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들의 재탄생을 위해 전작에서 잠시 내려놓았던 재즈 풍의 보컬을 다시 집어 들었다. 그만이 구사할 수 있는 독특한 음색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그러면서도 비음과 함께 동반되던 감정 과잉의 흐느낌을 배제한 것은 인상적이다. '제발,' '난 행복해' 등 발라드에서 보여줬던 (그리고 적지 않은 팬들이 그리워하는) 한껏 울고 난 뒤 후련함을 내세우기보다 덤덤하면서도 여유로운 흐름을 이어간다.
도리스 데이(Doris Day)와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그리고 최근엔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의 음성을 탔던 타이틀 트랙에서 그녀만의 독창적 우아함을 감지할 수 있다. 5분 가까이 진행되는 곡을 통해 그의 보컬은 뛰어난 호흡과 완급 조절 능력을 선보인다. 영화 < 프렌치 키스 >에 삽입되어 히트한 'Dream a little dream of me' 역시 힘을 주기보단 가볍고 뭉근히 접근했으며, 호기 카마이클(Hoagy Carmichael)의 대표작 'Two sleepy people'도 낭창낭창한 멋이 그득하다. 진득하지만 결코 질퍽거리지 않는 음색은 단 한 번의 끊김도 없이 고전의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버즈(The Byrds)의 'Turn turn turn'을 다층적 코러스와 울림 깊은 키보드를 사용해 마감한 점은 의외다. 전작에서 자신이 포크 록에 관심을 가졌던 만큼 같은 분위기로 갈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전적으로 포근하고 여유로운 무드를 조성하려한 앨범의 콘셉트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소라의 예전 스타일을 선호했던 이들이라면 'Almaz'에서 비슷한 감정을 어느 정도 공유가능하다. 멜로디가 국내 정서에 맞는데다 여타의 수록곡에서 감정선을 차분히 유지하던 그녀의 음성도 유난히 정적(情的)으로 담겼다. 원곡 자체가 애절한 팝 발라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소라도 이 곡에서 만큼은 예전의 감성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지 않았을까.
전작에서 보여준 포크적 보컬은 첫 싱글 'Alone again'에서 표출된다. 무심한 듯 툭툭 끊어 부르는 체념적 보컬은 우아함이나 온화한 면과 다소 거리가 있다. 더 나아가 스틸러스 휠(Stealers Wheel) 원곡의 'Stuck in the middle with you'에선 포크록까지 영역 확장을 한다.
곡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자신감이 없다면 이 같은 앨범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왜 그녀가 뛰어난 보컬리스트로 평가받고 있는지도 본 작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절박하게 울부짖다가도 무심한 듯 털어놓는 포크 싱어로서의 감성, 또 느긋하고 여유로운 재즈 보컬로서의 재능을 모두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 모두를 한 앨범 안에 자연스레 담아냈다는 점이다.
매만져낸 정성은 훌륭하나 이 앨범의 성격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 특히 '싱어'가 아닌 '아티스트'로서의 이소라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왜 정규앨범 타이밍에 내놓은 것이 리메이크인지 또 왜 팝인지에 대한 당위성이 희박한 것은 한계점이다. 게다가 이 앨범에 들어간 이소라와 여러 뮤지션들의 성의는 작품을 단순한 리메이크 앨범으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든다.
이번 앨범을 다음 작품 이전에 잠시 숨 고르는 의미로, 또 대중 가수이자 재능 있는 싱어의 번외 편으로 여기고 싶다. 그녀에겐 전작에서 발동한 음악적 실험을 완성시킬 의무가 남아있다.
-수록곡-
1. Dream a little dream of me (작사: Gus Kahn / 작곡: Fabian Andre, Wilbur Schwandt)
2. Two sleepy people (Frank Loesser / Hoagy Carmichael)
3. My one and only love (Robert Mellin / Guy Wood)

4. Alone again (Gilbert O'Sullivan)

5. Stuck in the middle with you (Gerry Rafferty, Joe Egan)

6. Turn turn turn (Pete Seeger)

7. Rain (Jose Feliciano, Hilda Feliciano)
8. Almaz (Randy Crawford)
9. No matter what (Jim Steinman / Andrew Lloyd Webber)
10. Rainy days and mondays (Paul Williams, Roger Nichols)
11. Gloomy Sunday (László Jávor / Rezső Seress)
All songs arranged by 이승환(Stolee)
Vocal directed by 조규찬
Mastered by Steve Rooke at Abbey Road Sud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