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관중들은 대부분 부모와 어린 자녀들이 함께 온 가족 관객들이었고 아이들은 직접 만들어온 플랜카드를 들고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부르며 테일러 스위프트에 대한 애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학교에서 단체로 공연장을 찾은 학생들은 앨범 < Speak Now >의 색상에 맞춰 보라색 옷을 입고 공연 내내 '테일러, 테일러'를 연호했다. 역시 체격이 큰 서양인들은 목청도 컸다.
예정 시간을 5분 여 넘긴 8시 6분, 불이 꺼지자 관중들은 야광 봉을 흔들며 컨트리 프린세스의 등장을 환호로 답했다. 보통은 무대를 중심으로 두 개의 스크린을 좌우로 세팅하지만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 제작진은 정중앙에도 대형 스크린을 배치해 후미진 곳에 자리한 사람들도 배려하는 성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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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터뜨린 'Mine'과 'Back to December'를 포함해 모두 9곡을 3집에서 선곡한 이번 공연의 목적이 < Speak Now >의 홍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간혹 기타를 치며 싱어 송라이터임을 드러낸 테일러 스위프트가 건반을 치며 'Back to December'를 부를 때 소리가 나지 않자 당황해진 테일러 스위프트의 얼굴은 긴장했지만 곧 공주답게 표정관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10대의 감성과 정서를 가감 없이 담아내어 호평을 받은 테일러 스위프트는 공연에서 자신의 노래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인 사랑, 인간관계, 실연의 아픔 같은 평범한 소재를 다뤄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야기한다고 말했지만 다른 세상에 사는 것처럼 행동하는 테일러 스위프트 공주의 이야기는 살갑게 와 닿지 않았다.
공연 중반에는 'Speak now'를 부르면서 관객을 가로질러 1층 스탠딩 석 뒤편에 설치한 간이 무대에서 'Fearless'와 'Fifteen' 그리고 대표곡 중 하나인 'You belong with me'를 부르며 관객들과의 거리감을 좁혔다. 1992년, 같은 무대를 배치한 브라이언 아담스(Bryan Adams)의 화끈하고 신명나는 무대가 연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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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기타리스트를 포진해 사운드를 풍성하게 가져간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은 몇 가지 아쉬움을 남겼다. 우선 빡빡한 공연 일정으로 테일러 스위프트의 컨디션과 심리상태가 불완전해 보였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니 정상적인 가창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기타를 4대 혹은 5대를 동원해 사운드로 채우려고 했지만 그 공백은 여백이 되지 못했다.
선곡도 합격점에서 미달됐다. 인기 순위보다는 곡의 완성도에서 빛을 발하는 'Tim McGraw'와 'Teardrops on my guitar', 'White horse', 'Today was a fairy tale' 같은 양질의 곡들이 누락되어 테일러 스위프트의 진면목을 느낄 수 없었고 공연의 흥을 폭발시키는 접점을 찾지 못한 테일러 스위프트는 분위기를 휴화산으로 끌고 갔다. 그가 신경 쓴 것은 오직 자신이 얼마나 예쁘게 비춰지는가 하는 것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월드 투어를 시작한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이번 무대는 경험과 경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알려준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야무지고 열심히 노력한 공연이었기에 더 안타까운 라이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