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심사를 멋지게 통과한 듯한 느낌이다. 이 앨범의 성공은 일본에서의 탄탄대로로 이어졌으며, 대중의 시선 역시 믿을 수 없을 만큼 호의적으로 변했다. 아이돌의 신분임에도 '실력'적으로 인정을 받았고, 이들과는 상극이라던 '10, 20대 남자들'도 시디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편견의 극복을 우연 혹은 어처구니없다고 치부하기에는 분명 어폐가 있다. 이 때만 해도 다섯 명의 모습은 그럴 듯한 설득력을 내비쳤다.

허세를 버리고 좀 더 평범하게 다가간 것이 주효했다. 이전 대표곡이었던 'Rising sun', 'O-正.反.合'에서의 난해한 주제와 과도한 스타일링은 주 타깃층 외의 대다수에게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반해 '주문(Mirotic)'은 기존의 거칠고 강한 이미지를 내재함과 동시에 좀 더 부드러워졌다. SMP가 고집을 버리고 좀 더 넓은 세계와 만나 형성된 접점은 결국 다양한 연령층의 지지로 파생되는 출발선이 되었다.

무엇보다 보컬 그룹의 이름을 의식하듯 여러 스타일의 곡들을 매끄럽게 소화하는 우월성이 가창력을 중시하는 대중의 기호에 부합했다. 특히나 '소원(Wish)', '노을...바라보다(Picture of you)' 등에서 들려주는 멋진 하모니는 발군이다. 'Crazy love'나 'Wrong number'와 같은 좀 더 비트나 템포가 있는 곡들도 소수지향을 탈피해 절대다수를 향한 목소리를 드높인다.

전작에 비해 솔로 가창보다는 합창에 초점을 맞추어 다른 인상을 주려했으나 오히려 아카펠라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안간힘으로만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겹쳐진 음색은 석고를 칠해 놓은 듯 딱딱히 굳어버린 감정 처리와 맞물려 기계처럼 들리기도 한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 시간을 쪼개 녹음한 탓에 곡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탓이다. 2집에 수록된 '약속했던 그때에' 같은 정통 아카펠라 곡이 그리워질 만도 하다.

이처럼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나무랄 곳이 없지만 개개의 곡보다 장르 자체에 전제되어 있는 운용이 보폭을 좁게 만드는 요인이다. 마치 '댄스용', '발라드용', '알앤비용'으로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듯하다. 시간을 두고 더욱 몰입해 불렀으면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10대만을 세일즈 포인트로 상정하는' 전략의 한계를 실력으로 돌파하려 했다는 점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다수가 '그들만의 리그'에서만 더 성장하는 방법을 모색할 때, 제작자들보다 주체적으로 자신들을 갈고 닦으며 바깥세상으로 나가려는 모습을 보여 온 노력이 박수를 아깝지 않게 만든다. 물론 인간적인 매만짐 없이 깎여진 하나의 공산품이라 느껴질 수도 있지만, 혹사 속에서도 이만한 '감상용 작품'을 내놓았다는 건 달리 보면 놀랄만한 일이다. 더군다나 팀이 분열된 지금에 와서는 더욱이 비난도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안타깝다. 다양한 연령층에게 지지를 받을 '진짜 가수'로의 고지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 수록곡-
1. Wrong number
2. 사랑아 울지마(Don't cry my lover)
3. 주문(Mirotic)
4. Crazy love
5. Hey!(Don't bring me down)
6. 소원(Wish)
7. 넌 나의 노래(You're my melody)
8. 노을...바라보다(Picture of you)
9. 무지개(Rainbow)
10. 사랑 안녕 사랑(Love bye love)
11. 낙원(Paradais)
12. 악녀(Are you a good girl?)
13. Flower baby
14. Don't say goodbye
15. 잊혀진 계절(Forgotten season)
16. Love in the ice

* C.ver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