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팝 음악계에서도 은하계(Galactico)를 옮겨 놓은 듯한 최고의 슈퍼그룹이 탄생했다. 이름의 무게감부터 '슈퍼 헤비급'이다. 그 주인공들은 수식어조차 필요 없는 전설 믹 재거, 1980년대 신스 팝 열풍 중심에 있었던 유리드믹스(Eurythmics)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데이브 스튜어트(Dave Stewart), 레게 음악의 아버지 밥 말리의 막내아들 데미안 말리(Damian Marley), 2000년대 네오 소울의 신동 조스 스톤(Joss Stone), 그리고 영화 < 슬럼독 밀리언에어 >로 아카데미와 그래미 등을 수상한 A.R. 라만(A.R. Rahman)이 바로 그들이다.
이런 록, 소울, 레게, 인도 음악 등의 각 장르의 견고한 영역을 선점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한데 모여 음반을 제작한다는 소식은 놀라움과 궁금증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기대감과는 달리 음반을 듣는 순간 반전 아닌 반전(?)이 일어나고 만다.
이 음반에서 그나마 대중에게 위안이 될 만한 곡은 첫 번째 트랙 'SuperHeavy'와 싱글 곡 'Miracle worker'이다. 이 두 곡은 새로운 퓨전 음악의 제시이자 이 거대한 집단의 방향이다. 중심이 되는 사운드는 레게리듬이다. 반복적인 기타 리프와 데미안의 리듬은 곡 진행을 조율한다. 느긋한 박자위에서 멤버들은 잼세션을 하듯 자신의 소리들을 서로 주고받는다. 직선적인 로큰롤과 깊은 소울의 향취, 제 3세계의 선율 또한 뒤섞여있다. 이 방식이 이들의 주 작법이다.
이런 구성법이 다소 난잡하다고 느껴 질 수 있다. 특색이 너무도 강한 멤버들일뿐 아니라 작법 자체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자유롭게 풀어내자는 것이었다. 발상 자체는 훌륭하지만 그 안에서 유기적인 화학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차라리 'Never gonna change'와 같은 선택은 어떠했을까. 롤링 스톤즈의 'Wild horses'를 떠올리게 하는 곡으로 믹 재거만의 목소리만 들을 수는 유일한 곡이다. 개개인의 특징을 살린 솔로곡, 혹은 듀엣곡의 구성을 더 많이 했다면, 이 정도로의 청취욕구가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융합'과 '즉흥'이라는 키워드 아래에 각각 다른 성향의 목소리와 솟구치는 아이디어들로 다른 갈래의 음악에 자신들의 색을 칠해 넣었다. 이 위대한 프로젝트의 특징을 좋게 이야기 하자면 용솟음치는 듯한 '에너지틱'함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트랙에 멤버들의 특색이 고스란히 들어나면서 각자 '힘의 분배'가 균등하고 동시에 강렬하다. 누구하나 앞에 나서지 않고 뒤처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스타일들이 너무나 극명하고 직설적으로 들어나 그 '분배의 미'는 조화롭지 못하다.
-수록곡-
01. SuperHeavy

02. Unbelievable
03. Miracle Worker

04. Energy
05. Satyameva Jayathe
06. One Day One Night
07. Never Gonna Change

08. Beautiful People
09. Rock Me Gently
10. I Can't Take It No More
11. I Don't Mind
12. World Keeps Turning
13. Mahiya (Bonus Track)
14. Warring People (Bonus Track)
15. Common Ground (Bonus Track)
16. Hey Captain (Bonus Track)
17. Miracle Worker (Ashley Beedle's Warbox Remix) (Bonus Tr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