 행진곡으로 작용하는 주제적 악상들도 뛰어나지만 더 꽉 차고 집중적이며 작곡적으로 흥미로운 부분들이 전작의 스코어보다 배가됐다. 원작의 스코어에 결점이 없었다는 건 아니지만 견고하고 오락적인 액션쾌감은 충만했다.
<익스펜더블2>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다재다능한 경험을 더욱 보편적으로 전달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다소 과장된 기백으로 사내다운 위풍을 내세우는 소모품들의 행진곡은 'The expendables return'에서 다시 등장한다. 깊고 파워풀한 브라스 팡파르와 전쟁의 진군을 표하는 타악적인 리프로 구성된 이 우람한 테마는 지시악절로 설정된 초반부의 곡들에서 우레와 같은 액션악절들을 폭발시킨다.
발광하는 스트링과 질주하는 드럼비트, 저류하는 기관총 소리의 대혼란과 로켓 추진식 사운드의 떠들썩한 사운드광풍이 휘몰아친다. 'Fists, knives and chains'와 'Rest in pieces'와 같은 지시악절들에서 나타나는 타일러의 음악은 관현악적인 편성으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일격을 가하는 트럼펫, 전율하는 호른, 스트링 탄주, 빛나는 타악기의 결합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사운드는 전자음들의 상위에서 절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보조역할이라기보다 향상된 음색과 풍미를 가미해 전면적으로 화면을 지배한다는 말이 적합할 정도다.
'Track 'em, find 'em, kll 'em', 영웅적인 업비트의 'Making an entrance', 'Party crashers'와 같은 지시악절들에서 메인테마의 연주는 스코어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Countdown'에선 최고조에 달하는 긴장감 팽배와 이완을, 'Bad way to live'에선 비범한 금속성의 민속적인 퍼커션반주로, 'Dueling blades'와 'Escape'와 같은 서사적 결말의 곡들을 통해서 작곡가는 아주 신나는 오락적 사운드의 진수를 선사한다. 진을 쏙 빼놓을 기세다.
'Respect'와 같은 명상조의 큐들도 물론 공존한다. 우르릉 대는 베이스로 반주되는 메인테마를 특징으로 서서히 웅장하고 애국적인 찬송가로 융합, 전우들의 넋을 기리는 역할로 작용한다. 한편 'Reparations', 'Rescue'의 도입부, 그리고 'Bad way to live'의 후반부에서는 근엄하게 울리는 피아노와 미묘하게 퉁기는 일렉트릭기타 모티프가 오케스트라와 결합해 극적이면서 내관적인 무드를 이례적으로 주입한다. 그 외에는 가차 없는 음악의 대학살이 영화전반의 추세에 조응한다.
<익스펜더블>의 속편에서 브라이언 타일러는 고인이 된 거장 제리 골드스미스의 역할을 채택 개선해 자기화하려한 것 같다. 복합적인 오케스트라적 액션음악을 영화에 적용해 기대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으며 다른 한 편으로 퍼커션을 간단히 이용한 사운드강타와 반복적인 각인효과를 주는 스트링 오스티나토를 보다 더 잘 활용해 타일러 자신의 신뢰도를 증강함과 동시에 명석한 리듬적 패턴을 확립해내고 있다.
자신의 역할에 대한 확실한 이행과 세밀하고 진지하게 접근하는 관현악작법 등에서 그 결과물이 무엇이든 최상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건 물론이다. 매번 흠잡을 데가 없을 순 없겠지만 브라이언 타일러의 음악적 기법이나 기교적인 측면에서 제리 골드스미스의 대를 이을 수 있을 만한 여지를 이 작품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낙관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글 아이>와 <패스트 앤 퓨리어스> 프랜차이즈와 같은 액션스코어들의 연장선상에서 이 스코어는 취향에 부합하며 스탤론과 슈왈츠제네거의 차기 <익스펜더블> 시리즈에서도 타일러의 음악이 수반되기를 바라마지 않게 될 것이다.
-수록곡-
01 The Expendables Return
02 Fists, Knives and Chains
03 Track 'Em, Find 'Em, Kill 'Em
04 Making An Entrance
05 Respect
06 Rest in Pieces
08 Party Crashers
09 Rescue
10 Countdown
11 Bad Way to Live
12 Vilain
13 Dueling Blades
14 Esca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