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린다반에서) 조지와 저는 우리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상의했습니다. 그러다가 조지가 제게 인도 음악가를 모아 같이 유럽과 아메리카에서 순회공연을 하자고 말했습니다. 물론 찬성했지요. 그 다음 제가 공연을 두 파트로 나눠 하나는 저와 인도 음악가의 순서로, 나머지 하나는 조지와 그의 밴드로 꾸며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라비 샹카르)
라비가 말한 대로라면 《방글라데시를 위한 콘서트》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형식이었지만 조지는 동의했다. 잘만 하면 그때의 영광스런 순간을 다시 한번 재현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마침내 라비와 조지는 1974년 가을에 북미대륙에서 순회공연을 펼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조지는 차근차근 준비해나갔다. 우선 몇몇 공연기획자를 섭외해서 공연의 성사 가능 여부를 신중하게 타진했다. 그런 다음 기자와 음반사를 통해 공연 소식을 조금씩 내비쳤다. 그러자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지는 “조지가 올해 미국에서 링고와 함께 거대한 순회공연을 치를 것”이라는 오보까지 내는 등 조지에게 온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조지는 계획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아직까지 그 어떤 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 다음 행보는 더 놀라웠다. 1974년 5월 14일, 조지는 기자회견을 열어 독자 레이블 '다크호스'를 설립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레이블 이름은 본인 별칭에서 따왔으며 로고는 인도신화의 인드라 신이 타고 다니던 머리 일곱 달린 말 우샤이슈라바스(Uchaishravas) 그림서 가져왔다. 음반의 유통과 배급은 메이저 음반사인 A&M 레코드사를 통해 하기로 A&M와 계약했다. 당시로서는 밥 딜런이나 존 레논, 폴 매카트니 등 그 어떤 아티스트도 자신의 음반사를 세운다는 건 상상도 못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조지는 달랐다. 조지는 지금까지 재키 로맥스, 빌리 프레스턴, 라다 크리슈나 템플, 라비 샹카르, 여러 음악가의 음반을 제작해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했고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종종 생겼다. 이런 걸 싫어했던 조지는 그래서 아예 스스로 독립 레이블을 차려서 본인 음반은 물론, 그가 프로듀싱한 다른 사람의 음반도 자유롭게 낼 수 있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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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과는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뉴튼이 말했던가요. 사실 그동안 애플은 엄청난 혼란을 겪었습니다. 기본적인 사업관점서부터 말이지요. 그 당시 존과 폴은 알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그들은 그런 애플 레코드사의 무질서를 숨기려고만 했죠. 링고와 저는 어떡하든 해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오래 전 계약 하나하나서부터 문제가 너무 많아서 차라리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편이 더 간단해 보였습니다.” (조지)
결국 조지는 1974년 9월 6일, 새 레이블 다크호스를 정식 출범했다. 아직 애플에서 1976년 1월까지 솔로 음반 두 장을 더 내야했으나, 마음먹은 김에 좀더 일찍 승부수를 띄웠다.
조지가 선택한 다크호스의 첫 계약자는 다름 아닌 라비 샹카르와 잉글랜드 사우스실즈 출신의 소프트 록 듀오 스플린터(Splinter)였다. 빌 엘리엇과 밥 퍼비스, 이 두 남성 보컬리스트로 이뤄진 스플린터는 비틀스 로드매니저였던 맬 에반스가 들려준 'Lonely Man'이라는 듀오의 아름다운 발라드 곡이 마음에 들어 다크호스에 가장 처음 합류시킨 신인이었다. 그리하여 9월 13일, 조지는 영국에서 레이블 첫 작품으로 본인이 프로듀싱한 두 싱글, 라비의 'I am missing You'와 스플린터의 'Costafine Town'을 공개했다. 'I am missing You'는 《다크호스 투어》의 동서양 퓨전을 상징하는 대화합 음악으로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으며, 'Costafine Town'은 영국차트 17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호주차트 톱 텐,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 안에 드는 히트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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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ic Festival From India >은 앞선 < Shankar Family ॐ Friends >와는 달리, 베딕 찬송가부터 라가, 바잔 등 순수한 인도음악으로만 채워졌다. 그래서 동서양의 퓨전이었던 전작보다 더 다채롭고 화려한 인도음악 고유의 색채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인도 라인업 역시 대폭 강화되었다. 기존 멤버인 하리프라사드 차우라시아, 알라 라카, 락슈미 샹카르, 시브쿠마 샤르마 말고도 술탄 칸(사랑기), 고팔 크리슈난(비치트라 비나), 비지 샹카르(보컬) 같은 음악가가 참여했다.
조지는 이 음반 녹음을 위해 라비에게 따로 숙소를 마련해주고 인도 요리사를 고용해 인도음식을 준비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다른 인도음악가들도 근방의 임페리얼 호텔에 머물면서 조지가 제공한 메르세데스 벤츠 리무진을 타고 호텔과 녹음장소였던 프라이어 파크 스튜디오 헨리-온-템즈(F.P.S.H.O.T.) 사이를 출퇴근했다. 덕분에 모든 인도 뮤지션은 아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음반 작업을 할 수 있었다. < Music Festival From India >는 역시 다크호스 레이블에서 이듬해인 1975년 발매된다. 이 음반 녹음을 마친 라비는 18인조 인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런던, 뮌헨, 스톡홀름, 코펜하겐, 파리 등지로 짧은 연주여행을 떠난다.
조지는 이 틈을 이용해 9월 20일부터 세 번째 솔로 음반 < Dark Horse > 녹음을 시작했다. 그는 신속히 링고 스타, 짐 켈트너, 니키 홉킨스, 빌리 프레스턴 등 가까운 친구를 홈 스튜디오에 불러 모았다. 더불어 조지는 이 음반을 위해 특별히 대서양 건너에 있던 미국 재즈 펑크(funk) 그룹 L.A. 익스프레스의 색소폰 주자 톰 스코트(Tom Scott)와 블루스 기타리스트 로벤 포드(Robben Ford), 그리고 조니 미첼과의 작업으로 유명한 재즈 베이시스트 막스 베네트(Max Bennett)를 새롭게 초빙했다. 프라이어 파크에 모두 모인 이들은 오프닝 연주곡 'Hari's On Tour (Express)'와 컨트리 록 넘버 'Simply shady'를 녹음했다. 계속해서 조지는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앤젤레스 A&M 스튜디오에서 나머지 세션과 《다크호스 투어》 리허설을 했다.
조지는 < Dark Horse > 녹음을 급히 서둘렀다. 《다크호스 투어》 일정에 맞춰 10월 말까지 음반 제작을 끝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시간은 없고 마음은 점점 더 급해져서 작업을 재촉했다. 게다가 투어 리허설까지 같이 진행해야 했으며, 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결혼생활에까지 문제가 생겼다. 조지는 이처럼 일과 가정 모두에서 부담을 받았으나 놀라울 정도로 집중력을 발휘해 4주 만에 < Dark Horse > 레코딩을 마쳤다. 하지만 너무 짧은 시간에 무리하다보니 부작용이 찾아왔다. 목을 혹사한 탓에 세션 막판 후두염에 걸려 목이 쉬어버린 것. 불행히도 이는 순회공연을 코앞에 둔 조지에게 더할 수 없는 고민거리이자 투어 도중에도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했다.
1974년 12월 9일, 조지는 신보 < Dark Horse >를 《다크호스 투어》의 주무대였던 미국에 출시했다. 이 음반은 'So sad' 'Simply shady' 등 패티와 헤어진 자신의 심정을 진심으로, 또는 풍자적으로 묘사한 곡들과 'It is "He" (Jai Sri Krishna)', 'Maya love' 같은 지난 2월 인도 브린다반 성지순례 때 작곡했던 종교적인 노래들로 이뤄졌다. 그 중 음반의 마지막 트랙 'It is "He" (Jai Sri Krishna)'는 'My sweet lord'처럼 주님의 신성한 이름을 되풀이해 노래하는 팝 찬송가다. 이 경쾌한 크리슈나 찬가는 크리슈나 신의 악기라는 플루트를 세 대나 동원했으며, 그 중에서도 톰 스코트가 연주한 해맑은 피리소리가 귓가를 파고든다.
새 LP에서 눈길을 끈 곡 가운데 하나는 'Bye bye love'. 에벌리 브라더스의 1957년도 고전을 커버한 이 노래는 떠나간 옛사랑에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다. 조지는 노랫말을 살짝 바꿔서 패티와 에릭, 그리고 본인을 둘러싼 미묘한 상황을 풍자하고 있다. 가령 “There goes our lady / With a 'you know who' / I hope she's happy / And 'old Clapper' too"라는 대목에서 'our lady'는 패티를, 'old Clpper'는 에릭을 나타냈다. 에릭 클랩튼이 이 곡에서 기타를 쳤다는 말은 정보 오류로 인해 생긴 낭설이다. 기타와 드럼, 베이스, 일렉트릭 피아노 등 이 곡에 쓰인 악기는 조지가 모두 혼자서 연주했다.
타이틀곡인 'Dark horse'도 흥미롭다. 자서전 『아이 미 마인』에서 조지는 '뜻밖의 변수'라는 사전적 의미로서 '다크호스'라는 단어를 설명했다. 그렇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이 곡 역시 에릭에게로 떠난 패티를 향한 애증의 감정을 표현한 듯 보인다. 특히 “내가 언제 어디에 있는지 당신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 / 하지만 당신은 그들 손에 다시 한번 놀아난 거야”라는 첫 소절이 그러하다. 또 본인을 '다크호스'와 'jerk(얼간이)'에 빗대고 있는데, 여기서 '다크호스'라는 말은 조지가 태어난 리버풀 사투리로 뭇 여성들과 은밀한 성관계를 즐기는 남자를 뜻한다. 이러한 표현은 마치 링고의 아내 모린을 비롯해 여러 여자와 혼외정사를 나누다가 파경을 자초한, 본인에 대한 자책처럼 들린다.
원래 조지는 'Dark horse' 곡 녹음을 프라이어 파크에서 시작했지만 북미 순회공연 리허설을 하러 미국에 갔을 때까지도 끝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아예 《다크호스 투어》에서 함께 연주할 투어 밴드에게 곡을 가르쳐주고 실제 라이브처럼 녹음, 가까스로 곡을 완성했다. 다만 조지가 후두염으로 목에 손상을 입고 나서 녹음한 곡이라 '루이 암스트롱 같은' 그의 갈라진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순회공연에 돌입한지 닷새 뒤인 1974년 11월 8일, 조지는 미국에서 이 곡 'Dark horse'를 싱글로 내놓아 빌보드 차트 15위를 차지했다.
그밖에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의 B면 첫 번째 트랙 'Ding dong ding dong'은 신년 파티 노래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이다. 밝고 경쾌한 행운의 종소리와 세 대의 기타가 만들어내는 두터운 기타 협주, 강력한 바리톤 색소폰 연주가 특색인 곡으로, 1974년 12월 싱글로 발매되어 영국차트 38위, 미국차트 36위에 올랐다. 또 로니 우드와 공동작곡한 멋진 재즈/소울 넘버 'Far east man'는 조지의 평온한 보컬과 부드러운 기타 연주가 어우러진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듣기 좋다. 이 곡은 로니 버전으로 1974년 9월 13일 출시된 로니의 솔로 데뷔작 < I've Got My Own Album to Do >에 먼저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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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걸 다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이 음반이 조지의 가장 힘든 시기를 담았다는 데 깊은 애정이 간다. 여기에는 사랑을 잃고 지독하게 방황하는 그의 인간적 모습이 솔직히 담겨있다. 물질적 과보의 고통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고 또 깨달음을 향해 정진하는 면면도 보인다. 당시 조지는 일부 언론에서 비아냥댄 것처럼 구루도, 설교자도 아니었다. 남들과 똑같이 물질세계의 아픔을 겪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조지 역시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아서 고뇌에 찬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하나 달랐다면 그는 신을 사랑했고 신에게서 위안을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지는 마침내 이 음반을 통해 자신이 행한 일의 결과(패티)에 모든 집착을 버리고 홀로 섰다.
한편 < Dark Horse > 음반은 《다크호스 투어》 후광에 힘입어 미국에서 빌보드 차트 4위까지 오르며 골드 레코드를 기록했으나, 영국에서는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 못해 조지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순위권 진입에 실패했다.