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곡 'Mr. Simple'은 그 예상의 과녁 정중앙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뚫고 지나간다. 정신 사납게 울리는 테크노 형식의 전자음, 동일한 가사의 반복, 몇 명 빼고는 가려내기 어려울 정도로 왜곡한 보컬 등 뻔한 공식의 되풀이다. 뻔하기만 하면 다행이겠지만 이것저것을 섞고 재탕하는 뻔뻔함까지 드러낸다. 샤이니(SHINee)의 '루시퍼'를 배경으로 삼은 것 같은 메인 루프에 코러스에서는 '미인아'와 '쏘리 쏘리'가 겹쳐진다. 게다가 서인영의 '신데렐라' 일부도 깜짝 등장하니 어이없는 믹스에 실소가 절로 나온다. 천민적 매너리즘의 값진 결실이다.
식상한 구성은 타이틀곡에 그치지 않는다. '오페라'는 간주의 신시사이저 루프 음계에 변화를 가함으로써 어느 정도 평범함을 누그러뜨리고는 있으나 강한 소리를 내는 것과 후렴 반복에만 열을 올리는 탓에 그다지 흥미롭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얼얼한 사운드로 우기면 먹힌다는 신조에 근거한 것이겠지만 이는 진력남을 더 부추기기만 한다. '라라라라'는 핀란드 뮤지션 밤펑크 엠시즈(Bomfunk MC's)의 'Hypnotic'을 연상시키는 유사한 분위기로 다시 한 번 재미를 반감한다. 댄스음악이 그룹의 주된 아이템임에도 이전에 언젠가 들어 본 것 같은 비슷한 스타일을 제시하고 무조건 센소리로 생고집을 부려 빈티 나는 모습을 드러내고 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그래서 또 마찬가지다. 전작들이 대체로 그랬던 것처럼 댄스곡이 조성한 어수선한 상황을 발라드가 수습한다. 듣기에 부담 없으며 명료한 선율로 흐르는 발라드곡들은 한바탕 시끄럽게 휩쓸고 가 알싸함만이 남은 대기를 진정시킨다. 예성과 려욱의 가창이 돋보이는 '기억을 따라', 한 여자를 짝사랑하는 남자의 두근거리는 마음을 소담하게 묘사한 '해바라기', 지난 사랑에 대한 후회를 담은 'Y'는 담백함으로 앞서 나온 일렉트로팝이 무분별하고 떠들썩하게 놀고 떠난 자리를 뒷정리한다. 이 노래들 덕분에 너저분함이 많이 사라졌다.
발라드곡들의 수훈이 있지만 앨범은 역시나 평균 이상을 넘지 못한다. 윤종신이 작곡하고 신치(Shinchi)가 편곡한 '어느새 우린'은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Change the world'를 모델로 삼았다는 혐의를 벗기 어려우며, '엉뚱한 상상'의 리메이크는 원곡과 별다른 차이를 나타내지 않는 구성, 그 개성 없음에 심심하기만 하다. 또한, 이런 대인원 그룹의 고질적인 문제인 보컬의 비효율적인 분포도 계속되는 터라 가수로서 슈퍼 주니어만이 지닌 특징을 발견해 내기란 쉽지 않다.
명성 있는 작곡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멤버가 많다고 해서 튼실한 작품이 나온다는 법은 없음을 이 앨범이 증명한다. 사실 빈약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으니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니다. 음악적으로는 불충실할지 몰라도 즉각적인 자극을 우선에 두는 댄스음악을 통해 얄팍한 상술을 드러내는 것과 약간만 모양을 달리하는 염치없는 자가 복제만큼은 굳건하다. 이것의 힘이 아무리 막강하다고 한들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는 내지 못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방법은 반복되고 있다.
-수록곡-
1. Mr. Simple
2. 오페라 (Opera)
3. 라라라라 (Be my girl)
4. Walkin'
5. 폭풍 (Storm)
6. 어느새 우린 (Good friends)
7. 결투 (Feels good)
8. 기억을 따라 (Memories)

9. 해바라기 (Sunflower)

10. 엉뚱한 상상 (White christmas)
11. Y

12. My love, my kiss, my heart
13. 태완미 / 太完美 (Perf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