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쿨한 감각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블랙 키스의 경우가 그렇다. 어느새 거물이 되어버린 이들에게도 알게 모르게 비판의 화살은 늘 조준되어 있었다. 절대 다수의 평단, 그리고 많은 수의 대중이 아무리 이들의 감각에 손을 뻗었다 해도, 예리한 눈썰미를 자랑하는 골수 음악 팬들은 앨범마다 보이는 강한 모티브들을 그냥 용납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혐의를 가진 곡들은 항상 있었다. 단적인 예로, 빌보드 앨범 차트 3위라는 반응을 거둔 전작 < Brothers >의 첫 트랙인 'Everlasting light'에서는 '글램 록의 거두' 티 렉스(T. Rex)의 'Mambo sun'의 냄새가 진했고, 동 앨범의 'She's long gone'에서는 '블루스의 거장' 머디 워터스(Muddy Waters)가 불렀던 'She's alright'의 향취가 짙게 배여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티브에 대한 논란은 (분명 전보다 덜하기는 하지만) < El Camino >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Little black submarines'는 탐 페티 앤 더 하트브레이커스(Tom Petty And The Heartbreakers)의 'Mary Jane's last dance'와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Stairway to heaven'에 채무를 지고 있는 곡이고, 'Mind eraser'는 미국 간판급 프로레슬러인 브렛 하트(Bret Hart)의 테마 송으로도 유명한 'Hart attack'을 상당부분 닮아있는 노래다.
뿐만 아니라, 'Hell of a season'의 초반부는 동 앨범에 수록된 'Lonely boy'의 다른 버전처럼 들리기도 한다. 정도로 보아 자기복제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스펙트럼에 대한 한계는 분명히 보여준 셈이다.
< El Camino >가 '살짝 덜어낸 블루스의 감성과 댄서블한 록이 섞여 멋진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앨범이라는 중론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실제로도 그렇게 와 닿는 썩 훌륭한 앨범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꾸준한 갑론을박들과, 이들이 10년간 정규앨범 일곱 장을 낸 경력을 갖고 있는 중견그룹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아쉬운 부분이 아주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블랙 키스는 이미 블루스 록 신의 선두에 위치한 그룹이다. 이런 팀에게 전통주의의 '모티브 이어받기' 이상의 총기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가혹한 일일까. 밴드 이름의 '열쇠'가 의미하는 것은 분명 '핵심'일 터, 그 핵심이 뜻하는 바가 100% 과거의 유산일 뿐이라 훗날 정작 본인들은 기억되지 않는다면 억울할 일 아닌가.
-수록곡-
1. Lonely boy

2. Dead and gone

3. Gold on the ceiling
4. Little black submarines
5. Money maker
6. Run right back

7. Sister
8. Hell of a season
9. Stop stop
10. Nova baby

11. Mind eras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