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 댓(Take That), 보이존(Boyzone)에 이어 영국 연방 출신 보이 그룹의 큰 지분을 차지했던 웨스트라이프가 2011년 10월에 13년의 음악 역사를 마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웨스트라이프가 영국과는 정치, 역사적으로 갈등이 존재하는 아일랜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영국차트에서 14곡의 넘버원과 25곡의 탑 텐 히트곡을 올렸다는 사실이 불가사의할 정도죠. 이들이 데뷔한 1999년은 잘 아시는 대로 틴 아이돌 음악의 전성기였습니다. 당시 활동했던 10대 가수들은 대부분 댄스 음악을 지향했지만 웨스트라이프는 다섯 명이 내는 화음으로 아름다운 발라드를 구사해 차별화 전략에 성공했던 거구요. 또 하나, 우리에게 익숙한 노래들을 리메이크함으로서 안정성과 대중성을 확보했던 겁니다. 물론 이런 방법은 '날로 먹는다'는 비판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인지도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는 대단히 성공한 작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웨스트라이프의 인기는 대단했는데요. 10대부터 40대까지 팬 층이 다양했습니다. 물론 10대, 20대는 그들의 반듯한 용모를, 30, 40대는 화음 위주의 편한 노래를 좋아했죠. 이번 하나씩 하나씩에서는 더 이상 신보를 접할 수 없게 된 웨스트라이프의 음악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웨스트라이프의 대표곡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으로 쓰였기 때문에 이 멜로디가 낯선 분들은 음악에 전혀 관심이 없는 분들일 확률이 매우 높죠. 그만큼 이 곡은 웨스트라이프의 시그니처 송으로 자리했는데요. 2000년에 영국 차트 1위에 오른 My love는 이들의 일곱 번째 넘버원이고, 영국에서 35번째로 많이 팔린 싱글이란 기록을 인쇄하기도 했습니다.
Flying without wings
데뷔앨범 수록곡으로 이들의 세 번째 1위곡입니다. 2002년에는 홍보 차원에서 다른 나라 가수들과 듀엣으로 다시 녹음을 했는데요. 아시아에선 보아와 함께 불러서 인기를 얻었고, 호주 여가수 델타 굿렘(Delta Goodrem), < 아메리칸 아이돌 > 우승자지만 절대 아이돌로 보이지 않는 흑인 가수 루벤 스투다드(Ruben Studdard) 등이 커버해서 빌보드 싱글차트 3위를 프린트했습니다.
Against all odds
1984년, 필 콜린스(Phil Collins)의 오리지널을 2000년에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와 함께 재해석한 이 버전은 머라이어 캐리와 웨스트라이프가 따로 부른 부분을 편집해서 완성했는데요. 웨스트라이프는 이 곡으로 여섯 번째로 정상에 오릅니다.
Uptown girl
1990년을 전후 한 시대에 태어난 세대들은 이 노래가 웨스트라이프의 오리지널로 알고 있지만 원작자는 '럭키 가이'였던 빌리 조엘(Billy Joel)입니다. 빌리 조엘은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수퍼모델인 크리스티 브링클리와 결혼했으니까요. 빌리 조엘이 이 뮤직비디오에 크리스티 브링클리를 등장시킨 것처럼 웨스트라이프는 'Uptown girl'의 뮤직비디오에서 또 다른 수퍼모델 클라우디아 쉬퍼를 초대하죠. 재미있는 아이디어였습니다.
Queen of my heart
이들의 여덟 번째 UK 차트 1위곡입니다. 이 노래는 웨스트라이프가 비단 젊은 세대들에게만 인기를 얻는 것이 아니고 30대 이상의 기성세대들로부터도 환영받는다는 것을 증명하는데요. 'Queen of my heart'가 컨트리 스타일이기 때문입니다.
World of our own
'World of our own'은 이들의 히트곡 중에서 'Uptown girl'과 함께 가장 흥겨운 노래입니다. 이 세상이 자신들의 것이라는 자신만만함이 옹골찬 이 곡은 리메이크도 아니고 그들의 전공인 팝 발라드도 아니었지만 2002년에 정상에 올랐죠. 그래서 웨스트라이프에겐 자신들의 입지를 한층 공고히 다져준 노래이기도 합니다.
Mandy
2004년에 영국 차트 탑을 차지한 'Mandy'는 배리 매닐로우(Barry Manilow)가 1974년에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랭크된 노래가 오리지널 버전으로 알려졌지만 이 노래의 원곡은 배리 매닐로우가 아닙니다. 스코트 잉글리시(Scott English)라는 미국 출신의 남성 가수가 1972년에 발표한 'Brandy'라는 노래를 리메이크한 곡이죠. 하지만 웨스트라이프는 원곡보다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배리 매닐로우의 리메이크 버전의 감성을 그대로 살려 부활시켰습니다.
You raise me up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감동적인 장면에 단골로 흐르거나 결혼식 축가로 많이 불려지는 이 노래는 원래 아일랜드 민요입니다. 오래 전부터 구전되어온 멜로디에 Secret Garden의 남성 멤버 롤프 로브랜드(Rolf Lovland)가 새롭게 편곡한 이 곡은 국내외를 포함해 정말 수많은 가수들이 부를 정도로 유명해졌죠. 2004년, 브라이언 맥파든(Brian McFadden)이 탈퇴하고 4인조로 발표한 이들의 첫 번째 1위 곡인 You raise me up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버전이랍니다.
Angel
캐나다의 국민 가수 사라 맥라클란(Sarah McLachlan)이 1997년에 발표한 명반 < Surfacing >에 수록된 'Angel'을 커버한 이 노래는 그 특유의 파스텔 톤의 감성 대신 전형적인 팝 발라드 스타일로 부활시켰습니다. 영국 차트에서는 싱글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라 맥라클란의 오리지널만큼이나 인기를 얻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