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한 경쾌함을 구축할 수 있었던 데에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 있는 편곡 덕이 크다. 디스코 하우스를 지향하지만 라 지브라의 곡은 디스코에 경도되거나 하우스에 열중해 다른 것 하나를 소홀히 하는 법이 없다. 전자에 집중하면 부드럽긴 해도 강도는 떨어지며, 후자에 힘을 실으면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럴 경우 다소 무거운 흥으로 그치고 만다. 마치 야간자율학습을 빼먹고 놀면서 다음날 학교 가서 혼날 것을 미리 걱정하는 상황처럼 찝찝한 기분이 드는…. 하지만 그의 음악은 오로지 개운함만을 제공한다.
시원한 느낌을 확실히 구현 가능하도록 한 것은 프로그래밍과 샘플링의 알맞은 배합이다. 트랙을 튼튼하게 구성하고 전자음을 하나하나 연결하면서 관악기나 현악기, 보컬 일부를 붙여 넣어 하우스 본연의 틀 안에서 디스코 분위기를 잘 살리는 데 성공했다. 거기에 베이스 연주를 곳곳에 심어 탄성과 펑크(funk)적 요소를 배가했다. 흑인음악 기운이 물씬 풍기는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이 만개하고 있다.
수록곡들은 각각 뚜렷한 임팩트를 과시한다. 'A.S.S. After school special'은 전기기타, 베이스, 관악기가 하모니를 이룸으로써 격정적인 바람을 일으키는 동시에 긴장감을 유지하는 완급으로 또 한 번 돋보인다. 라틴음악과 유로디스코의 감성을 한꺼번에 선전하는 'Business as usual', 색소폰 솔로 연주로 세련미를 드리운 'Stay with me'도 구분되는 멋을 선보인다.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몇몇 발라드가 연상되는 'The extraordinary voyage'는 댄서블한 형태임에도 서정성이 느껴져 무척 이채롭다. 노래마다 작곡, 편곡에 대한 영민한 감각이 읽힌다.
단 네 곡의 적은 양이지만 < After School Special >은 굵은 여운이 남을 만큼 근사하다. 20대 초반에,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얼마 안 된 뮤지션의 소작이라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 정도로 나무랄 데 없이 강고한 모습을 유감없이 나타내 보였다. 댄스음악, 디스코 하우스의 교본과도 같은 작품이다.
-수록곡-
1. A.S.S. After school special

2. Business as usual

3. Stay with me

4. The extraordinary voy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