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가 발목을 붙잡는 순간에도 그는 하고 싶은 것을 영민하게 풀어나갔다. 소박하고 인간적인 사운드의 구현을 목표로 잡았다는 말과 달리 스케일 자체는 훨씬 웅장해졌다. 어쨌든 일단은 오아시스의 환영을 벗어나고자 전과 같은 식의 작법을 타파하려 한 모습이다. 영광스러운 순간들의 재현을 원하는 지지자들을 향한 일종의 '정면돌파'인 셈이다.
첫 싱글 'The death of you and me'부터 그 변화가 감지된다. 신스 음으로 장식한 서두와 퍼레이드 악단의 마칭(Marching)이 연상되는 스네어 연타, 후반부에 가세하는 혼 섹션은 '작정했구나' 싶을 정도로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영역을 활짝 열어둔 느낌이다. 이와 동시에 기타는 다운되고 템포도 느려지면서 지금껏 해왔던 로(Raw)한 거친 느낌은 많이 사라졌다. 그 정돈된 차분함이 마치 이렇게 이야기하는 듯 하다 '아우야, 난 너와 급이 다르단다. 난 더 이상 옛날 건 안해. 이런 것도 할 수 있거든'
'Everybody's on the run'에서는 시작부터 울려 퍼지는 웅장한 코러스 라인과 현악 세션이 일정한 형식에서 탈피해보고 싶다는 그의 외도를 반영하고 있다. 그 외에도 컨트리의 느긋함을 빌려 온 'If I had a gun'과 어느 때 보다도 명확한 선율이 단순한 구성을 메워주는 'Aka...Broken away', 몽환적인 분위기로 일관하다 마지막에 숨이 멎을 듯 가장 로킹한 모습을 보여주는 'Stop the clocks'까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들이 러닝타임을 채우고 있다.
다만 전보다 빈약해 보이는 멜로디라인, 여러 시도에 비해 아직은 짙게 남아있는 그룹 시절의 향수가 팬들을 괴롭힌다. 무엇보다 그때와 다르다는 확실한 카드 한 장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는데도 비디 아이와 노엘 겔러거 모두 그 점에 인색하다. 때문에 솔로로서 가지는 인상은 아무래도 미약해질 수밖에 없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지만, 그것이 솔로가 아닌 '오아시스를 빙자한 신기루'로 보이는 것은 아마 서로의 빈자리가 아직은 너무 크게 느껴지는 이유 탓이다.
이처럼 그들의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을 되새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노엘의 솔로앨범은 그다지 달갑게 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몇몇곡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왠지 모를 변절처럼 들리고, 예전과 같은 노선의 곡들은 아무래도 전보다 못해 보이기 마련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모른 채 아무 기대 없이 집어든 사람에게 훨씬 살갑게 다가올 만한 작품이다. 그는 정말 처음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재단했기 때문이다. 얼마전 이제 자신은 아웃사이더이고, 음반을 계속 만들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확실히 일단은 모두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오아시스의 '글로리어스 모닝'은 일단락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그의 프로젝트 명에 조금씩 신뢰가 가기 시작한다는 것을.
- 수록곡 -
1. Evrybody on the run

2. Dream on
3. If I had a gun
4. The death of you and me
5. (I wanna live in a dream in my) Record machine

6. Aka...What a life!
7. Soldier boys and Jesus freaks
8. Aka...Broken arrow

9. (Stranded on) the wrong beach
10. Stop the clock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