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석된 '무시로'의 힘이 컸다. 풀 앨범을 발매한지 3년. 드라마 삽입곡 '그 여자'가 히트했지만, 정규 작으로 승부 하긴 부담스런 공백이다. '무시로'는 대중과 온전히 만나지 못한 기간을 보상하고도 남았다. 이렇듯 성공적인 복귀 전초전을 치른 백지영은 여덟 번째 앨범에서 새로운 면을 선보인다.
오프닝 곡 'Lost star'가 그렇다. 댄스와 발라드로 대표되던 그의 음악 중에서 인디뮤지션 나비가 건넨 이 곡은 단연 새롭다. 몽환적이고 인디 팝 적인 분위기에 맞춰 보컬도 변신을 꾀했다. 애절하게 짜내는 고음대신 차갑고 초연(悄然)한 음성이 새로운 스타일을 효과적으로 풀어냈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자연스레 리듬을 타는 일렉트릭 댄스곡 'Love game'도 기존 스타일과 노선을 달리한 트랙. 스타일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단행된 영리한 시도다.
주 전공에 대한 재탐색도 소홀치 않았다. 발라디어의 모습은 첫 싱글 '보통'에서 드러난다. 디테일한 상황을 담담함과 애절함으로 엮은 '아이 캔 드링크'엔 표현력과 목소리의 힘이 제대로 담겼다. '내 귀에 캔디'를 선호했던 이들이라면 트라이벌 비트가 식재된 '눈은 왜 감는 건데'에서 익숙함을 느낄 것이다.
녹록치 않은 기량을 선보였지만, 종반에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져 아쉽다. 'Love game' 이후 맥이 풀린 느낌이다. 앨범 후반부를 장식하는 발라드 곡들엔 확실한 임팩트가 없다. 어쿠스틱으로 꾸민 '너무 싫은 일'은 케렌 앤(Keren Ann)의 'Not going anywhere'와 코드 진행이나 스타일이 거의 닮아 있다. 베스트 앨범에 수록되었던 '시간이 지나면'과 < 나는 가수다 >의 경연곡 '무시로'도 트랙의 개별적 완성도는 훌륭하나 전자는 재탕한 트랙인 점, 후자는 앨범의 분위기와 다소 동떨어진 탓에 조화가 어색하다.
완벽하진 못해도 그의 경력에 긍정적 역할을 할 작품이다. 특히 'Lost star'에서 보여준 가능성은 발라드, 댄스가수에만 머물러 있던 백지영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 Pitta >에서 체득한 경험이 향후 음악에 좀 더 확실히 반영되었으면 한다. 대중 가수로서 인기를 의식해야하지만, 능력 있는 목소리를 한정된 장르에 가두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정형화된 이미지를 확실히 타파하기 위해선 과감한 행보가 요구된다.
-수록곡-
1. Lost star (작사, 작곡: 나비)

2. 보통 (방시혁)

3. 눈은 왜 감는 건데 (방시혁)

4. Bad girl (Ryan Jhun, 김지향 / Ryan Jhun, Antwann Frost, Lauren Seymour, JD Relic, Ashley Moua)
5. 아이 캔 드링크 (원태연 / 전해성)

6. 아무것도 아닌 듯 (T Bear, 육상희)
7. Love game (이지은 / Nick Scapa, J. Read Fasse)

8. 시간이 지나면 (전해성)
9. 안해요 (최갑원 / 박수종)
10. 너무 싫은 일 (방시혁)
11. 무시로 (나훈아)
12. 보통 (Instrumental)
13. Bad girl (Instrum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