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시간은 참 오묘합니다. 우리의 뺨을 차갑게, 손을 시리게, 안경에 서리를 끼게 한 추운 겨울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때를 맞춰 봄에게 서서히 자리를 내주네요. 그리고 봄을 기다리는 마음 꽃이 한 송이, 두 송이 피어납니다. 흔히 여성들이 봄을 탄다고 하지만, 봄을 타는 제가 꽃을 소재로 한 노래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전 남자 친구에게 깊은 상처를 받은 모델 하이디 블룸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으로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실(Seal)은 아마 에이콘(Akon)과 함께 팝계에서 가장 험상궂은 몽타주를 가진 가수 중 한 명일 겁니다. 그가 1995년에 발표한 'Kiss from a rose'는 영화 < 배트맨 포에버 >에 삽입돼서 인기를 얻은 곡인데요. 넘버원은 물론이구요. 그래미에서는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그리고 최우수 남성 팝 보컬 부문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실과 하이디 블룸은 이혼 서류에 서명을 했다네요.
짙은 화장과 과장된 쇼맨십으로 1980년대 후반에 인기를 얻은 4인조 팝 메탈 그룹 포이즌(Poison)이 1988년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 < Open Up And Say... Ahh! >에 수록된 록 발라드 'Every rose has its thorn'은 1988년 말에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했는데요. 아무리 아름다운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양쪽 면을 모두 보자는 이 곡은 장난기어린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포이즌의 고정관념을 바꾼 곡이기도 합니다.
'트로트 여제' 심수봉이 그 특유의 간드러지는 보컬로 부른 '백만 송이 장미' 기억하시죠? 동양 정서에 맞는 구슬픈 곡조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가수 이시하라 준코가 번안해서 부르기도 한 이 노래는 알라 푸가체바(Alla Pugacheva)라는 러시아 가수가 'Millio alyh roz'의 원곡으로 알려졌죠. 하지만 동유럽 국가 라트비아에서 탄생한 노래랍니다. 1981년에 아이야 쿠쿨레(Aija Kukule)와 리가 크레이츠베르가(Liga Kreicberga)로 구성된 여성 듀엣이 당시 소련에 병합된 라트비아의 독립의지를 담아서 발표한 곡이죠.
'샹송의 여왕'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가 1947년에 발표한 대표적인 샹송입니다. 우리에겐 '장밋빛 인생'이란 타이틀로 알려진 'La vie en rose'는 에디트 피아프가 직접 작사를 했구요. 국내에선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의 걸죽한 목소리의 버전이 광고에 쓰여서 유명하죠. 프랑스 노래임에도 불굴하고 1998년도 그래미에서 명예의 전당 어워드를 수상했습니다.
컨트리 여가수 린 앤더슨(Lynn Anderson)이 1970년에 발표한 'Rose garden'도 우리 귀에 매우 익숙한 노래죠. 미국 인기차트 3위와 컨트리 차트 정상을 차지한 이 노래는 딥 퍼플(Deep Purple)과 쿨라 쉐이커(Kula Shaker)의 곡으로 유명한 'Hush'나 이너 서클(Inner Circle)의 레게 버전으로 인기를 얻은 'Games people play'를 작곡한 조 사우스(Joe South)가 만든 곡인데요. 1988년에는 캐나다 댄스 팝 그룹 콘캔(Kon Kan)이 'I beg your pardon'에서 샘플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장미를 소재로 한 노래 중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는 아마 베트 미들러(Bette Midler)의 'The rose'일 겁니다. 27세로 요절한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의 일생을 영화로 담은 < The Rose >의 주제곡인 이 노래는 주연을 맡은 베트 미들러가 직접 불렀는데요. 빌보드 싱글차트 3위에 올랐고 그래미에서 최우수 여성 팝 보컬 부문도 수상한 명곡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웨스트라이프(Westlife)가 리메이크해서 다시 애청됐죠.
올해 그래미에서 트리뷰트 무대를 받은 컨트리 가수 글렌 캠벨(Glen Campbell)은 세션맨 출신의 싱어 송라이터인데요. 'Rhinestone cowboy'와 'By the time I get to Phoenix', 'Southern nights' 같은 노래들로 1970년대에 많은 사랑을 받은 그가 1977년에 부른 'Sunflower'는 닐 다이아몬드(Neil Diamond)가 작곡을 했습니다. 싱글차트에서는 39위까지 밖에 오르지 못했지만 컨트리차트에서는 4위에 오르며 이름값을 했죠. 지금은 덜하지만 당시 국내 라디오에서도 자주 에어플레이 됐던 곡이기도 합니다.
닐 다이아몬드(Neil Diamond)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ra Streisand)가 함께 한 'You don't bring me flowers'는 제목만 봐도 사랑의 아픔을 담은 노래라는 것을 알 수 있죠. 1979년에 싱글차트 정상에 오른 이 곡은 많은 사람들이 싱어 송라이터인 닐 다이아몬드가 작곡한 곡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알란 버그만(Alan Bergman)과 마릴린 버그만(Marilyn Bergman) 부부가 작곡한 발라드입니다. 이 듀엣 곡은 닐 다이아몬드가 1977년에 부른 버전과 1978년에 부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버전을 짜깁기해서 듀엣으로 부른 효과를 냈으니까, 냇 킹 콜(Nat King Cole)과 나탈리 콜(Natalie Cole)의 'Unforgettable'의 원조인 셈이죠.
캐나다에서 결성된 팝 그룹 스카이락(Skylark)이 1972년에 발표해서 미국에서 9위를 차지한 'Wildflower'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꽃노래입니다. 이 밴드는 유명한 프로듀서 데이비드 포스터(David Foster)가 건반 주자로 있었다는 사실로 유명세를 탔는데요. 1990년대 초반에는 'I wanna sex you up'과 'All 4 love'로 반짝 인기를 누렸던 4인조 보컬 그룹 컬러 미 배드(Color Me Badd)가 리메이크해서 애청됐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올 때는 머리에 꽃을 꽂고 오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스코트 맥켄지(Scott Meckenzie)의 '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flowers in your hair)'는 1960년대 히피들의 송가죠. 월남전과 흑인 민권운동으로 어수선하던 당시에 꽃은 사랑과 평화를 상징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중반, 엉뚱하게도 불륜 드라마 < 애인 >에 삽입됐죠. 1967년에 발표돼서 4위를 기록한 이 곡은 더 마마스 & 더 파파스(The Mamas & The Papas)의 리더 존 필립스(John Philips)가 작곡했습니다.
'라틴 록의 아버지' 산타나(Santana)가 1977년에 발표한 앨범의 타이틀트랙 'Moonflower'. 산타나의 음악 중에서는 보컬이 있는 곡들도 사랑을 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Moonflower'나 'Samba pa ti', 'Europa'처럼 분홍빛의 에로틱한 연주곡들이 더 큰 인기를 누렸죠. 산타나는 이 음반 이후 오랫동안 침체기를 보냈지만 1999년에 < Supernatural >로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게 됩니다.
루마니아에서 태어난 싱어 송라이터 마이클 크레투(Michael Cretu)가 1979년에 발표한 'Moonlight flower'는 유럽에서 먼저 인기를 얻고 1980년대 초반,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새벽안개를 머금은 듯 신비스런 분위기의 이 노래는 드림 팝의 형식을 보여주고 있죠. 마이클 크레투는 1990년대 초반에 'Sadness part 1.'이나 'Return to innocence' 같은 음악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니그마(Enigma)를 만든 주인공입니다.
우리나라에선 1997년에 익사사고로 사망한 제프 버클리(Jeff Buckley)의 곡으로 알고계신 분들이 많은 'Lilac wine'은 제임스 셸튼(James Shelton)이라는 사람이 1950년에 작곡한 노랩니다. 미국과 영국에선 1978년에 엘키 브룩스(Elkie Brooks)라는 여가수의 버전으로 더 유명하지만 국내에서는 제프 버클리가 세상을 떠날 때 이 노래도 함께 가져갔습니다.
1957년, 워싱턴 대학생들로 구성된 4인조 포크 그룹 브라더스 포(Brothers Four)는 우리나라에서 'Greenfields', 'The green leaves of summer', 'Try to remember' 같은 곡들로 아직까지 기억되는 팀이죠. 'Seven daffodils'는 브라더스 포의 노래로도 애청됐지만 양희은이 '일곱 송이 수선화'로 번안한 노래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고결, 신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자기사랑, 자아도취의 꽃말을 가지고 있는 수선화를 소재로 한 이 곡의 멜로디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1986년, 미국 버팔로에서 결성된 3인조 록 밴드 구구 돌스(Goo Goo Dolls). 9년 동안 무명 그룹으로 버티다가 1995년에 발표한 다섯 번째 앨범 < A Boy Named Goo >에서 'Name'이 탑 텐에 오르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니콜라스 케이지와 멕 라이언이 주연한 영화 < 시티 오브 엔젤 > 사운드트랙에 삽입돼서 인기를 누린 'Iris'는 싱글차트 9위에 올랐고 그래미에서 올해의 레코드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이제는 이들의 대표곡으로 자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