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의 지원군으로 비틀즈, 롤링 스톤즈, 밥 딜런, 비비 킹, 에릭 클랩튼의 앨범 작업을 도왔던 콧대 높으신 연주의 대가들이 그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런 천군만마 이상의 전력 충원이 곧 존 메이어의 비범함을 반증한다. 그들의 조력에 힘입은 새로운 작품은 한마디로 '송라이팅에 물이 올랐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다. 늘 그렇듯, 그의 선택은 정공법이다. 정직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음악에 대한 강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있는 모습이다.
닐 영의 발자취를 찾고자 서부로 향한다는 가사 내용의 첫 곡 'Queen of California'의 싱그러운 아르페지오의 울림은 '캘리포니아의 여왕' 조니 미첼의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앨범에서 발현하고자 하는 옛 기운을 온전히 간직한 주요 트랙이다. 이어지는 'The age of worry'는 곡의 몸집을 부풀려 웅장한 옛 서부의 정취를 상기시켜낸다. 억지스럽게 찍어내는 방식이 아닌, 어느 방향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자연스러움을 표현해낸다.
선 공개한 'Shadow days'에서는 곡 전체를 지배하는 풍성한 어쿠스틱 사운드와 컨트리 맛을 가져다주는 은은한 페달 스틸의 선율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있다. 어려운 코드 워크의 전개나 기술적으로도 복잡한 움직임은 배제한 모습이 역력하다. 이런 '무드 메이킹'은 'Something like Olivia'에서도 이어진다. 반복되는 탱글탱글한 기타 톤의 조율은 존 메이어가 다면(多面)의 기타리스트임이 여실히 드러나는 트랙이다. 솔로 연주로 들어가는 블루지한 '기타의 색'은 곡의 매력을 증대시킨다.
앨범과 동명의 곡 'Born and raised'는 감미로운 보컬과 하모니카 연주는 목가적 분위기를 풍겨낸다. 포크 록의 아이콘 크로스비, 스틸스 앤 내쉬(Crosby, Stills And Nash)의 데이비드 크로스비(David Crosby)와 그레이험 내쉬(Graham Nash)를 코러스로 초대했다. '크로스비, 메이어 앤 내쉬'의 결성이라는 탄성이 나올법한 완벽한 보컬 콤비네이션을 들려준다. 아름다운 러브 송 'Love is a verb'의 나긋하고 간지러운 속삭임은 연인의 로맨스를 위한 선물이자, 기타 키드들의 새로운 커버 곡 라이브러리에 추가될 연가(戀歌)다.
미국색(色)을 담아낸 작품은 성숙한 자기 자신의 내면을 비친다. 중점은 순수하게 우려낸 멜로디와 가사다. 과거 < Room For Squares >에서는 새 시대의 송라이터의 출현을 알렸고, < Try! John Mayer Trio Live In Concert >에서 기타 테크닉과 기교를 만방에 확인시켰다. 높은 위치를 경험했고 그것도 모두가 자신의 힘으로 이뤄낸 것들이지만 그는 언제나 그대로 있다. 그에게 주어지는 찬사의 바탕에는 이런 올곧고 고전적이며 우아한 행보가 작동하는 것 아닐까.
이 시대 최고의 싱어송라이터로 칭송 받고 있지만 존 메이어는 신보로 '젊은 거장'이라는 이름을 향해 조용한 한걸음을 떼고 있다. 음악을 대하는 그의 스피릿은 영롱하고 순수하다. 작품을 낼 때마다 조금 더 자신을 알아가고 싶은 욕구를 숨기지 않는다. 얼마나 더 깊게, 얼마나 더 멀리 갈 수 있는지를 자문하는 듯하다. 미지의 영역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탐험가와 같다. '낡은 소리'를 간직한 한 장의 레코드와 함께 존 메이어는 이 나이에 여기까지 왔다.
-수록곡-
01. Queen of California

02. The Age of Worry

03. Shadow Days

04. Speak for Me
05. Something Like Olivia

06. Born and Raised

07. If I Ever Get Around To Living
08. Love is a Verb

09. Walt Grace's Submarine Test, January 1967

10. Whisky, Whisky, Whisky

11. A Face To Call Home
12. Born and Raised (Repr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