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소년과 가장 닮은 노래는 '귤'이었다. 청명하게 울리는 어쿠스틱 기타를 타고 주절거리는 천진한 가사는 제주도와 닮은 신선함과 일탈로 다가왔다. 누구나 그들의 작명 센스에 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단은 '어떤날의 재림', '포크의 미래'라는 수식어를 하사하면서 그들의 등장을 반겼다. 소년의 정서를 가진 순수함과 풋풋함은 그 후로 계속되었다. 2집 '이분단 셋째줄'로 학창시절 아련한 첫사랑을 복원해냈고 3집 '팅거벨'로 자라지 않는 그리운 동화의 나라를 동경했다. 여기에 < 유년에게 >는 원더랜드를 동경하는 소년의 정점을 찍는다.
그들의 시선과 전개방식은 주로 '과거'를 향한다. '밤에 자전거를 탔던 순간', '천재동생을 기다리던 옛 기억' 등 유년을 박제시키며 세상의 속도에 제동을 건다. 어쿠스틱 사운드와 신시사이저의 단출한 구성으로 여백미를 살려 아득함을 표현하는 것도 이들의 특기고 여기에 앳된 보컬과 담백한 가사는 싱싱함과 생기를 더한다. 4장의 앨범이 공통된 패턴으로 진행되고 있어 단조로움의 위험도 피할 수 없다.
전반적인 콘셉트를 해치지 않은 범위에서 나름의 실험도 계속되었다. 신보는 2집 '루시아나'나 3집 '미워요' '돼지국밥'처럼 파격적이거나 신선함은 떨어진다. '밤새 달리다'는 실제 자전거 쳇바퀴 소리를 삽입해 시각을 청각으로 재현해냈다. 'Beck'의 경우에도 무거운 전자음으로 소리의 밀도를 더했으며, '춤추는 대구'에서는 일렉기타 연주로 로킹함을 선보였다.
빛바랜 순백의 세상과 순수한 어린아이. 잃어버린 시간은 아득함과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재주소년은 이런 유년에 대한 보편적인 이미지에 완벽하게 부합해왔고 나아가 이것은 그들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부정하고 재주어른이 되거나 180도 변신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무리 아름답고 눈부신 시절일지라도 자라지도 늙지도 않는 소년의 모습은 부자연스럽지 않은가?
- 수록곡 -
1. 밤새달리다
2. 소년의 고향

3. 미운 열두살
4. 유년에게

5. 농구공

6. 봄이 오는 동안
7. 손잡고 허밍
8. Beck

9. 비밀의 방

10. 머물러줘
11. 솔직, 담백
12. 춤추는 대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