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열다섯 번째 스튜디오 음반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에 충분하다. 전작 < Accelerate >(2008)부터 밟은 록을 향한 액셀러레이터는 최고조에 달했다. 피터 벅의 징글쟁글 기타, 마이클 스타이프와 마이크 밀스의 하모니가 빛나는 'Mine smell like honey'는 '알이엠 사운드란 이런 것이다!'라고 다시 한 번 증명해보이고 있다. 캐나다 출신의 여가수 피치스(Peaches)의 솟구치는 보컬과 패티 스미스 그룹의 기타리스트 레니 케이(Lenny Kaye)의 연주가 빛을 발하는 'Alligator_aviator_autopilot_antimatter'는 거친 로큰롤 넘버이다.
록에 대한 자신감은 때론 낭만적이고, 때론 감미로우며, 때론 애끓는 듯 한 팝 넘버로도 이어진다. 'Überlin'과 'Oh my heart'는 각각 1992년 음반 < Automatic for the People >의 'Drive'와 'Everybody hurts'와 같은 DNA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 밀스는 '롤링 스톤'과의 인터뷰에서 “< Automatic for the People >과 같은 방식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밝혔다.
전작부터 호흡을 맞춰온 프로듀서 잭나이프 리(Jacknife Lee)는 침잠해있던 밴드의 정체성과 실험성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포틀랜드, 뉴올리언스, 내시빌, 독일의 한자 스튜디오 등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진 녹음실을 돌며 폭넓은 사운드 스케이프를 일궈냈다. 마이클 스타이프의 모놀로그와 뉴욕 펑크의 대모 패티 스미스의 건조한 음색이 평행선을 달리는 'Blue'는 한자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블루지한 엔딩송이다.
(우연이든 아니든) 그간 알이엠은 우울모드 상태에 있었다. 활기찬 록의 기운은 사라지고, 어깨를 떨어뜨리는 노래들만 가득했다. 하지만 이번 신보는 '칼리지 록의 대표주자', '얼터너티브 록의 원조'라는 타이틀에 전혀 손색이 없는 활력을 회복했다. 결코 자면서 꿈만 꾼 것이 아니었다.
-수록곡-
01. Discoverer
02. All The Best
03. Uberlin

04. Oh My Heart

05. It Happened Today
06. Every Day Is Yours To Win

07. Mine Smell Like Honey

08. Walk It Back
09. Alligator_Aviator_Autopilot_Antimatter

10. That Someone Is You
11. Me, Marlon Brando, Marlon Brando And I
12. Bl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