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반응하듯 록 씬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60년대와 70년대 초에 록의 황금기를 이끌던 거대 밴드들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이따금씩 차트 상위권에 이름만 올릴 뿐이었다. 여기에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가
그런 면에 있어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는 기민한 밴드였다. 일찍이 로큰롤의 폭풍에 발 빠르게 대처하며 브리티쉬 인베이전에 성공했었고 뒤이은 사이키델릭의 조류에 맞춰 < Their Satanic Majesties Request >로 대응했었다. < Some Girls > 역시 시대의 흐름을 보여준 컨템포러리 앨범이었다. 이 작품에서 롤링 스톤스는 댄스와 디스코, 펑크를 주요 사운드로 택하며 트렌드를 반영했고 사람들의 관심은 미국 앨범 차트 1위, 영국 앨범 차트 2위라는 성적을 통해 드러나게 되었다. (당시 영국 앨범 차트 1위는 비지스의 < Saturday Night Fever >이었다.)
2년만의 신보 < Emotional Rescue >는 전작 < Some Girls >에서 얻은 추진력을 바탕으로 제작한 앨범이었다. 그루브 있는 전개를 그대로 박아 넣은 첫 트랙 'Dance (Pt.1)'은 앞선 작품의 'Miss you'와 궤를 같이하는 디스코 곡이고 'Send it to me'는 남미 특유의 리듬감이 가미되어 흥겨움을 전한다. 그 중에서 타이틀인 'Emotional rescue'는 사운드의 변화가 여실히 담겨있는 넘버였다. 베이스가 강조된 리듬을 바탕으로 멜로디를 최소화하며 만들어낸 전형적인 디스코 사운드는 이전의 롤링 스톤스에게서 들어볼 수 없었던 것이었고 믹 재거(Mick Jagger)의 보컬은 비지스의 'Night fever'를 연상시키는 팔세토(falsetto : 가성) 창법이었다.
앨범이 전달하는 진정성은 디스코와 댄스 사운드에 의해 상당 부분 가려져있다. 성적 자본주의를 노래한 'Send it to me'나 니카라과의 혁명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미국의 중남미 개입 정책을 비판한 'Indian girl'은 상당히 무거운 주제들을 담고 있는 곡이다. '시궁창에 엎드려 / 담배를 구걸하고 / 용서를 구걸하는', 그리고는 결국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Down in the hole' 역시 결코 편하게 만은 들을 수 없다. 분쟁과 자본주의의 병폐로 대표되는 사회 문제들, 그 속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몰락이 이 앨범의 흥겨운 리듬에 가려진 진정한 메시지다. 그리고 이러한 폐해로부터 사람들을 구해내는 구출 작업. 그것이 바로 롤링 스톤스가 하고자 했던 감정의 구조, emotional rescue인 것이다.
< Some Girls >에서 거뒀던 성공을 답습하려는 의도적인 측면에 있어 < Emotional Rescue >에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디스코와 펑크, 댄스 사운드를 되풀이함으로써 스스로 시류에 영합해가는 수준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롤링 스톤스의 파격적인 변신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 음반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신선하다. 더불어 자신들의 원류인 블루스와 로큰롤도 담아내며 그들의 색깔을 다시금 증명하는 과정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실험성과 정체성, 그 모든 것이 담겨있는 수작이다. 실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로큰롤 밴드'가 남긴 참신한 실험의 결과물이다.
-수록곡-
1. Dance (Pt.1)

2. Summer romance
3. Send it to me
4. Let me go
5. Indian girl
6. Where the boys go
7. Down in the hole

8. Emotional rescue

9. She's so cold
10. All about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