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는 아니지만, 앞서 말한 경향은 특히 영국 그룹들에 더 집중되는 듯 보인다. 블록 파티 역시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밴드다. 물론 이후의 행보가 졸작들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데뷔앨범의 감흥을 잊게 할 만큼 모두가 납득할만한 결과물을 내놓은 것 역시 아닌 만큼,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표현 자체에 이견을 달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쯤에서 생기는 궁금증은 '왜 유독 개러지 록 신에서 이런 현상이 잦은 것일까'라는 물음이다. 확답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미디어 하이프의 거품이 빠지는 것과 함께 시대적 상황도 그 이유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부류의 음악이 사운드의 신선함과 함께 잊혀져가던 (혹자는 '그 빌어먹을 놈의'라는 수식을 붙일지 모르겠지만) 록의 정신을 되살렸다고 인식되었던 반면, 지금은 결코 그렇지만은 않은 탓이다.
1990년대에 그런지 록을 위시한 얼터너티브 무브먼트가 헤비메탈을 밟고 올라서며 그 의미를 잃어갔듯, 개러지 록은 이미 세기 말-세기 초에 록의 지형도를 한 차례 흔들어놓은 바 있다. 그 후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위세가 전만 못한 것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일지도 모른다.
보컬 켈리 오케릭(Kele Okereke)은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앨범이 블록 파티의 마지막 앨범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 이유로 댄 코멘트가 “우리가 여기서부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I don't know where we'll go from here.”)는 말인 것을 보면, 그는 밴드가 겪었던 과거의 갈등과 함께 아마도 이런 신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한 만큼, 앨범은 지금까지의 작업 중 가장 '하고 싶은 대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 Four >에는 '3X3'나 'We are not good people'과 같은 완연한 하드록 넘버들도 있지만, 브릿팝 밴드들이 울고 갈 만큼 감성으로 뒤덮인 'Day four'와 'Truth', 완벽한 후크송인 'V.A.L.I.S'와 발 구르기에 제격인 'Team A' 같은 다양한 트랙들이 혼재한다. 한 가지로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갖가지 색들이 채색되어 있는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곡들에서 주인공이 블록 파티라는 것을 절로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산만함이 없게 들린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 중 타이틀인 'Octopus'는 이들의 자유분방함이 어떤 형태로 집약되었는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곡으로, 이만큼의 단순하고 스트레이트한 전개 하에서 이런 몽환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통해 이들이 분명하게 남다른 감각을 갖고 있는 밴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 있다. 말 그대로, '존재감 입증'의 싱글에 다름없다.
흡인력 면에서는 대표작인 1집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작품이다. 이 신의 밴드들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인상이 짙은 요즘, 블록 파티의 활동이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해 보는 것도 좋을 듯. 리바이벌은 현재진행중이다. 신(Scene)은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이들의 음반만큼은 확실하게 그것을 강변하고 있다.
-수록곡-
01. So he begins to lie
02. 3X3
03. Octopus

04. Real talk
05. Kettling
06. Day four

07. Coliseum
08. V.A.L.I.S.

09. Team A

10. Truth

11. The healing
12. We're not good peo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