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이라는 형용사의 짝은 의의로 '사랑'이라는 관념어다. 단장(斷腸)의 외사랑은 필시 밤새도록 처절한 중력감과 외로움에 시달리게 된다. 달래듯 부드러운 고백 뒤, 어지럼증과 통증이 동반되는 후렴구는 그런 연유다. '눈을 감으면 만날 수 있고 눈을 뜨면 다시 사라져야 한다면 차라리 눈이 멀었으면 좋겠다' 는 가사까지 놓이면 사랑은 이미 황홀한 감옥으로 변한다.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가성은 여전히 그를 치명적이게 만든다. 매력적인 음색 위로 미학과 그 뒷면을 더듬는 감성의 표현도 출중하다. 이런 능력은 전작의 'byebyebye'의 달달한 러브송과 'NOWARNOCRY'의 장대한 메시지에도 스며들어있다. 정기고는 오랫동안 힙합씬에서 랩을 쓰는 방식으로 멜로디와 가사를 만들어왔고, 3장의 싱글에서 자신의 틀을 깨기 위해 정진해왔다. '실력 있는 보컬리스트'로만 그를 수식하기에는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