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 페리(Katy Perry)와 케샤(Ke$ha), 레이디 가가(Lady Gaga) 등 여가수들의 선전에 밀려 기근에 시달린 남성 아티스트 신을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브루노 마스(Bruno Mars)의 등장은 축복처럼 느껴진다. 실로 오랜만의 남자 솔로의 분전이다. 또한 그동안 갈 곳이 없어 누적되어왔던 대중들의 환호가 신진 세력을 얼마나 애타게 갈구했었는지 짐작케 한다. 더군다나 제이슨 데룰로(Jason Derulo)도, 타이오 크루즈(Taio Cruz)도, 드레이크(Drake)도, 심지어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도 메우지 못한 빈자리를 단숨에 차지해 버렸기에, 가히 신성 중에서도 초(超)신성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이러한 신드롬의 발단은 '멜로디'로 귀결되는 그만의 매력이라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브루노 마스표 공정'의 가장 큰 이점이라면 그 선율의 대상이 일정 층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바로 '보편성'의 획득, 즉 세대나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 미국이나 영국을 넘어 벨기에,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와 아일랜드까지 차트 정상을 거머쥔 강력한 파워의 생성을 도모했다.
이 '보편성'을 받쳐주는 것은 누구에게도 벽을 만들지 않는 '심플함'이다. 선율의 달콤함은 단순한 화성진행으로도 충분할 뿐 결코 복잡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는 강조한다. 그 단순함은 곧 지루함과 통속성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에 그의 숨겨졌던 능력이 여기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바로 4개의 코드로 얽혀 있는 미로에서 그만의 멜로디를 스무드하게 찾아가는 방법을 너무나 익숙하게 구사한다는 것, 그 출구를 가장 효과적으로 찾아낸다는 것이다. 남 모르게 체화된 작곡 스킬이 보컬과 만나 모두에게 공평한 '스탠더드 팝'으로 제 모습을 멋지게 갖춰낸다.
앞서 언급한 선율의 매력은 전매특허인 상이한 장르간의 만남을 부드럽게 중재한다. 자칫 삐걱댈 수 있는 접합 부분을 단단히 옭아매며, 스타일이야 어떻든 사람들의 귀로 음조를 운반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에 뉴욕 타임즈는 “가장 다양하면서도 접근하기 쉬운 가수 중 한 명(one of the most versatile and accessible singers in pop)."이라 평했을 정도로, 단순히 섞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화시켜 체득하는' 능력에 박수를 보냈다.
이렇듯 알 켈리(R.Kelly)나 키스 스웨트(Keith Sweat) 등에서 받은 알앤비적 감성('Our first time')과 고등학교 시절 폴리스(Police), 레드 제플린(Red Zepplin), 비틀즈(Beatles) 그리고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를 들으며 익힌 로큰롤 터치('Marry you', 'Runaway baby') 등 삶을 관통하는 다양함의 흡수는 그의 결과물이 좀 더 넓은 범위를 수용하는 팔레트가 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소울풀한 팔세토 보이스를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이야기했던 '두왑(Doo-Wop : 매력적이면서도 간단하며 로맨틱한 러브송)'에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는 흔적을 보컬로서 증명해 낸다. 결코 말로만 내뱉는 법이 없다. 이렇게 얼핏 보면 쉽게 만든 듯해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온갖 요소들이 큰 부딪힘 없이 조화롭게 녹아들어가 있는, 보통의 공력으로는 나올 수 없는 것이 바로 브루노 마스의 음악인 것이다.
다만 빛과 명암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듯 일찌감치 거둔 큰 성공에 당근을 주기보다는 채찍을 휘둘러야 할 터이다. 이제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해진 그의 정공법은 친절하게 다가오는 한편 쉽게 물릴 수 있어 한번 면역체계가 성립되고 나면 다시금 공략하기가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과연 다시금 그 달콤함으로 팝 시장을 정면 돌파할지 아니면 새로운 소재의 과감한 사용으로 스타일의 전환점을 마련할 것인지, 브루노 마스의 '음악 인생극장'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