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음악적인 변화이다. 새로운 소속사로의 연착륙을 도와줄 프로듀서로 시부야 케이(Shibuya-Kei)를 대표하는 뮤지션 나카무라 히로시(ナカムラヒロシ)를 낙점했다. 하우스에서 보사노바 재즈를 넘나드는 행보를 보인 나카무라 히로시는 이제껏 윤하 이력의 근간을 이루어온 록을 다채로운 사운드로 굴절시킨다.
출혈하는 태양의 뜨거움을 한껏 머금은 '太陽のトマト(태양의 토마토)'에서 들리는 보사노바의 기운은 앞서 이야기한 스펙트럼의 한 줄기다. 잘 불러야한다는 강박관념 보다는 노래 자체를 즐기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듣기 편하다. 비슷한 맥락을 띄는 'お別れですか? (이별인가요?)'는 최대의 수확이다. 일본의 기타듀오 데파페페(Depapepe)만의 상쾌한 기타 소리가 귀를 관통하는 와중에도 꼭꼭 감정을 눌러서 부르는 목소리가 헤어짐에 대한 불안한 정서를 놓치지 않는다. 분명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반가운 일면이다.
이처럼 다른 뮤지션과의 합작을 통한 색다른 결과물은 또 다른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데파페페의 지원이 새로운 캐릭터 발굴에 집중했다면, 4인조 팝그룹 그린(GReeeeN)을 이끄는 진(Jin)은 대중적인 면을 최대치로 이끌어 내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린의 히트곡 'キセキ(기적)'의 구성을 빼닮은 '好きなんだ(좋아해)'도 좋지만, 웅장한 비트와 상승 무드의 캐치한 선율이 조화를 이루는 'Girl'이 더 인상적이다. 완성도 있는 곡의 기반은 역시 듣기 좋은 멜로디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그렇다고 보컬리스트로서의 모습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삶의 공허함과 기대감이 공존하는 트랙 '風(바람)'에서의 가을바람 같은 쓸쓸한 목소리는 공감의 매개체가 되고, 까치발을 하고 반주를 사뿐사뿐 밟아 나가는 스캣은 '毎日が毎日(매일이 매일)'이 추구하는 소소한 일상성을 완성시킨다. 또한 일렉트로니카 요소가 접목된 'Complicated'는 차가운 금속 재질의 사운드에 알맞게 날카로운 음색을 들려준다. 감정표현에 머무르지 않고 음색의 변화를 도모함으로써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지름길을 찾아냈다.
국내에서의 3집 이후 잠시 헤맸던 길을 올바른 곳으로 안내해 주는 이정표 같은 작품이다. 결과물 또한 어느 때 보다도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투영되어 듣는 사람도 흐뭇하게 한다. 상업적 성과에만 치중하지 않는 작업 환경과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는 곳에서의 자양분 흡수가 본질인 가수로서의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여태까지의 그녀에게 2% 부족했던 것은 과거나 트렌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음악만을 생각할 수 있는 자세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처럼 스타트를 끊었던 곳으로의 귀환이 다음 단계로의 발판을 다시금 마련해 주었다. 일본에서의 활동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수록곡-
1. 風 (바람)

2. 太陽のトマト(태양의 토마토)
3. 好きなんだ(좋아해)
4. お別れですか?(이별인가요?)

5. ソラトモ ~空を見上げて(소라토모 ~하늘을 바라봐)
6. Girl

7. Complicated
8. 毎日が毎日(매일이 매일)

9. 記憶(기억)
10. 抱きしめたい(안고 싶어)
11. 虹の向こう側(무지개 저편)
12. うそばっかり(거짓말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